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용 식탁 - 빈속을 채우 듯 글로 서로를 달래는 곳
유부현.고경현.고지은 지음 / 지금이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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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속을 채우듯 글로 서로를 달래는 곳

<삼인용 식탁>


70대 초반의 그녀는 '보조 작가'입니다.

40대 중반의 그는 '브런치 작가'고요,

40대 초반의 저는 '라디오 방송 작가'입니다.

아버지를 잃고

속으로만 울음을 삼키던 세 가족은

글을 통해 각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시간을 가집니다.


부모는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쓸모 없어지고 자식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의 병이 생기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쓸모'를 만들어주기 위해

라디오 작가로 일하는 딸은

70대 노모에게 '보조 작가' 타이틀을 씌워줍니다.

책도 읽고 TV도 보다가

글감이 될만한 걸 찾아다 주면

차곡차곡 입금해 주는 원고료도 받고

안경도 맞추고 도서관도 가고 카페도 가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72세 보조작가.

40대 자영업자로서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오빠.

'글 한번 써봐'하는 동생의 가벼운 권유에

빈 테이블만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던 시간을

책 읽기와 글쓰기로 채워나가던 그는

어느덧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70대 엄마와

40대 아들과

40대 딸이

각자의 생각을 풀어놓습니다.

분명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머물렀지만

서로 다른 것들을 꺼내들며 추억을 나누기도 하고

차마 서로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도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먼바다에서 무섭도록 달려오는 큰 파도를

가장 먼저 온몸으로 맞았던 바위.

서로의 글을 읽으며

아버지를 추억하고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될 때마다

세상의 파도를 등으로 아프게 받아내고

자식들에게는 잔잔히 부서진

작은 파도만을 만나게 하는,

부모란 그런 존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가족이란, 어쩌면 가장 가까운 타인이 아닐까.

저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에 대해

절대로 엄마에게 말하지 않아요.

이래서 걱정 저래서 걱정이라는 엄마에게

"우리는 아무 일도 없이 잘 있으니

우리 걱정은 하나도 하지 말아요."

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엄마는

딸이 이러쿵저러쿵하며 징징대는

투정 어린 소리가 듣고 싶은 건 아닐까,

괜찮지 않다는 걸 다 아는데 그걸 숨기는 딸이

오히려 더 안쓰럽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

글로 풀어내고 멋진 책을 만들자는

거창한 계획은 따라 하지 못하겠지만

"엄마, 사실은..."하고

조금은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하는

그런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님이 남긴 말이 생각나네요.

가족이란 나이가 들면 서로가 걱정할까 봐

속마음 감추기의 달인들이 되어 버리는데,

이 작업을 통해서 마음을 들키는 일이

얼마나 시원한지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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