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의 이름은
조진주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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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감정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아홉 가지 희망의 전언

<다시 나의 이름은>


불필요한 파형을 잘라내고

끊어진 부분을 이어 붙이면

성우들의 목소리만 또렷이 남는다.

적절한 부분에 효과음을 넣고,

음악과 각종 소리들을 입히면

듣기 좋은 음원이 완성된다.

그러나 완성된 음원 파일을 들으며,

매끈하게 이어지는 그 소리들이

기괴하게만 느껴졌다.

그동안 내가 위험 신호들을

의도적으로 삭제해왔던 건 아닐까.

<침묵의 벽>

나의 옛 연인이었던 은규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정폭력에서 벗어나지만

그때부터 환청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그 소리들을

세상이 자신에게 가하는 폭력으로 느낍니다.

갑작스러운 사고와 함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은규.

은규의 누나 은성은 동생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나에게서 유리한 증언을 얻어내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3년을 넘게 만나왔지만 그에 대한 확신은 부족하고

약자에게 한없이 친절하고

마음이 여려 자주 눈물을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위협해오는 세상에 대해서는

극도로 흥분하고 파괴적인 성향을 드러내던 사람.

사고 전 마지막으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았던 그.

그 침묵 속에 담겨 있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현지와의 상담 이후 교실에 들어설 때마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들은 아무도 내게 도와달라 하지 않는다.

서명 용지에 내 이름을 적을 자리는 처음부터 없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일>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학생.

개인적으로 받은 모욕에 관한 문제를 넘어

사회적 약자의 인권 문제 차원에서

문제를 공론화시키고자 합니다.

학생들에게 서명을 받고 피켓 시위를 하는 학생.

학생의 담임이자 기간제 교사인 나는

학교측으로부터 일을 마무리하라는 압력을 받고

학생과 마주합니다.

선생님은 아무것도 안하셔도 돼요, 이해해요.

선생님은 그거잖아요,,,기간제 교사.

마주한 학생과의 대화는

자신을 수치심으로 몰아넣기도 하고

무력감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무언가 더 묵직하고 단단한 것이

가슴 속 빈 공간을 꽉 채우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울고 싶다가도

어쩐지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은 기분.

그래서 섣불리 울 수도 없는 기분 말이지요.

<나의 이름은>

어려서부터 소리를 배우며 자란 '주화영'

소리라는 특별한 재능 덕분에

언제나 돋보였던 그녀는

국악 전문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신은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소리를 포기하고 오디션을 보면서

'레나'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밴드활동.

그녀를 '낸시'라 부르는

밴드의 기타리스트와 사랑에 빠졌지만

어느 순간 나는 사라지고 상대만 남은 관계는

그의 배신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찾은 이름은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연주황'

그렇게 주어진 이름들에 맞춰 살아가다

그녀는 자신이 텅 빈 존재가 되었음을 깨닫고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에야

이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됩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가슴 속에 상처를 하나씩 끌어안고

애써 괜찮은 척 감추며 살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을 내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자신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며

치유해가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아홉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우리와 닮았습니다.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어

참 좋았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개인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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