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색이 없으면 민트색도 괜찮아 - 구한나리 문구 소설집 꿈꾸는돌 31
구한나리 지음 / 돌베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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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수첩에

좋아하는 필기구로 사각사각 써 내려간,

남몰래 간직해 온 아홉 편의 비밀

<올리브색이 없으면 민트색도 괜찮아>


색색깔의 볼펜과 형광펜,

책에 필기하기 좋은 얇은 펜이나

여러 색을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다색 볼펜,

필기 공간을 넓혀 줄 점착 메모지,

그립감이나 필기감이 좋은 샤프 등

내 수험생활을 함께하는 각종 문구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내 몸에 꼭 맞는 옷처럼 길들여진 문구들은

그중 하나만 살짝 어긋나도

내 공부 패턴을 흔들어 버립니다.

말도 없이 빌려 가버린 내 올리브색 삼색 볼펜은

내 손을 떠나는 순간 망가져버렸고

똑같은 것으로 보상해 주겠다던 친구는

가장 비슷한 민트색 볼펜을 내밉니다.

오해와 억측이 난무하는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지만

친구의 진심을 알아버렸을 땐

올리브색이 없으면 민트색도 괜찮다고

슬쩍 미소를 보내며 말해줘요.


글 쓰는 게 좋아, 엄마.

펜글씨 배울 때처럼 정해진 글씨 쓰는 거 말고,

머릿속에서 나온 글을 종이에 쓰는 게 좋아.

똑같이 만년필로 써도,

내 글을 쓰면 내가 종이 위를 걷고 있는 것 같아.

수학 7등급.

엄마 아빠는 무조건 이과를 가야 한다지만

나는 도저히 자신이 없습니다.

문창과를 목표로 하진 않지만

교내 대표로 뽑혀 백일장도 출전하고

예술고 친구들 사이에서 당당히 입상도 합니다.

입시에 반영할 것도 아니면서

대회에 나가 상을 쓸어온다며

나를 미워하던 이연서.

만년필로 시를 정성스럽게 필사하는 연서를 보고

연서로부터 만년필을 추천받고

이제는 혼자서 막연하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꿈을 꾸는 친구와 함께

나만의 이야기를 써나가기로 합니다.


너는 흔들리지 않는 애니까,

너한테는 부러지지 않는 샤프보단

흔들리지 않는 샤프가 어울린다. 그래.

뭐든지 잘해서 집안의 자랑거리인 언니.

집안의 귀한 아들인 동생.

그 사이에 존재감 없는 나.

반짝반짝 빛나는 언니를 보며

언니만큼은 아니더라도

언니처럼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뭐든지 열심히 해보는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알아봐 주는 친구,

그런 나를 지지해 주는 언니는

나를 꼭 닮은 흔들리지 않는 샤프를 선물합니다.

아홉 편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필통을 열어 필기구를 꺼내고

정성스럽게 글씨를 쓰고

알록달록 예쁘게 흰 지면을 장식하는

즐거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구들처럼

항상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친구들도

다시 한번 떠올려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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