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스프 리플렉스>
그래스프 리플렉스란
'잡기 반사'를 일컫는 말입니다.
손에 닿는 물체를
꽉 쥐고 놓지 않으려는 반사적인 작용으로
신생아에게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그러나 책 속에 등장해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는 자들은
갓 태어난 신생아가 아니라
노인들입니다.
인공 장기를 부품 갈듯 갈아끼우며
영원을 꿈꾸는 자들.
대기업 회장 만식은
인공 심장, 인공 간, 인공 폐, 인공 신장 등
몸이 망가질 때마다 새로운 장기를 이식해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건재합니다.
때문에 그의 아들 필립은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벗어나지 못하고
영원히 살 것만 같은 아버지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자식들은 어떻게든
노인이 된 부모와 함께 있으려 했고
노인이 된 부모들은
자식들과 같은 집에 살아주는 것을
그들이 자식들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 중 하나라 여겼다.
이제 세상은
노인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노인은 각종 무료 혜택을 받으며
적당히 먹고 마시고 즐기며 살아갑니다.
노인이 소비하는 모든 것이 경제를 움직이고
각종 혜택은 자식들을 그들 곁에 머무르게 합니다.
그러나 필립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아버지가 있어 혜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모든 것을 쥐고 있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 없으니
아버지의 건강과 장수가 아닌
다른 것을 바라게 됩니다.
지금 많은 것을 누리는 노인들은
젊은 시절의 희생과 노력을 보상받는다 생각하고
노인들을 부양하는 젊은 세대들은
영원히 죽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마치 신과 같은 노인들을 위해
끊임없이 일하는 올림퍼스의 노예로 전락해
그저 늙기만을 바라며 살아갑니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합니다.
젊은 세대가 부양해야 할 노인이 늘어나
부모보다 가난한 자녀 세대가 많아지고
의학의 발달은
순기능만을 가져오지 않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의 우리 모습을 그리고 있으니
단순히 소설 속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많아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