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
진하리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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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그게 그거 아니야?

그러니까요, 뻔한 거죠.

내가 우연히 목격한 이웃의 모습.

노인과 팔짱을 끼고 있는 젊은 여자를 보았다고

주변인들에게 슬쩍 말을 건넸을 뿐인데

모두들 한마디씩 얹으며 수군대기 시작합니다.

뭐 뻔한 거 아니냐고.

어둡고 커다란 나무 아래

몸에 딱 붙는 레깅스를 입은 여인과 함께 있던

환갑이 훌쩍 넘은 목사는 왜 거기 있었을까.

아람 엄마는 왜 얼굴에 멍이 들었을까.

뭐 뻔한 거 아니겠어요.


그녀들은 유쾌했고 자연스러웠으며 편안해 보였다.

한나가 보기에 그녀들은 평온해 보였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그런 것 같았다.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내다

여전히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친구들은

모두들 평온해 보입니다.

물론 그녀들의 속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는 것이죠.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각자가 간직한 서로에 대한 비밀.

그래서 그들의 관계는

어딘가 위태롭고 위험해 보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속물인 세상은

구성원들을 기만하고 상처 입힌다.

소설집에 담긴 6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이웃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타인의 비밀을 간직한 이가

어딘가에서는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익숙하고도 불편한 관계.

책을 읽는 내내

여럿이 모여 누군가를 안줏거리로 삼아

험담을 하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적당히 흥미롭고 묘하게 흥분되지만

어쩐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행위.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며,

철저히 타인이라고 여겨왔던 그들이

어쩌면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흠칫 놀라게 됩니다.

그 누구도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자신 있게 나무라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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