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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다큐 - 우주비행사가 숨기고 싶은 인간에 대한 모든 실험
메리 로치 지음, 김혜원 옮김 / 세계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다 보면, 다음날 아침 찬란한 빛을 내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다 보면, 이 광활한 자연보다 더 신비롭고 생경한 우주라는 존재를 상상하게 된다. 우주라는 이 거대한 낱말은 군사, 과학 기술의 발전과 밀접할 뿐만 아니라 존재의 근원을 찾아나가는 철학이 되기도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재의 심연에 각자의 우주를 품고 있을 것이고, 그럴수록 또 역으로 현실의 우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가게 마련이다. 이 <우주 다큐>는 그런 현실의 우주를 우주비행사의 현실적 문제와 도전들을 통해 파헤쳐본다.
이 책은 우주의 신비나 존재의 심연 같은 거창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우주과학과 우주비행의 위업을 알리려는 책도 아니다. 그보다는 우주비행의 이면을 ‘까발리는’ 내용들로 이루어져있다. 어떻게 보면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희극적인 실험들을 소개한다. 제목은 ‘우주 다큐’지만 다큐멘터리라기 보다 코미디가 더 잘 어울리는 듯싶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간의 생물학적인 본능을 우주에서 어떻게 해소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미지의 공간 우주를 탐험하는 우주비행사도 인간으로서의 본능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 배고픔과 배설 등의 본능은 어떻게 해결할까? 초기에는 모든 음식을 엄격한 제약에 따라 건조시키고 압축시켜야만 했다고 한다. 주사위 모양의 샌드위치가 한 예이다. 그런데 연구와 실험을 통해 수많은 제한 조건들을 통과한 이런 음식들은 죄다 맛이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배고픔은 그야말로 대충, 될 수 있는 대로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더욱 정성스러운 식품이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이소연씨가 밀봉된 된장국을 손에 들고 있던 모습이 문득 생각났다. 우리나라 출신의 비행사 덕분에 한식도 우주 식품으로 생산된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우주비행사들이 예전보다 높은 만족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참 다행이다. 우주 식품에 이어서 우주 화장실, 무중력 섹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저자의 글재주 덕분에 우주에서의 본능 해소에 대한 고찰이 아주 흥미진진했다.
이 외에도 책을 통해 우주 비행의 심리적, 정신적인 문제들에 대한 내용도 살펴볼 수 있었고 일본인이 우주 비행에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 등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우주 비행에 대한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달래주는 <우주 다큐>는 우주 비행의 곤혹스러운 면모들을 밝힘으로써 우주와 우주 비행사를 한층 친근하게 느끼도록 이끌어준다. 지루하기만 한 과학 서적에서 탈피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