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어른이라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언어필터링
<이제 그런 말은 쓰지 않습니다>
뭐 먹지? 나 지금 선택 장애 걸렸어.
분위기 이상한데, 몰래카메라 아니야?
너 오늘 여자여자하게 입고 왔네?
김치 먹는 거 보니까 한국 사람 다 됐네.
아직도 이런 말들을 쓰고 있나요?
심지어 '저 말들이 뭐가 문제야?'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저는 사실 그랬답니다.
책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너무 놀랐어요.
이 말들이 잘못된 거라고???
친구랑 밥을 먹으러 가면
"난 결정 장애야, 니가 골라봐"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곤 했어요.
어떤 사람들은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을 보며
"쟤 분조장(분노조절장애)이야?"라고
쉽게 말하고는 하지요.
하지만 장애는 그렇게 쉽게 써서는 안되는 말이며
실제로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다면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 카페 완전 소녀감성이다!'
'너 오늘 여자여자하게 입고 왔네!'
분명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의미로
좋은 뜻을 가득 담아 전하는 말이지만
사실 이 말들은 여성의 역할을 규정짓고
행동을 제약하게 하는 말들이었어요.
소녀의 세계는 다양한데
인간의 역할을 성별이란 기준으로
억지로 나누다 보니
잘못된 표현이 되어버린 것이죠.
"워킹맘이라 힘드시겠네요."
집에서 육아 중인 엄마의 노동은
워킹이 아닌가요?
왜 밖에서 돈을 벌어야 워킹맘이고
집에서 노동을 하면 워킹맘이 아닌가요.
정말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말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었어요.
강제추행을 당한 사람이 조사를 받을 때
"성적 수치심을 느끼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합니다.
'수치'는 다른 사람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추행을 당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불쾌함이나 분노에 가까울 뿐
수치심은 가해자가 느껴야 할 감정이에요.
유독 성범죄에만 '수치심'이라는 용어를
사건 관계에 유의미하게 적용하는 것 또한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너무 놀라웠고 또 부끄러웠어요.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한 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말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거든요.
나의 잘못된 언어생활을 되돌아보고
바르게 고쳐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