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지만, 혼자가 되고 싶지 않고
(잘) 모르지만, 아는 사이인 우리들의 이야기
<제 고독에 초대합니다>
우리의 생은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단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모르는 6명의 사람이
하나의 단톡방에 초대됩니다.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혼자라는 것.
다큐 [혼자이지만 외롭지는 않습니다]의 출연자로
자신의 일상을 브이로그로 찍어 방송하되
단톡방에서는 서로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고독'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서로를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적당히 아는 사이라는 말,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적당히 알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심하게 되고
적당히 알기 때문에 속내를 털어놓을 수도 있고.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지독하게 외로워서 힘들다는 사람,
혼자는 괜찮지만 고독사는 두렵다는 사람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다채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당한 거리감을 두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때로는 속 깊은 고백까지 이루어집니다.
네가 이상하다는 게 아니라
인간은 불완전하고
우리 모두 한두 가지쯤은 이상한 구석이 있으니까.
개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혼자로서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합니다.
근거 없는 소문과 그로 인한 억울한 피해,
이루어질 수 없는 오랜 사랑,
믿었던 사람의 배신으로 얻게 된
인간에 대한 불신 등
사실은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위로받고 싶지만
또다시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모두들 망설이고 있었던 것이에요.
그동안 저는 제 자신을 똑바로 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진짜 내 모습이 너무 후질까 봐.
그게 좀 두려웠거든요.
근데 제가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받아주지 않으면
이 삶에서 영원히 나는 혼자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후져지기 전에 용기를 내봤습니다.
문명의 발달로
더 많은 연락을 주고받고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더 먼 곳의 사람들과도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자신의 진짜 모습은 숨긴 채
가상의 세계에서 가상의 모습으로
헛헛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요즘.
사람은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배우고 발전하고 상처받으며
동시에 위로받는 존재이기에
먼저 나 자신을 단단하게 한 후
건강한 타인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것이
올바른 삶의 자세가 아닐까요.
세상에서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타인은
존재할 수 없다 하더라도
서로를 위해 자신의 삶의 일부를 내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아갈 이유는 충분하니까요.
단톡방에 초대된 모든 이들이
자신을 갉아먹는 지독한 외로움으로부터
무사히 탈출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