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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낭군가 - 제7, 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6
태재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2월
평점 :
주요 포인트는?
<좀비 낭군가>의 좀비들은 다양하고 새롭다. 하지만 동시에 기억해야 할 건, 세상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건 없다는 아쉬움이다. ‘좀비’라고 하는 캐릭터 자체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인 만큼 그걸 인지하기 위해선 기존의 이미지 또는 발생 설화에 기인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쉽게 떠올려야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그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캐릭터인 건 장점이지만 이미지에 덧씌워진 만큼 어떻게 해도 기시감을 지워내긴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래도 그런 고정관념 속에서도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그걸 읽는다는 건 독자로써 재밌는 경험이 된다.
다만, 7개의 이야기 중에서 이전의 작품들이 reference가 된 듯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메탈의 시대>는 영화 <웜바디스(Warm Bodies, 조나단 레빈 감독, 2013)>의 인간적인 좀비 설정과 유사하고 <화촌>은 영화 <미스트(Mist,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 2008)>의 배경 및 설정과 느낌이 비슷하다. 또 <침출수>는 기존의 변이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들과 이야기 흐름이 비슷하긴 하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완전한 새로움이 아닌 것을 찾기 위해 후벼파는 비평보다는 ‘봄지’라는 캐릭터를 이야기에 녹여 낸 작가들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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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워억, 그르르륵….”
나에게서 튀어나온 소리에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박았다.
‘왜 이러지? 목이 잠겼나?”
믿고 싶지 않은 상황에 한참 입을 막고 있다가 플래시 불빛이 약해지는 걸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시몬! 영환아! 대답해 봐!
”구르륵, 그웍, 끄어어!”
또다. 또 괴성이 튀어나왔다. 목이 잠긴 것도 쉰 것도 아니었다. 이건 내가 내는 소리가 확실했다.
문득 감전되면서 옆구리 닿았던 싸늘한 감각이 떠올랐다.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 대사 피에 젖은 얇은 옷감과 그걸 뚫은 이빨 자국이 느껴졌다.
<P.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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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모아진 7개의 작품을 굳이 등수를 매길 필요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좀비 낭군가>와 <각시들의 밤>이 재미있었다. <좀비 낭군가>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조선시대가 배경인 것도 신선하고 꽤 매력적이다. 인물 변화도 다채롭고 이야기도 속도감이 있어 흥미진진한데, 무엇보다 '진주 낭군가'의 활용이 기막힌데 남편이나 매향이 캐릭터에 이야기를 더해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각시들의 밤>은 꽤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는 이야기라서 예측을 하지 못했다. 마을의 비밀과 숨겨진 다른 비밀, 그리고 그걸 감추기 위한 또 다른 비밀을 풀어내기엔 조금 짧게 느낄 정도로 재미있었는데, 섬의 ‘그 날’ 이후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좀비낭군가>와 더불어 극화하기에 충분한 설정과 인물이 등장하는만큼 꽤나 흥미진진하다.
모두 중/단편인만큼 이런 단순화된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이 작품들을 쓴 작가들의 장편 또는 새로운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인상깊은 부분은?
2015년에 <The 좀비스>라는 중/단편집이 나왔는데, ‘스티븐 킹’을 비롯한 유명 작가들이 꽤 참여한 작품집이었다. 아마도 그 책과도 궤를 함께한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한국 작가들도 충분히 그에 필적하는 작품들을 만들어내니 좋았고, 그리고 매년 이렇게 다양하게 이야기를 발굴한다는 건 기대할만하다. 좋은 기회로 읽게 된 이번 작품집을 빌어 이전에는 몰랐던 공모전, 그 이전 작품집인 <섬 그리고 좀비>와 <옥상으로 가는 길 좀비를 만나다>로 이미 출판이 되어 있어 일거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
덧붙인다면?
1. ‘진주 낭군가’라는 구전 민요가 진짜 있는건지 궁금하다!
2. 각 챕터를 나눠 읽을 만큼 시간이 많지 않고 호흡이 짧아 쉽게 몰입 가능한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 좀비를 싫어하거나 호흡이 긴 이야기를 즐긴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