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 한 글자로 시작된 사유, 서정, 문장
고향갑 지음 / 파람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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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로 시작된 사유, 서정, 문장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말은 뱉는 것이고 글을 쓰는 것이다.

뱉고 쓸 때, 입과 손이 뱉고 씀의 역할을 대신한다.

대신할 때의 입과 손은 단순한 입과 손이 아니라

입과 손을 부리는 사람 그 자체다.

그런 이유로 뱉는 입과 쓰는 손에는

뱉거나 쓰려는 사람의 깊이가 녹아있다.

입과 손을 함부로 부려선 안 될 까닭이 거기에 있다.

말과 글은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을 가르는 기준이다.

한 글자로 이름 붙여진 것들 중

사람의 처음과 끝을 완성하는 '숨'은

인간의 삶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말과 글을 통해 소통하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호흡과 같은 것이어서

우리에게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지난 것은, 지난 것이라 아름답다.

사진에 박힌 순간의 기록처럼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한 지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 있던 그렇지 않던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평하고 한편으로 다행이다.

아침은 밤이 지나야 온다.

지남을 서러워하지 말자.

설움은 지남에 있지 않고,

지나지 않으려 붙듦에 있으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나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젊음이,

나를 설레게 하는 사랑이,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것을 알기에

더욱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그러니 지난 시절을 그리워 말고

다가올 이별을 겁내지 말고

지금을 살아가세요.


사람들은 참 우습다.

흙탕물에 핀 연꽃은 거룩하다고 하면서

세상을 정화하는 연꽃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흙탕물에 핀 연꽃은 차로 우려 마시면서,

수술실에서 나온 피와 고름을 치우는 사람들은

더럽다고 한다.

흙탕물에 핀 연꽃 이파리에는 밥을 싸 먹으면서,

공중화장실의 변기를 청소하는 사람들은

냄새난다고 한다.

세상에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만나게 되는 것은

세상을 보는 창이 많아졌기 때문일까요,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일까요.

계급을 나누고 편을 갈라

서로 상처 주는 말들을 퍼붓는 진흙탕.

그 진흙탕을 발판 삼아 꽃을 피우면

너도 나도 아름답다 칭송하지만

묵묵히 진흙을 걸러내는 손길에게는

손에 묻은 더러운 흙에만 눈길을 주고

그 수고로움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연애든 결혼이든 세상살이든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서두름은 서투름과 닮은 꼴이어서

뜻밖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아이들아, 감옥은 멀리 있거나 따로 있지 않다.

말과 말이 서로 보듬지 않거나 통하지 못하면

그곳이 바로 감옥이다.

한 글자에서 뽑아낸 길고 긴 사유.

참으로 많은 한 글자 말들이 존재하고

그것들로부터 다양한 생각들이 펼쳐집니다.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이자

작고 슬퍼서 더욱 크고 소중한 것들.

덕분에 나를 둘러싼 한 글자 말들을 찾고

그 말을 물꼬로 생각을 틔워나가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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