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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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가 자지 않고 무얼 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일기를 쓴다고 대꾸한다. 로버트는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일기 쓰는 건 시간 낭비라 생각한다고.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문득 궁금해진다. 정말 그럴까?
그건 후대만이 답할 수 있을 듯.
끝.

옮긴이의 말
후대로서 답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결국 역사는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고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일기는 여전히 우리를 각성하고 연대하게 한다고.

이렇게 편집되어 있는 부분이 재밌다. 걸어가다가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새삼 그 길을 지날때와 또 다르게 생각되는 느낌이다.

재미있게 읽히는 글이다.
책을 받아 표지를 보고는 어느 카페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카페에서는 표지의 잔처럼 우아하고 예쁜 잔에 커피를 주기때문에 ㆍㆍ
글도 왠지 우아한 잔잔한 울림 있는 내용이지 않을까 했는데
왠걸?!이다 싶다.

나날이 정신없고 바쁜 가정생활의 모습이고 이웃, 친구와의 모습들이다.
로버트는 작가의 남편. 남편을 남의 편이라 한다는데 작가가 이 표현을 알았다면 일기에 여러번 썼을거 같다.
생활의 장면들 속에서 작가의 사고의 흐름이 엉뚱하게 튀는 부분이 재미있으면서 공감이 되기도 한다.
두아이의 엄마로써 자존감이 떨어져 올려보려고 미용실에서 관리를 받았는데 그다지 나아지지 않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코렛을 구입하고는 기분이 좋아졌다는 부분, 아들이 모으는 카드를 이해할 수 없지만 구해주려는 모습에서 엄마가 되어보진 못했지만 공감된다.
문학을 사랑하고 자주 인용하는데 공감을 얻지 못할때도 많지만 적절하게 사용하고는 뿌듯해하고 좋아하는 모습, 대화 중 모르는 주제들이 나올까봐 긴장하는 모습도 재미있다. 작가의 허영심도 숨김없이 드러나고 못마땅한 이웃의 뒷얘기를 함께 나누며 유대감을 얻고 만족해하는 모습도 일기에 담겨 웃게 한다.
작가의 집에서 일하는 마드무아젤의 특유의 호들갑을 떨며 내뱉는 말을 프랑스어 발음 그대로 옮겨 놓았는데 음성지원을 받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언듯언듯 보이는 프랑스인과 영국인의 정서의 차이를 보는 부분도 재밌다. 영국인의 입장에서 프랑스인의 정서에 대한 표현일텐데 한국사람은 영국인과 프랑스인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영화나 그림들을 통해 책을 읽으며 표현되는 배경 풍경 사람들의 모습들 음식들이 언뜻 그려지지만 또렷이 눈앞에 그려졌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속에서

의문: 집안에 신경 쓸 일이 끊이지 않으면 인간적인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걸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만 지금은 그걸 바로잡을 새가 없다.

대문 옆에 크로커스 꽃 한 무더기가 핀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다. 상투적이지 않고 매력적인 표현을 찾고 싶어서 "독일 정원의 엘리자베스"가 되었다고 상상하려는 찰나, 요리사가 불쑥 다가와서 하는 말, 생선장수가 왔는데 대구와 해덕대구만 있네요. 해덕 대구 냄새가 신선하지 않은 것 같은데 대구만 들일까요?
자주 깨닫는 사실이지만 사는 게 그렇지 뭐.

하녀를 찾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지만 길에서 담뱃갑 카드 두 장을 주웠으니 아주 헛된 하루는 아니었다. 두 장 모두 깨끗할 뿐 아니라 신기한 새 부리가 그려져 있다.

과감하게 노란색 리넨 테니스 드레스를 구입한다. 하지만 결국 내가 로빈과 비키의 입에 들어갈 빵을 빼앗았다는 생각에 괴로워 한다.

앤젤라에게 긴 편지를 쓴다. 이유는 딱 하나, 런던에서 로즈의 저명한 친구들을 만난 일을 별 일 아니라는 듯이 과시하기 위해서다.

로버트와 함께 차를 타고 떠나는 로빈이 어쩐지 어린애 같고 쓸쓸해 보인다. 게다가 비키도 울부짖는다. 나는 비키에게 뚝 그치라고 타이른다. 그러자 마드무아젤이 하는 밀, "아, 엘라 탕 드쾨르!"(아, 마음이 참 여리기도 하지) 마치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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