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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굴의 눈 ㅣ NEON SIGN 5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월
평점 :
주요 포인트는?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재복과 가진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 그리고 길게 그려지진 않지만 나름대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세중과 진우의 과거, 그들과 연결되어 있는 해른과 환의의 이야기가 끝맺음으로 가는 방식은 앞서 무작위로 흩어놓던 이야기들을 모아 하나의 결말로 가는 역할을 한다. 이미 이야기 시작부터 주인공이라는 걸 인증하고 시작하는 ‘해른’, 그리고 ‘부굴의 눈’에 접속하는 이유가 되는 ‘엄마’ 그리고 상관없을 것 같던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묶이는 걸 차근차근 읽어나가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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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한번 미래를 보면 계속 보게 될 수 밖에 없구나. 어쩧게든 바꾸려고 하니까. 일단 본 것을 보지 않은 것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해른은 미래를 보는 순간 미래가 정해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보았기에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죽었다. 모든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미래는 해른의 목적으로 정해졌다. 그래서 <부굴의 눈>에는 과거라는 항목이 없다.
P.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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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너무 컴팩트하고 전체의 글 편집형태를 봐서 중편 정도의 분량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그런 것 치고는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다. '부굴의 눈'이 제공하는 옵션이 미래, 복수, 방어, 침범, 회복 이 5가지이고, 각 등장인물들 간에 교차되는 공격과 방어, 그리고 복수와 망각을 고려할 때 주요 등장인물이 5~6명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처음엔 '부굴의 눈'이 정확히 무얼 하는건지, 왜 앞으로의 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이해하려고 했지만, '구주'와 사건의 발생 이전에 보이는 어떤 '징조'들이 등장하면 ‘미래’라는 배경은 좀 흐려기 시작한다. 어떤 사용자의 모든 정보-물론 허가가 필요하다-가 데이터화되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시대에 아무때나 나타나는 불가사의한 징조와 현상이라니. 이는 과학이나 기술과는 마주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인상깊은 부분은?
앱에 접속한 사람들에게는 과거에서 비롯된 수많은 사건과 경험, 생각들을 조합하고 그것으로 그 사람에게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인데, 그런게 실제 가능한지 따지는 것은 사실 소설만으로 무의미하긴 하다. 이 소설이 지향하는 건 미래의 신기술이 보여주는 SF가 아니라 그것에 기반한 오컬트 장르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컬트'에 대해선 작가가 책 속에 상세히 설명했으니 따로 분석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등장인물들이 마주하는 사건과 결과에 대해선 '일어날 수 없다'거나 '일어나는게 불가능하다'라고 할 정도의 일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시작은 'SF'이면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찾아가는 '추리물'에 '오컬트'가 양념을 한 이야기 전개로 생각하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 것이다.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미래’의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모티브, 거기에 AI와 자각몽이 필요하다는 설정은 신선하기는 하다. 하지만 ‘주구’라는 중요한 수단이 너무 쉽게 사람들에게 노출 된다거나, 복수와 방어가 무한반복 될 수 있다는 맹점, 게다가 앞서 얘기했듯이 ‘오컬트’를 접목하다 보니 물리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어색한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한다는 것들은 전반적인 구성에서 아쉽다. 차라리 인간의 두뇌이상으로 자각한 AI의 적대적인 인간대상의 극악한 테러 쪽이 나았을 거라는 아쉬움 역시 함께 한다. 그럼에도 작가 역시 새로운 도전과 신선한 소재에 대한 도전이었던 것 만큼 향후에는 더 좋은 소재와 결말이 그려지는 소설을 기대해본다.
덧붙인다면?
1. 책이 참 아담하다. 앞으로는 이런 사이즈의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3. '세중'과 '진우'의 이야기가 더 많았다면 뒷 부분에 더 극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였을 것 같다.
3. SF와 오컬트의 조합, 새로운 AI의 이미지가 어떨지 궁금하다면 추천, 타임슬립에 의한 과거-미래가 뒤바뀌는 반전스토리를 기대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네오픽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