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도둑 - 은호 이야기
은호는 팽이를 도둑 맞았습니다.
내가 놓아 둔 것을 누군가가 가져갔으니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도둑 맞은 것이지요.
내가 사랑하는 할아버지께서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아 만들어주신
소중하고도 멋진 팽이인지라
반드시 찾아내야만 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그 팽이를 동네 형이 가지고 있네요.
내 것이 분명한 팽이, 딱 잡아떼는 동네 형.
나는 어른들께 도움을 요청합니다.
엄마, 아빠, 선생님, 마지막으로 경찰까지!
그러나 모두 한결같은 대답을 돌려줍니다.
"그깟 팽이 잊어버려, 더 좋은거 사줄게."
물건을 제대로 간수하지 않은 너의 잘못도 크다,
다른 사람을 함부로 의심해서는 안 된다,
얼마 안 하는 것이니 더 좋은 것으로 사주겠다,
아마 저도 이와 다르지 않게 말했을 거에요.
그 작고 낡은 팽이 하나 때문에
아이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길 원하지 않고
팽이를 찾아내기 위한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아이는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결국 다 똑같구나...
그리고 팽이를 찾기위해 힘을 모은 사람들은
모두 아이들이었다는 사실에
어른인 저는 더욱 미안함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