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전공하고 있습니까?
<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70대가 된 여인.
남편을 잃고
자식 넷을 독립시키고
커다란 집에 혼자 남아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나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모아두었던 돈은 다 써가는데
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삶일까?
나의 어떤 과거가 나의 현재로 이끈 것일까?
오랜만에 모임에 나갔더니
모두들 나보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강남에 자리를 잡고
같이 지내온 사람들인데
이제는 모두 사는 곳도 달라지고
사는 형편도 달라졌습니다.
분명 우리 아이가 공부를 더 잘했는데
남의 자식이 더 큰 성공을 거둔 듯하고
나는 집을 담보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나 고민인데
누군가는 대저택에서 운전기사까지 두고 살아요.
"엄마 같은 삶이 어떤 건데?"
"엄마 자신은 없고 아이들만 있는 삶."
자식들을 차례로 소환해
생활비를 보태줄 수 없겠느냐고
어렵사리 말을 꺼내봅니다.
그런데 젊은 시절 내 모든 것을 바쳐 키워낸
내 삶의 전부였던 자식들 중
그 누구도 그럴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나에게는 그들이 언제나 우선순위 첫 번째였는데
그들에게 나는 아니다.
그들이 길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키워냈더니
그건 자신이 바라는 삶이 아니었다는 자식,
사정이 어려워 원하는 지원을 다하지 못했더니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부모의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자식,
엄마처럼 자식에게 모든 걸 쏟아붓는
희생적인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는 자식...
생활비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보다
내 지난 삶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나라는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는 기분에
더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네 남매는 의기소침한 어머니를 위해
어머니가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어머니가 자신을 전공할 수 있도록
그녀의 능력을 일깨워주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통해
생활비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생활비를 버는 사람이 되게 합니다.
때때로 사랑하면서
균형을 잃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균형 있는 삶으로 가는 과정이야.
노년의 부모가 자식들로부터 소외당하고
지난날의 노력을 부정당하는 모습에서는
깊은 슬픔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보듬고 이해하며
진정한 사랑을 회복해가는 모습에서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짧은 호흡으로 읽어내릴 수 있어
책장이 술술 넘어가고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매우 이상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소설이라
기분 좋게 책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