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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가 싫은 날 ㅣ 높새바람 52
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6월
평점 :
책이 건네는 묵직한 주제에 상당히 오랜 시간 사유하고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는 중 도서관을 나와 5차선 삼거리 대기 신호 중 정말 젠틀한 한 중년 남자의 무단횡단을 목격하며 생각은 점점 더 확장 되고 이어져 나의 어리석고 불편했던 비윤리적 태도의 상기와 아이에 대한 노파심에 짧지만 다시금 심기일전하여 생각과 마음을 다듬어가는 시간을 맞이했다.
모름지기 어른이라면 옳은 일을 해야하고, 더욱이 부모라면 훌륭한 면모를 갖춰 아이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사실 작은 사사로운 감정에 유혹되는 것이 사람인지라 내면에 잠재한 도덕성에 대해 누구는 옳고 무엇이 잘못 되었다 꼬집어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내면은 늘 자아와 부딪힌다.
특히나 아주 사소한 유혹과 열망하는 것, 또는 이익 앞에서는..
모른척 끌여가듯, 그 상황엔 어쩔수 없었다는 자기합리화로, 그리고 나 하나 쯤은 괜찮겠지라던지 또는 이번 한 번만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우리는 자신의 윤리적 자아와 비윤리적 자아 앞에서 살면서 크고 작은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감자 한 봉지’에 윤리적 태도를 담아 청소년의 자아와 성장, 윤리와 가족애에 대해 풀어 쓴 책으로 읽는 동안 나는 각개 가족의 상황과 마음에 감정이입이 되어 엄마가 되기도 하고, 아빠가 되기도 하며, 큰 딸과 작은 딸이 되어본다.
가세가 기울어 500원, 1.000원을 아껴야하는 상황에 오늘도 엄마는 어떻게 가계를 꾸려 나갈지 계산하고 고민하고 계획한다.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버스로 네 정거장 떨어진 새봄 시장에 진주는 아픈 엄마를 모른척 하지 못하고 함께 동행한다.
진주가 든 감자 봉지 하나, 그리고 엄마 손에도 들려있는 또 다른 감자 봉지 하나.
계산 정확하기로 일등인 엄마. 주고받는 것도 확실한 엄만데 엄마는 분명 감자 한 봉지 값만 치렀다.
‘이상하게 감자만 비싸게 받네. 그 아저씨가….”
진주는 식탁에 놓인 감자가 먹기 싫고, 시장에 따라간 것이 후회가 되었다.
이번엔 아닐거야 기대도 해보고 오늘은 냉장고에 감자 리스트가 없길 바라도 보고, 친구와 약속을 핑계로 피해도 본다.
식판에 올려진 감자를 정말 싫어하는 브로컬리와 바꿔도 먹어본다.
하지만 사건은 되풀이 되고, 급기야 도매 아저씨에게 발각이 되어버리는데….
감자.
감자를 좀처럼 좋아하지 않는 나는 좀 더 저렴하고 맛있으면서 건강하고 친숙한 식재료를 떠올려도 보지만, 이유가 있을 작가님의 소재 선택에.. 왜 감자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감자는 자신을 잘라서 또 다른 감자를 키우는구나.”
볼품 없고 투박하지만 저장성이 좋고, 다양한 맛별 요리가 가능하며 필링을 하면 겉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의 감자가 떠 올랐다.
우리는 감자와 똑같다.
감자가 다른 감자를 키워내듯
나의 행동이 또 다른 행동을 키우고,
우리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키운다는 점에서…
5학년(글 속에서 추정되는) 은진주는 논술 학원에서 자꾸만 없어지는 사이펜 도둑의 마음도,
감자 한 봉지 가격인 동시에 죄책감의 크기인 용돈 삼천원.
오주문으로 콜떡이 나와 천 원을 내밀지만 안전하게 지켜진 천원의 의미와 가치를 느끼는 자신도,
결국엔 모두 같고 잘못 할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중요한 건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 것과 흩어진 마음을 모아 이어야 하는 것도 자신 만이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깨닫는다.
그런 것 같다.
사실은 사람에 대한 감정이 (소히 부모와 자식간에는 공부나 핸드폰, 돈 등의) 물건으로 비롯된 트러블이 엄마와의 사이를 벌어지게하는 죄없으나 미운 ‘감자’ 같은 것들이 홀대를 받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아무에게도 말 하지 못하고 혼자 가슴앓이하고 진주의 마음 고생을 시킨 감자는
당장엔 그 거리는 멀겠지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지내다보면 그 언젠가 ‘감자’가 훨씬 더 편해질 날이 올 것이다.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진주라 안쓰럽기도 했지만
옳은 일을 하지 못했어도 최소한의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며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