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
서소 지음, 조은별 그림 / SISO / 202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왜죠? 왜 재밌죠?

서른 여덟 살의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남자가

개 데리고 산책하고 커피마시고 책 읽는 이야기가

도대체 왜 재밌죠?


<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


징계 명령서에 서명을 하고 회사를 나오면서

앞으로 남은 인생은 복잡한 관계에 얽히는 일이 없이,

은혜를 입거나 원수를 지는 일도 없이,

그의 개와 책과 티브이와 함께 조용하게,

지극히 완만한 삶을 살기로 다짐했었다.

회사에서 정직 처분을 받고

5개월의 강제 휴식이 주어진 서소 씨.

회사 다니는 일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상당히 재주가 많아 보이는)

애매한 포지션의 서소 씨는

적당히 조용하면서도 적당히 힙한 망원동에서

적당히 편하면서도 적당히 꾸민 듯한 차림새로

평소보다 조금 많이 걷고

조금 많이 책을 읽을 예정입니다.

최대한 다른 사람들과 얽히지 않은 상태로.


다섯 달, 특별한 스트레스 없이 살아볼 수 있는

이 소중한 시간 동안

그는 그런 연습을 하고 싶었다.

말을 하지 않고 듣지도 않고 관심 없이,

오직 철학자들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면서,

그의 개와 교감하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살아보는 연습.

책을 읽기 좋은 조건, 즉

적당한 밝기의 조명과 높이의 테이블을 가진 카페 B.

그저 하루종일 구석에서 책만 읽고 싶은데

자꾸만 우리 개를 위한 간식과 담요를 내오고

서비스로 갓 구운 마들렌을 건네고

내 앞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고

급기야 말을 놓습니다. 사장님이.

심지어 나보다 어리면서.


자, 서소 씨의 다리가 부러졌어요.

치료를 받고 붙기를 기다렸다가

적절한 재활 훈련을 해야 다시 뛸 수 있겠죠?

만약 다리가 부러졌는데

굳센 의지를 갖고 노력한다면 어떨까요.

그런 짓을 했다간

영영 달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정신질환, 성격장애란 그런 겁니다.

머릿속 호르몬 같은 것에 불균형이 온 상태인데

노력한다고 그게 정상이 되나요.

약을 통해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면서

좋은 생각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거예요.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서소씨는 이혼과 정직과 책 쓰기라는

충분히 색다른 경험을 한 사람인 동시에

스스로를 정신의학과 홍보대사라 자처할만큼

마음의 질병을 잘 이겨내온 사람이기도 합니다.

저도 사실 서소 씨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정신의학과, 심리상담 등등에 대한 불신이 커서

그저 몇 마디 들어주고 뻔한 얘기나 하겠지,

그래 어디 들어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상담 기회를 맞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저 내 얘기를 하던 중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아유,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한 마디에

눈물이 툭 떨어지고 말았어요.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고

그로인해 힘들었을 나를 위로하는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 생활은

'2+2=4'라는 계산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2+2는 아마도 5일 것이다'라는 상사의 말에 맞추어

5를 만들면서도 별로 마음 쓰이지 않는 사람들이

잘하는 것이었다.

서소 씨의 징계와도 관련이 있는 것이겠지만

회사에서의 일이란

일만 잘 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일 이외의 상당히 많은 요소들이 개입되어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나온 서소 씨는

더더욱 관계를 맺지 않는 일에 몰두하려 했겠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관계의 중심에 들어섭니다.

서소 씨는 외로운 걸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서소 씨는 스스로

회사 다니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다고 말하지만

타는 목마름 끝에 커피를 들이키는 것도

카페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것도

개를 쓰다듬는 것 까지도

특별한 일처럼 느껴지게하는

특별한 글재주가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게다가

비뇨기과 방문기나 사이버 러브 스토리는

전혀 평범하지 않은 경험들이었고요.

관계맺기는 싫지만

외로운 걸 싫어하는 서소 씨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러할지도)

앞으로는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개인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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