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이 와중에 스무 살>
"너 졸업만 하면 이 고생이 끝나려나."
엄마는 탁구공처럼 가볍게 던졌겠지만
내게는 볼링공처럼 묵직하게 굴러오는 말이었다.
제대로 받지 못했다간
어디 한 군데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받아 내야 하는.
좀처럼 의미를 찾지 못하는 학교생활에서
끌린 듯이 찾아간 곳은 학교 상담실이었습니다.
진로, 가족, 연애까지
수많은 고민을 안고 찾아간 곳에서
은호는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신에 대해 하나 둘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무르고 허약한 내 청춘에 비하면
엄마의 청춘은 돌처럼 단단했다.
지금 나는 이렇게 무력하고 무능한데
엄마는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러고 살았을까.
어린 나이에 은호를 낳고
가정적이지 못한 아빠와 살며
엄마는 쉴 새 없이 일하고 쉴 새 없이 지쳐갔습니다.
여전히 방황하며 살아가는 나에 비하면
엄마는 돌처럼 단단한 청춘을 보냈고
때로는 그런 엄마의 고단한 삶이
나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곤 합니다.
엄마에게는 경험의 확대보다는
안전이 우선인 듯했다.
그러나 거기엔 물리적 안전만 있을 뿐,
정신적 안전은 없었다.
옴짝달싹 못 하게 묶인 삶도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하는 걸까.
하지만 그런 엄마라 하더라도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원룸에서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연애는 끝이 나버리고
학교도 휴학해버리고
엄마까지 내 바람과는 달리
멋진 새 인생을 찾아 나서지 못하니
출구가 없는 인생에 갇힌 기분입니다.
나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누군가에게 도와 달라고 말하기보다
혼자 견디는 편을 택해 왔었다.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도움을 받는 게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정말 약해질까 봐,
도움이 없으면 무너질까 봐
독립적인 척해 왔던 건지도 모른다.
은호가 상담실에서 편하게 이야기 나눌 때면
은호가 되어 상담을 받는 기분이 듭니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지만
나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오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은호를 보며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
여전히 방황하는 어른들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담실을 걸어 나오는 은호가
내일은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