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비밀 편지를 둘러싼 또 하나의 미스터리
기록되지 않은 그 이면에 대한 상상력
<낭패>
재겸은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 얼굴과 몸짓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
눈동자와 얼굴 근육의 움직임,
작은 몸짓의 변화 등을 통해
상대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거짓으로 속이려 하고 있는지
기가 막히게 알아내는 것입니다.
재겸의 출중한 능력은
임금으로 하여금 그를 궁으로 불러들이게 합니다.
성군으로 칭송받는 정조는
반대 세력의 우두머리에 있는 대신 심환지와
서신을 주고받으며 일을 도모하는데
과연 이자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재겸은
임금과 대신 사이를 오가며 서신을 전하는
팽례가 됩니다.
겉으로 드러난 역할은
서신을 전달하는 것이지만
재겸의 실제 임무는
심환지의 얼굴 표정을 살펴
그가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그 진실을 알아내 임금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지금껏 상대의 마음을 모조리 읽어내던 재겸은
표정을 숨기는 데 능한 심환지에 당황하고
역으로 자신의 마음을 읽혀
무척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낭狼은
앞다리가 길고 뒷다리가 짧은 이리입니다.
패狽는
앞다리가 짧고 뒷다리가 길어
둘이 함께 의지하고 걷다가
서로 떨어지면 넘어져 당황하게 됩니다.
억울한 살인 누명을 쓰고 도망 다니며
자신을 믿지 않는 자들에 실망한 재겸과
아버지를 죽인 원수들과 조정에 머물며
자신의 위태로운 목숨을 지키려는 임금.
둘은 마치 낭과 패처럼
서로를 믿어야 하지만 믿지 못합니다.
재겸이 상대의 얼굴을 살필 때 등장하는
얼굴 근육 움직임의 자세한 묘사는
책을 읽는 사람도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게 할 만큼
생생하고 상세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팽례로서 임금과 신하 사이를 오가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재겸을 따라가며
팽팽한 긴장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역사를 바탕으로 재미있는 상상력을 더한
역사소설 <낭패>를 통해
스릴 넘치는 시간 여행을 한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