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이 - 기다리는 일의 끝에 누군가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박영란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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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일의 끝에 누군가

<서울 아이>

누구 기다리냐?

누구든 물어보면 이렇게 답해 준다.

아이언맨!

나는 광장에서 살아가는 아이입니다.

집도 있고 형도 있고 고양이도 있지만

광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하루 중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때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열심히 개다리 춤을 추거나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가는데

그러면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기 시작합니다.

그 관심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차곡차곡 모아뒀다가

엄마나 아버지나 형의 사랑이 필요할 때

대신 꺼내 쓰기 위해서지요.

자기가 흘린 눈물을 해결하는 일도 벅차서

광장에 나와 사는 사람들한테

다른 사람의 눈물까지 견디게 해서는 안 된다.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각자만의 사정으로

잘 곳과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그래서 그들 앞에서는

함부로 눈물을 흘릴 수도 없습니다.

자신이 흘린 눈물을 해결하는 일도

그들에게는 이미 벅찬 일이기 때문이지요.

형은 아이언맨을 찾기 위해

종종 집을 며칠씩 비우곤 합니다.

나 역시 아이언맨과 헤어진 곳이 광장이기에

매일 광장에서 아이언맨을 기다립니다.

하루 이틀이면 돌아오던 형이

일주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고,

형이 있을 땐 그러지 않던 사람들이

자꾸만 먹을 것을 주고 도움을 주려 하는 것이

왠지 영영 형이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아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한때는 신도시에 살며

엄마, 아빠, 형, 나 네 식구가

평온한 일상을 보내왔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시작된 부모님의 불화는

가족의 해체를 불러오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아이,

광장에서 살아가는 아이,

그래서 언제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이.

<나로 만든 집>, <편의점 가는 기분> 등

작가의 전작들을 재미있게 봤던 터라

이번 작품도 많은 기대를 가지고 보았습니다.

언제나 섬세한 감각으로

작품 속 주인공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이번 작품에도 잘 녹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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