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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종말 ㅣ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3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4년 6월
평점 :
“그러게 누가 문신 같은 걸 하래?”
“누가 거기 가래?“
이렇게 막 던진 말들로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 나와 다르다고 배척하거나 멸시할 것이 아니라 한번은 들여다 보고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 세상에 너무 많다. 혹시 알아? 우리에게 이런 일들이 벌어질지.
사회의 부조리를 소설로 담아낸 정보라 작가의 단편집을 소개한다. 단편이라 모호하거나 작가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없는 소설도 더러 있었지만 작가의 말을 읽으며 알았다.
‘아, 내가 세상을 모르고 살았구나. 몰라서 작가의 글을 이해할 수 없었던 거였구나.‘
과거에 행해졌던 국가가 저지른 폭력, 일본 위안부 여성, 성소수자들의 인권, 이주 노동자의 삶, 정보화 시대를 외치지만 문화 예술 지원 예산 삭감 등 사회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었다.
10편의 단편소설 중에서 [통역] 은 외계인이 장악한 지구에서 외계인 근로감독관에게 사장과 소장의 만행을 진술한다. 이 이야기는 이주 노동인권센터 소장 근로 감독관에게 이주노동자들의 피해 진술을 통역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하지만 소설 속 외계인 근로감독관도 의견서만 작성한다. 마치 전혀 바뀌지 않는 작금의 현실을 풍자한듯.
지금의 사회 구조 속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고통받고, 자신을 포기하고 굴복하는 모습에 안타깝고 씁쓸함이 몰려온다.
지구의 종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오래된 이야기라도 잊지말자.
시간이 계속 흘러가 잊혀질 거지만 다시 이야기하자.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가 옮겨지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되었음을 알때까지.
🔖 인간으로 살아갈 방법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지금의 세계와 사회구조 속에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이고 현명한 계산이라는 미명하에 살기 위해서,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을 포기하고 다른 존재가 되라는 압박에 동의하거나 굴복 했을 뿐이었다.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