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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토끼
고정순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4년 5월
평점 :
#어떤토끼
#고정순_글_그림
#반달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반드시 티가 나기 마련이다.
요즘 가장 티 내고 있는 주인공은 선재와 솔이,
그리고 고정순 작가님의 <어떤 토끼>인 것 같다.
우주 행성 어딘가에서 고장 난 우주선을 고치는 일이 어떤 토끼의 일이다.
낡은 우주선의 고장 신호를 들을 수 있는 일은
세심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일이지만
어떤 토끼는 그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그렇게 만난 고객 관계로 만난 어떤 토끼와 멋진 토끼!
하지만 그 만남은 고객 이상의 만남이 되었다.
멋진 토끼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겨 버린 어떤 토끼의 일상은 무너진다.
그리고 어렵게 꺼낸 고백에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한 어떤 토끼는
점점 더 깊은 감정의 수렁으로 빠져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하는 슬픔과 긴 여운은
누구에게나 괴롭고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 분명하다.
자신의 관심을 온통 빼앗았던 누군가의 기억을 지워나가는 시간이
더디 흐르고 아무 의미 없는 순간처럼 여겨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끄럽게 쿵쾅거리던 심장 소리를 고요하고 잔잔하게 잠재우는 시간은
또 따른 사랑의 대상을 품기에 꼭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세상을 꽉 채웠던 멋진 토끼를 향한 심장의 떨림이
다시 고장 난 우주선의 구조 신호를 들을 수 있도록 딴생각에서 빠져나왔을 때,
영원할 것 같았던 슬픔은 사라지지 않았던가?
아무도 듣지 못했을 누군가의 간절한 외침을
다시 들을 수 있던 어떤 토끼의 고요한 시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고요한 시간이 내게도 필요한 시간임을 느꼈다.
너무 많은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지는 않은가?
나만이 할 수 있는 작지만 큰 일은 무엇이었지?
내 심장을 가득 채우고 시끄럽게 쿵쾅거리던 것은 무엇이었나?
그리고 거절의 아픔이 있을지라도 “널, 좋아해.”라고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은?
내 안에 들어온 어떤 토끼에게 말을 건네 봐야겠다.
“안녕? 어떤 토끼! 네 세상은 온통 사랑이구나.
어느 날 문득 또 네가 생각나는 날이 올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