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 지우개 - 지워지지 않을 오늘의 행복을 당신에게
이정현 지음 / 떠오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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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을 오늘의 행복을 당신에게

<나쁜 기억 지우개>


식물에 주어지는 양분처럼

우리가 쓸 수 있는 마음의 총량은 정해져 있습니다.

지난 기억을 지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온 마음으로 지금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동시에, 온전한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어제에서 한 발짝 멀어지는 것도 좋겠습니다.

'나쁜 기억 지우개'라는 것이 있다면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모조리 지울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지난 일들에서 멀어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나쁜 기억에 마음을 내어주지 마세요.


지치지도 않지.

날마다 걷는 길인데도 그 아래선 진한 봄이야.

나는 고개 드는 싹이야.

옅어질 생각은 하지 않고 꽃잎을 떨어.

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입니다.

겨우내 웅크리고 지냈던 모든 것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계절.

작고 귀여운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고

불어오는 바람엔 온기가 느껴지고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이

회색빛 스케치에 물감을 들이는 듯한 계절.

봄의 거리는 하루마다 그 모습을 달리해

걸어도 걸어도 새로운 기분이 들게 합니다.


때를 모르는 사람이 좋다.

이 말은 자신만의 때를

아는 사람이 좋다는 말이기도 하다.

간혹 계절을 잊은 꽃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아직 봄이 오기 전이건만

잠깐 따뜻해진 날씨에 꽃을 피워버린 개나리,

오뉴월 찬란하게 피어났던 장미 덩굴에서

늦은 가을 뒤늦게 봉오리를 매단 장미.

너는 어쩌자고 이렇게 계절도 모르고 피어나서

홀로 외롭게 있는 것이냐 싶다가도

어쩌면 그렇기에

이렇게 온전한 눈길을 받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뜻밖의 기쁨을 안겨주기에

고마운 마음도 드는 것이지요.


슬프지만

'닮았다'라는 건,

애초에 '다르다'라는 것.


내가 가지려 했던 것과 손에 쥐고 있는 것들,

그리고 사람들까지도.

사실 눈사람과 크게 다를 게 없을 지도 모르겠다.

그것들이 떠나는 데에

너무 크게 슬퍼하지 않고 싶다.

저는 어려서부터

눈이 거의 오지 않는 곳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저자처럼

'언제 눈이 올까?'가 아니라

'올해는 눈이 올까?'라는 의문을 가져야 했어요.

운이 좋게 눈이라도 오는 해엔

바닥에 채 쌓이지도 않는 눈을 긁어모아

주먹만 한 눈사람을 만듭니다.

어린 시절엔 그 눈사람이 녹는 게 아쉬워

냉동실에 눈사람을 넣어두기도 했지만

아무리 꽁꽁 어는 냉동실이라도

눈사람은 영원히 살아남지 못했어요.

눈사람이 소중한 것은

겨울이 지나면 떠나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사라질 것과 떠날 것들에

너무 많은 마음을 옭아매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내주는 연습이 필요해요.

책을 읽다 보면

아름다운 말들로 노래하는 듯한 기분도 들고

때로는 괜찮다 위로를 받는 기분도 듭니다.

나쁜 기억 지우개.

오늘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통해

지나간 나쁜 기억들을 지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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