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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쉬굴 아이 - 1948년 한국, 제주 4·3 민주항쟁 ㅣ 한울림 지구별 그림책
김미승 지음, 이소영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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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민주항쟁 사건!
하지만 이건 정식 이름이 아니다.
아니, 이 사건의 정식 이름도 아직 없다.
그래서 제주 4.3 평화기념관의 비석은 아무것도 씌여 있지 않은 백비다.
몇 년 전 4.3 평화기념관에 갔을 때 ‘비설’이라는 제목의 조각상을 보았다.
눈밭에서 아이를 끌어안고 있던 맨발의 엄마 모습이 너무나 간절해 보였다.
<다랑쉬굴 아이>를 읽으며 이 조각상이 자꾸 떠올랐다.
하루 아침에 폭도로 규정되어져 버린 마을 사람들.
그리고 아빠와 엄마가 끌려가는 것을 숨어 지켜보던
아홉 살 ‘작은놈’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질문만 많아진다.
믿음직한 안경 삼촌을 따라 숨어든 다랑쉬굴 속은 또 다른 마을이었다.
밤인지 낮인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굴속 시간 속에서
유일한 희망은 곧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엄마의 말씀을 기억해 내는 일이다.
그것도 잠시 결국 굴은 발각되고 모든 사람들이 끝까지 항거하다
다랑쉬오름의 굴에서 희생된 작은놈을 비롯한
열 한사람의 이야기를 책 속에 담고 있다.
차가운 겨울, 캄캄한 굴 속에서도
따뜻하게 그려진 사람들과 제주 오름의 억새와 붉은 동백이
책장을 넘기는 시간을 자꾸 붙잡는다.
엄마, 아빠를 그리워하며 두렵고 무서운 시간을 견뎠을 작은놈의 심정이
눈밭에 선 ‘비설’ 조각상과 겹쳐 보인다.
눈이 오고 차가운 겨울이지만 엄마 품은 따뜻했겠구나.
그 품을 내주기 위해 엄마는 맨발인지도 모르고 차가운 눈밭을 달렸겠구나.
4.3항쟁이 국가 폭력에 희생된 시민들의 저항 운동이자
국가의 분단을 반대하던 통일 운동이었음을 규명하여
진정한 4.3의 의미를 백비에 새길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그것이 아홉 살 어린 나이에 스러져 갔던 작은놈이
다랑쉬오름 위로 떠오른 보름달을 향해 빌던 기도였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