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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3월
평점 :
주요 포인트는?
사실 이 소설을 친절하다고 전언하기는 어렵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그 사건’이 등장하기까지 초반부가 쉽게 와닿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용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사건의 발단이 되는 초반부의 ‘사고’가 중요하다고 받아들여지지는 않기 때문인데, 하지만 그런 불편함까지 잘 이겨낸다면 그 이후의 스토리에 접어들면 그것과 별개로 읽어나갈 수 있다.
다만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 잠깐씩 멈칫할 만큼 인물의 심리가 과할만큼 길게 묘사되는 건 읽기 전부터 단단히 각오해야 할 듯 하다. 다만 꼭 강조하고 싶은 건 책의 전면에 내세운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너무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와 B 두 사건을 해결 하고보니 C가 원인이었고, 그 내면에 D가 있더라”정도의 켜켜히 쌓인 반전이 아닌 ‘A의 사건 전개에 B가 있고, 그건 B’이기 때문이었다” 정도의 수준 정도로 생각하는 게 맞겠다.
인물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주요 사건으로 접어들면서 시작부터 심각하게 생각하는 ‘조’의 염려와 고민에 대한 ‘클래리사’의 반응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조’의 심리상태에 문제가 있는 건지 의심하게 되기도 하고, 후반부 닥쳐오는 이야기가 반전된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지기가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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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일어서진 않았다. “당신이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난 솔직히 모르겠어. 어느 불쌍한 친구가 당신한테 첫 눈에 반애서 쫓아다니고 있다고 쳐. 에이, 그냥 웃긴 일이않아 조!. 나중에 친구들한체 자랑할 재미난 이야깃거리라고. (중략) 너무 신경쓰지마.”
P. 91
이런걸 보면 역시 사람 일은 한치 앞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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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위한 극단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제드’의 극단적인 행동에 공감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그러고보면 출판 제목인 ‘견딜 수 없는 사랑’은 정말 잘 지은 제목이다!
인상깊은 부분은?
인간심리를 심리학자들의 여러 의견을 통해 깊이 파고드는 건 아니지만, ‘사랑’과 ‘인식’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만한 여지를 두는 내용이다. 다만 그것이 ‘이성’과도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는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굉장히 차이가 클 것 같다.
소설로써 장점을 보다면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마지막에 일부를 할애하면서 정리한 건 좋았다. 특히 초반 ‘존 로건(John Logan)’의 사망과 그의 따른 아내 ‘로건 부인’의 만남은 또 다른 이야기로 확장되기를 살짝 원했지만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후반 부 인물의 진상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되는 건 예상을 벗어났지만 꽤 좋은 마무리이기도 했다.
중간중간 낭만주의 대표시인 ‘존 키츠’부터 시작해 ‘허블 위성’, ‘양자역학’ 등 다양한 과학에 대한 부분까지 등장한다는 건 ‘조’와 ‘클래리사’의 일과 그에 기반한 두 사람의 가치관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들의 현재와 과거를 상세하게 다룬것과 반대로 다른 인물들의 정보(직업이나 하는 일 등)가 너무 짧게 그려진 건 캐릭터를 너무 쉽게 소비한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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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날 미소에 관한 긴 글을 시작하려고 계획했었다. 미국의 한 과학잡지는 편집자가 ‘지적인 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에 관한 글로 창간호 전체를 채우기로 기획했다.
(중략)
몇 년 전만 해도 과학 도서 편집자들의 머릿속은 오직 카오스로 가득차 있었다. 지금은 신다윈주의와 진화심리학, 유전학의 새로운 견해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도 그들은 무릎을 쳤다. 나는 불평하지 않았지만-출판업이 잘되면 좋은 거니까-클래리사는 시류에 편승한 그런 프로젝트를 싫어했다.
P 108 ~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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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인다면?
1. 이미 2004년 제작된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영화가 있다! 궁금하시다면 찾아 보시길 권한다.
2. 내용만으로 본다면 지금의 1/3 정도로 줄인 단편 소설로 쓰여진게 더 밀도있게 쓰여졌을 것 같다.
3. 인물의 갈등,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한 종류가 묘사되는 심리 소설을 워한다면 추천, 한가지 주제를 관통하여 범인을 찾는다거나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스릴러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복복서가/인디캣'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