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파형을 잘라내고
끊어진 부분을 이어 붙이면
성우들의 목소리만 또렷이 남는다.
적절한 부분에 효과음을 넣고,
음악과 각종 소리들을 입히면
듣기 좋은 음원이 완성된다.
그러나 완성된 음원 파일을 들으며,
매끈하게 이어지는 그 소리들이
기괴하게만 느껴졌다.
그동안 내가 위험 신호들을
의도적으로 삭제해왔던 건 아닐까.
<침묵의 벽>
나의 옛 연인이었던 은규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정폭력에서 벗어나지만
그때부터 환청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그 소리들을
세상이 자신에게 가하는 폭력으로 느낍니다.
갑작스러운 사고와 함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은규.
은규의 누나 은성은 동생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나에게서 유리한 증언을 얻어내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3년을 넘게 만나왔지만 그에 대한 확신은 부족하고
약자에게 한없이 친절하고
마음이 여려 자주 눈물을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위협해오는 세상에 대해서는
극도로 흥분하고 파괴적인 성향을 드러내던 사람.
사고 전 마지막으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았던 그.
그 침묵 속에 담겨 있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