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아요.
내가 영화를 왜 좋아하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우선은 어둡고 밀폐된 극장이라는 공간이 싫고,
한 번 시작하면
두 시간 가량은 꼼짝없이 자리에 매여있어야 하고,
-지금은 물론
쾌적한 집에서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언제나 똑같은 결말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이
영화에 대한 실망감을 크게 안겨 주었어요.
너무 재밌고 감동적인 이야기에 한참 빠져있다가도
결국 엔딩은 누가 죽거나 모두 행복하거나
뻔한 결말을 맞이하는게 싫었거든요.
(열린 결말은 찜찜해서 더 싫어 ㅋㅋ)
영화가 끝나는게 싫어서
영화를 잘 보지 않았던거죠.
그런데 방구석 극장으로 초대하며
일단 무조건 믿어보라는 추천사까지 얹어
영화를 기웃거리게 만드는 책이 있습니다.
<쿡언니의 방구석 극장>
저자는 영화가 좋아 영화를 공부하고 영화를 만들고,
영화판이 아닌 곳에서 갖가지 일들을 해왔지만
여전히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치유, 성장, 관계 등의 키워드를 선정해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그에 알맞은 영화를 하나씩 소개하는 에세이에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
<아이엠 러브 I am love, 2009>를 소개합니다.
사랑을 선택하기 위해
나머지 모든 조건을 내려놓는 주인공 엠마를 통해
사랑은 물론
그녀의 선택이 가져오는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나의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필요없는 것을 과감하게 덜어내어 무심해지는 일.
행복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p.31)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며 가져온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안경 めがね, 2007>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이렇다할 갈등도 사건도 없이
그저 평화롭고 심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언젠가 유튜브에서
드넓은 벌판과 뛰노는 말들을
24시간 스트리밍 하는 채널이 있다기에
도대체 누가 본다고 그런걸 찍어 올리나 했었는데
그게 나였고
그런 평온함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았어요.
중산층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
문화와 예술, 배려와 공존이 함께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대답과
온갖 경제적 지표가 가득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답을 비교해보며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한
이 땅에서 행복을 느끼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2011>
부모의 별거로 떨어져 지내게 된 형제는
화산폭발과 같은 기적이 일어나
가족이 합쳐지기를 기대합니다.
기적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적이 없다고 깨닫고 돌아오면서
일상이 바로 기적임을 깨닫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완점함을 인정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p.78)
어렵지 않고 막힘없이 술술 읽혀요.
그래서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뒤에 숨겨진 의미들을 찾아내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내 삶과 꼭 닮은 영화들을 하나씩 추천해주는
쉽고 편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책입니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저도
저자가 소개하는 영화들은 꼭 보고싶게 만드네요.
책에서 추천하는 영화 목록을 들고서
오늘부터 방구석 극장에서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영화들을
한 편씩 만나볼 예정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개인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