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아이의 엄마로 아이들 손이 쉽게 뻗치는 색 수려하고 단아하고 간결한 책을 주로 고르다가 참 특이한 책도 있구나 싶어서 보게 된 책이다. 책은 일단 이야기보다 어수선한 그림이 먼저 보인다. 그리고 나서 본 이야기는 앗, 내가 다루던 타자기 글씨체아냐? 놀라움과 반가움-아 나의 타자기는 지금 어디를 표류하고 있을까 잠시 생각하게 하는-이 절로 났다. 이미 그 낯익음으로 인해서 나는 이책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림을 훑고 난뒤 그림과 글씨를 함께 훑어 보고 그 다음 내용을 보았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건 나의 예전 시절의 고민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반가워서다. 그리고 느낀 건 역시 나의 아이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라겠구나. 잃어버리고 잃어버려지고, 잊혀지고, 잊어 가면서 속상해하고, 혹은 잃어버린 것조차 잃어버리면서 시간속으로 묻혀가겠구나. 엄마처럼.... 엄마세대처럼 그렇게 살아가겠구나하는 안타까운 마음과 애처로움 그리고 동질감을 느꼈다고나 해야할까. 세대를 떠나 사람의 고민은 원초적으로 같구나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책으로, 아이가 더 자라서 엄마와 느낄 세대간의 차이를 이런 책들로 인해 허물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내 아이가 이런 철학책을 읽으면서 골몰해 질날은 언제 올까? 아니 그렇게 깊게 느끼기를 기대하는 것도 좋지만 있는 그대로, 읽는 그대로 또 아이는 느끼면서, 알아가면서 크는가보다 싶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 전에 아주 많이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많이 행복하고 싶다. 눈물이 나려고 한다. 두고두고 생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