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해 - 연꽃 핀 바다처럼 향기로웠다
도정 지음 / 담앤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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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특별히 의지하는 종교는 없지만

절에 가는 것은 참 좋아합니다.

아마도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쌓인 절의 입지가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겠지요.

시 짓는 수행자 도정스님의 에세이

<향수해>를 만나보았습니다.



향수해(香水海)는 화엄경에 나오는

'연꽃 피는 향기로운 바다'를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 삶은 소중한 순간순간의 연속이라는 글귀가

참 마음에 와닿네요.

夫行善法必有善報

行淸白行必有白報

무릇 선법을 행함에는 반드시 선한 과보가 있나니

맑고 깨끗한 행을 하면 반드시 깨끗한 과보가 있으리라.

-<<불설장아함경>>

할머니를 따라 나선 어린 손녀는

가족의 건강과 자식의 성공을 비는 할머니 곁에서

"부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며 부처님께 복을 빌어줍니다.

누구나 절에 가서 부처님 앞에 서면

이것 저것 자신이 원하는 바를 빌게 되는데

이 어리고 예쁜 아이는 부처님의 복을 빌어주네요.

가끔은 아이가 어른에게 스승이 되고 부처가 됩니다.

菩薩與他大樂不必歡喜

見他與人少樂心大歡喜

보살은 타인과 더불어 크게 기뻐하지만

반드시 기뻐하는 건 아닙니다.

타인이 남에게 적은 즐거움이라도 주는 것을 볼 때

마음이 크게 기쁩니다.

-<<대장부론>> 승시타고품

절에 와서 늘 남 이야기를 하는 보살님이 계십니다.

그런데 그 보살님은 남의 칭찬만 하십니다.

누구는 봉사를 잘하고 누구는 함께 있으면 즐겁고

사람마다 가진 장점을 하나씩 늘어놓으며

끊임없이 칭찬을 이어나갑니다.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맺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여럿이 모이기만 하면

자리에 없는 다른 이를 입에 올리게 되는

불편한 대화의 장이었어요.

이제와 생각해보니

왜 나는 먼저 나서서 남을 칭찬하지 못하고

남을 헐뜯는 그들을 비난하며 그 자리를 빠져나왔나

후회가 밀려오네요.

결국은 나도 남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만 하는

그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사물을 본다는 건 내 얼굴을 비춰보는 것과 다름없다.

봄꽃이 떨어지고 막 새잎을 내는 고목 앞에서도

온화한 미소를 잃지 말아야 할 이유를 배우는 건

잎 표면에 내가 비쳐서다.

내외가 어찌 따로 존재하는 것이겠으며,

너와 내가 다르랴.

사물을 접하되 촉감에 매몰되어야 옳겠는가.

(P.201)

우주 만물이 나를 비추고 있으니

언제나 올곧은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최근 예쁜 마음으로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무참히 짓밟고 부숴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마음에 얼마나 병이 들었으면

저런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안과 밖이 다르지 않고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면

그러한 불행도 사라질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내 인생의 쓴맛들은

모두 고마운 참맛이기도 하였다.

실패했던 경험은 위로의 할 말이 되었고,

사람에 대한 상처는 타인을 이해하는 자양분이 되었으며,

가난은 자족할 줄 아는 마음의 밑거름이었다.

어눌한 말 품새는

언어를 신중히 쓰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켰다.

(P.269)

지나고 보면 모두 경험이 된다는 말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말

모두 옳은 말이라는 것을

저 또한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암흑속에 갇혀있는 그 순간에는

이런 말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그러기에 어둡고 고단한 암흑 속에서

진실의 빛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수행 또는 마음 다스림이 필요한 것이겠죠.

불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작고 조용한 암자에서

스님께 좋은 말씀을 듣는 느낌을 갖게 하는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개인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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