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반 이야기 비룡소 클래식 11
빌헬름 하우프 지음, 이지 트른카 그림, 박민수 옮김 / 비룡소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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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내 아이들이 많이 자랐다.  인터넷 쇼핑으로 책을 바쁘게 사다 나르던 어느날 잠깐 잊고 있던 황새가 된 임금님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릴적 읽은 이야기라 단행본인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 '황새가 된 임금님'을 찾다보니 "카라반이야기"까지 왔고,  이건가 아닌가 망설이다 '난쟁이 뭉크'까지 기억이 나서 이거다 싶어주문을 했고, 받자 마자 아이들 제치고 책을 잡고 앉아 먼저 읽어버렸다.

그래 이거야, 이거.  어린날 우리집엔 책이 몇권 없었고, 삼촌들 고모들이 보던 국어책이 내겐 신비한 이야기책이었다.  혹은 읽다버린 찢어진 책이라도 변소에서 보게되면 먼지를 털고 읽어대기 일쑤였고  한두시간 넘게 걸리더라도 책이 있는 친구집은 그 친구와 친하던 친하지 않던 책을 다 읽어버릴때까지 귀찮게도 그 집에 많이 드나들었다.  그래서 대신 초등저학년 어린 나는 세계명작등 깨알같은 글씨들을 빠른 속도로 읽을 수 밖에 없었고, 지금 애들은 읽으라고 줘도 안 읽을 세로쓰기 명작 등 책이란 책은 염치불구라도 그집 식구가 아무도 안 읽어 망설이는 집주인에게 애원하고 빌려다 읽기가 일쑤였다.

그 시절 가장 나에게 환상적으로 다가온 이야기가 이 "카라반이야기"에 나오는 '황새가 된 칼리프'와 "닐스의 신기한 모험"이었다.  물론 "소공녀" "소공자"도 좋아했지만 더 간절하게 만나고 싶어했던 책,  내 두아이들한테도 소개해 주고 싶은 책은 '황새~' 와 '닐스~'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환상적이고 더불어 모험이야기여서 그랬던 점이 컸던 것 같다.  '황새가 된 칼리프'는 우리와 달랐던 복식이나 생활습관들이 내가 그 세계를 향해 동경하는 마음을 갖게 했었다.  아랍지역의 이야기는 여러 가지 책들로 우리에게 흥미진진하고 나름의 교훈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또한 환상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어서 꿈을 ?는 아이들에게는 딱인 거 같다.

여자아이였던 내가 왜 하필 모험이야기를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는 참 많이 우습기도 했던 것같다.  길쭉한 다리로 생뚱하게 서 있을 임금님과 신하, 참 많이 웃었던것 같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새가된 공주님 물론 공주가 무슨 새가 되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고, 그 주문도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책을 보고 '무타보르~'하고 읽다보니 아항 그래 이거야하고 새록새록 기억나는 옛날...  아 비록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책이 있는 곳이라면 마다지 않고, 정말 대하기 어려운 어른이 계신 집도 책이 있다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문을 세차기 두드리고 다른 애가 된 것처럼 또박또박 책이 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던 것 같다.  정말 소심하고 소심했던 울기 잘했던 내가 그런면이 있었다니... 

책에 고팠던 나는 내 아이들에게 칠팔천권씩 풍족하게 책을 사주지는 못하지만 주기적으로 대여섯권씩 혹은 서점에 들러 서너권씩 책을 들려주곤 한다.  내가 너무 고팠기때문에 내 아이들은 책의 고픔에 시달리고 울지 않게 하고 싶은데, 반대로 아이들은 책의 홍수속에 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딸아이가 제 친구들끼리 이야기도 해보고 가보기도 해보고 서로 책을 가지고 와서 돌려보는데 자기 책만큼 재밌는 책도 없고, 다양하지도 않은게 자기책이 제일인기라고 자랑스러워도 하고 빌려주기도 하지만, 그러는 만큼 잘 읽지는 않는 것 같고, 정말 엄마눈에 찬다는 건 어려운 것이구나 새삼 내가 엄마가 되어 느껴진다.

두 아이에게 이책 정말 재밌어.  엄마 어렸을때 좋아했던 책 서너권중 한책이야 하고 권하기는 하는데 나만큼은 아닌 아이들 후훗 내 어린날과 다른 아이들을 언제나 조용한 눈으로 웃으며 바라볼 수 있을까

황새임금님 어린날 부푼 꿈을 안겨주고 작은 사랑을 키울 수 있는 맘을 갖게 해 주었던~!  어쩌면 그런 이야기가 탄생한 아랍인들에게 감사해야할까, 지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전운이 감돌고 있는데 원만히 해결되었으면 바라는 마음이다.  옛날에도 그랬듯이 아랍권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전세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탄생되면 좋겠다.  온세상에 평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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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7-01-30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어릴적에 '닐스'는 그냥 그랬고, '황새'는 참 좋아했었어요. 올리신 글 재미나게 읽고, 마지막에 살짝 감동하고, 추천 누르고 갑니다. :)

샘물 2007-01-30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딸기님^^* 마지막에 살짝 감동^^* 작년 여름 이후 글을 안 썼네요~ 감동이시라니 살짝 부끄럼~~^^*

딸기 2007-01-3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제가 중동 쪽에 관심이 많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