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틀로얄 1
타카미 코슌 지음, 권일영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비디오로 어떻게 해서 빌려 본 배틀로얄. 참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그만큼 뭔가 어색해서 실망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본인의 학원 친구 녀석이 배틀로얄 소설을 샀단다. 마침 그 녀석이 다 읽어서 빌려 달라고 했다. 책표지 좌측 상단에 있는 ‘성인용 딱지’가 참으로 부담스러웠지만 읽기는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의 마지막을 본 지금 나는 이 글을 써볼까 생각했다.
비디오로 어느 정도의 스토리를 알고 있던 나로서는 일단 기대반 의혹 반으로 보긴 했다. 방금 윗글에서 보다 시피, 본인은 배틀로얄이라는 작품에 50%정도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 할 때, 내 머릿속의 영화 배틀로얄은 사라지고, 소설 배틀로얄이 긍정적인 평가로서 당당하게 자리매김했다. 처음 이 소설을 읽어나갈 때, 작가의 초기작이라서 그런 지 문체가 어색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번역본이 다 그렇지 라는 말로 변명을 할 수 있겠지만, 그 외에 다른 것도 느껴졌다. 쓰지 않아도 될 묘사라던가, 시도 때도 없이 자주 보인다고 말해도 상관없을 정도의 작가 개입이 문제라면 문제라 할 수 있겠다. 나중에는 그런 것 때문에 눈살이 약간 찌푸려 지긴 했지만, 내용 상으로는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 오히려 훌륭하다고 칭찬을 해 주고 싶다.
내가 이 소설에서 제일 높이 평가하는 것은 제각기 캐릭터들의 심리 묘사이다. 40명 정도 되는[42명이던가?] 캐릭터들은 각자의 사연과 목표를 가지고[그렇지 않은 캐릭터들도 더러 있지만] 남을 믿거나 남을 죽인다. 남을 경멸하고 남을 죽이는 자. 큰 상처로 남을 믿지 못해 남을 죽이는 자. 그리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단지 내기의 결과에 따라 남을 죽이는 자까지. 수많은 캐릭터가 있다. 남을 죽이느냐, 믿느냐에서 나오는 심리적 갈등은 이 소설을 읽는 최고의 재미가 아닐까 한다.
믿음. 그것은 사람을 사귀면서 반드시 필요한 목록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사람을 믿는 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이 소설은 어쩌면 우리의 사회를 너무도 잘 반영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 해보기도 한다. 사회라는 전쟁터.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한다. 남을 짓밟고 1등을 해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냉혹한 사회의 현실이 이 소설에는 담겨있다. 남을 짓밟지 않고, 남을 믿는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가르쳐 주고 있다. 당신은 얼마나 남을 믿었나? 그 책은 독자 자신을 되돌아 보게 만들었고, 고개 숙이게 만들었다. 나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이제 고개를 들기 위해 노력은 해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이리도 못난 글을 이제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