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 추정경이 찾은
이해의 참된 의미
<언더, 스탠드>
자신의 고통을 승화해 만든 작품은
다른 인간을 치유해요.
하지만 신을 거스르는 과학과
인간을 이해하지 못한 기술은
인간의 몸만 먼 미래에 데려다 놓습니다.
결국 정신과 몸은 분리되고 말아요.
화이트 해커인 지웅은
알파테스트 중인 게임에 접속하여
관리자에게 일침을 날립니다.
뇌파로 연결되는 VR은
현실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
아직 세상에 공개되기엔 너무 이르다고,
프로그램을 엎어버리라고 합니다.
부모와 자식은
인생 품앗이로 맺어진 관계일 것이다.
어떤 자식이 먼저 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그 부모가 노쇠하면
장성한 자식이 그를 보살펴 주는 관계.
그러니 불리한 것은 약속받지 못한 사랑을
먼저 내려보내야 하는 부모 쪽이었다.
내리사랑을 보냈어도 그만큼 회수할 수도,
그 종료 시점을 스스로 정할 수도 없으므로.
게임사 대표인 목훈은
화이트 해커와의 불쾌한 만남,
너무 많은 요구사항을 들이미는 클라이언트,
부모 노릇은 하지 않아놓고
자식의 도리만을 요구하는 아버지 때문에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간은 결코 진정한 이해에 도달할 수 없기에
그것을 향하다 결국 8부 능선쯤에서 멈춰
진실을 깨닫는다.
인간이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에
완주란 없으며,
페이스메이커의 운명이 그러하듯
다만 그 과정을 함께할 수 있을 뿐임을.
어린 시절 가족을 버린 아버지 때문에
많은 상처 속에서 살아온 가족들.
세월이 흘러 노쇠한 몸으로 돌아온 아버지를
자식들 모두가 외면해 버렸을 때
오직 목훈만이 아버지를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식으로서 행하는 최소한의 행동이었을 뿐
진정한 이해와 용서는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 아래로 가서 서 봐야 한다고,
'언더, 스탠드'라고 하던데.
난 그거 순전히 말장난 같습디다.
아래로 가 서면 을이 되지 이해가 되나.
이해 비슷하게라도 하려면
차라리 그 옆에 서 주든가,
같은 곳이라도 바라봐 주든가.
목훈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연결고리와
가장 인간적이지 못한 과학이라는 도구로
인간을 이해하게 한다는 설정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우리 모두가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함께 한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