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리는 고요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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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대한 성찰과 인생에 대한 통찰

고요 속에 일렁이는 문학에 대한 순정한 갈망

<두근거리는 고요>



취향에서 아흔아홉 가지가 다르고

겨우 한두 가지쯤 같은 타인과 만나

이렇게 오래 함께 걸어온 근원적인 힘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은 박범신 작가가

최근 두 권의 산문집

<두근거리는 고요>와 <순례>를 내놓았습니다.

'소설의 경우보다

한 인간으로서의 내가 더 온전히 드러나니

자못 수줍다'고 고백하며

일상과 다양한 성찰을 함께 담아내었습니다.

특히 40년을 함께 한 아내를 자주 언급하는데

잔소리가 지겹고 성가시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고맙고 소중한 존재로 여기는 모습이

무척 다정해 보입니다.




햇볕과 공기와 물과 대지는

본래 우리 개인의 것이 아니라

신의 영역에 속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명은

그 모든 것에 울타리를 만들고

'내 것'과 '네 것'이라 나누어 부르게 되었다.

집 앞에 작은 텃밭을 가꾸며

자족의 기쁨을 알아갑니다.

내가 쏟은 정성보다 더 많은 것을 내어주니

이는 모두 땅이 키우고 햇볕이 익힌 덕분입니다.

자족의 행복을 만끽하며

신이 나의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다고 느낍니다.



봄을 대지에서만 찾으려 할 것이 아니라

내 곁에 있는 누군가, 사람에게서,

사람 사는 세상에서 찾고자 했다면

나의 삶 또한 훨씬 더 향기로워졌을 것이다.

자신의 어깨가 다 젖도록

우산을 내 쪽으로 기울여주는 친구,

이른 봄에만 만날 수 있는 냉이를

한 움큼 뜯어내 내 집 앞에 두고 가는 사람.

이미 내 주위에는

향기로운 사람들로 가득하니

꽃내음 가득한 봄의 향연이

사계절 내내 펼쳐지는 듯합니다.



살아있다면 언젠가,

크든 작든, 화려하든 소박하든

'내 꽃'을 피우고 마는 것이 존재이고 사람이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문장을 하나하나 꼭꼭 씹어 읽었습니다.

화려하고 그럴듯하게 꾸며낸 문장이 아니라

부드럽고 온화하면서도

멋스러운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하나의 멋진 문장을 만들어냅니다.

물론 그 속에 담긴 인생의 진리는

문장의 아름다움만큼이나 감동적입니다.

이 시대의 좋은 작가로서

앞으로도 많은 작품을 통해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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