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스토리콜렉터 75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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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용은?

잠깐 만난 해군과 함께 한 며칠 이후 임신을 하게된 '나'(애거사)는 출산일을 기다리며 교외 슈퍼마켓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거기서 일을 하면서 알게된 '메그'와 안면을 트게 되는데, '메그'는 유명한 블로거인데다, 멋진 앵커 남편이 있고, 귀여운 두 아이들까지 있는 부유한 삶을 살고 있었다. '나'는 '메그'와 가까워 지면서, 그녀의 삶이 더욱 완벽하다고 느끼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메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며 그 삶이 나의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인상깊은 부분은?

마이클 로보텀은 ' 조 올로클린 시리즈'와 더불어 범죄/스릴러 소설로 꽤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작가다. 범죄가 주인만큼 인간의 잔혹하고 냉정한 모습을 꽤 강하게 그려내는 작가인데, 이번엔 그보다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메그'와의 대면에서도 '못생기지는 않았지만 딱히 예쁜 편도 아닌, 정확히는 위협적이지 않은' 내가 바라보는 '죽여주게 매력적인' 그녀라고 말하는 건 자기비하이면서 부러움이 극대화된 마음인 것이다. 본인에게 닥친 난처한 상황에 불만, 거기다 임신이라는 동일한 조건위에서 보이는 시샘어린 시선과 그 대척점에서 보여지는 상황이 이미 어떤 사건이 기다리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메그와 대화다운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안면을 텄다. 우리는. 나와 메그는 친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메그와 똑같아질 것이다. 사랑 넘치는 가정을 꾸리고 남편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우리는 요가 수업을 같이 듣고 레시피를 교환하고  금요일마다 아이 엄마 모임을 가지고 함께 커피를 마실 것이다.

P.17

이 부분에서 보면 본인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는 점이 느껴진다. 지금이 아닌 미래를 그리는 시선, 이중에 갑작스럽게 그녀와 같아진다는 다짐이 부러움보단 서늘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앞서 얘기했지만 '욕심'보다는 '결핍'에서 온 마음이 더 크다고 생각되는데, 결핍의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자세히 얘기할 순 없지만 '나'(애거사)도 사춘기 시절부터 겪은 큰 상처가 인생을 바꿔 놓았다. 어리고 약한 존재. 그것을 가능한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애거사가 감내해야 했던 아픔들은 공감할 순 없지만 이해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인의 애정에 목말라하고 오히려 그럴수록 멀어지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메말라가는 것이 느껴지며 오래 생각하게 된다. 


'메그' 역시 모든 사람이 부러워 할만한 삶을 살고 있지만 실제 안을 들여다 보면 절대 그걸 누리고 살지는 못한다. 이미 충분히 귀여운 두 아이, 그런데 곧 출산하게 될 셋째 아기. 이 한가지 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행복하지 않은지'를 알 수 있다. 그것에 대해서만은 "이해는 하지만 용서는 못한다"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많은 것 같은데, 사람들이 생각이 다 같지는 않으니 뭐 여기까지.

그래서 '애거사'가 '메그'의 집을 멀리서 또는 조금 가까이서 바라보며 보여지는 행복한 삶이 '메그'를 정확히 이야기 해주는 것 같다. 멀리서는 무한정 행복해 보이지만 가까이서는 그렇지 않다는 걸 들킬 수도 있을 거라는 조심스러움처럼 말이다.


제목에서 보이듯이 '다른 사람의 삶을 훔친다'라는 기본적인 이야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나같은 경우, 처음엔 몇 년 전 개봉했던 영화 '테이킹 라이브즈'(D.J. 카루소, 2004)같은 서사가 떠오르긴 했는데, 읽으면서 역시 그것과는 다른 감정선이 있다는 걸 깊이 느꼈다. 무언가를 더 갖겠다는 욕심보다는 갖지 못한 것에서 오는 결핍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먼저 느껴진다랄까. 


여성이 주인공인데 심리적인 부분이 굉장히 잘 표현되어 있다. 섬세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여성으로써 느끼는 바에 대해서는 가능한 깊게까지 동감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옳은 일을 한 것인지, 내 딸이 행복할지, 내 딸이 나를 생각할지.

아기를 포기하는 모든 어머니가 그런 질문들을 품지만 내게 그 질문들은 더욱 크게 울린다. 내게는 그 고통을 달래 줄 다른 아이들이 없기 떄문이다. 내 딸은 이제 스물세 살 일 것이다. 대학에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략) 내게는 내 딸을 찾을 법적 권한이 전혀 없지만 이제 그 애가 열여덟 살이 넘었으니 나를 찾을 수도 있다. 그것이 내 희망, 내 꿈, 내게 등을 돌린 하느님께 올리는 대 기도이다. 어느 날엔가 문을 열면 그 애가 계단에 거 있기를 소망한다. 나는 그 애에게 널 버리지 않았고 22년간 줄곧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다고 말할 것이다. 내 딸...내 첫 아이...살아남은 아이.

P. 211  


다만 두 여성에 대한 심리나 시각이 주 내용인만큼 남자들은 크게 역동적이지 않다. 원인제공자? 아니면 방관자 정도의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무언가 더 큰 역할을 기대하진 않아도 되겠다. 이 두꺼운 책에서 두 여자가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생각된다. 중간중간 발암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답답하고 무지한 남자인간도 등장하는데 뭐 그정도는 얼마든지 다른 소설에서도 볼 수 있으니 그냥 장애물 정도로 생각해도 좋을 듯 하다. 다만 여자의 적은 여자여야 하는가? 하긴 그게 아니라면 대부분 치정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패쓰!


엄청난 트릭도, 기가 막힌 액션도, 잔인한 범죄도 없지만 읽어나가면서 말 한마디 생각 하나에도 다음이 기대되는 부분이 많다. 전문가이지 않기 때문에 투박하고 어설픈 행동들. 그런 것들을 쉽게 넘길 수 없는 것은 '애거사'가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들 때문이다. 행동은 좀 어설플지 모르지만, 상황을 인지하는 감각과 의지만은 그냥 무시하기엔 정확하고 깊다.


나름 반전이 있지만 그걸 알아내기 위해 전전긍긍 할 필요는 없다. 이미 중간 부분까지 읽으면 왠만한건 작가가 다 술술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가고자 하는 건 끝까지 주인공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함께 느끼고 공감(아니면 혐오나 경멸이 될 수도 있겠다)나 하기를 바라는 것이지 눈부신 반전이 아닌 것이다. 

“헤이든이 출산일에 맞춰 집에 올 거야.” 콜 부인이 선포한다.

나는 입을 쩍 벌린 채 부인을 응시한다.

“그 애가 가족 연락부서에 이야기해서 상황을 설명했대. 해군은 보통 인력이 복무기간 중에 중단하는 걸 허락하지 않는데 그 애한테는 허가를 내줬다지 뭐니. 정말 좋지 않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줄스가 내 팔을 붙잡아 나를 앉혀준다.

“이런 맙소사, 정말 미안하다.” 콜 부인이 말한다. “내가 충격을 줬구나. 조심했어야 하는데.”

(중략)

나는 토끼굴로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다. 평행세계로 추락하는 것을 멈추려 애쓰고 있다.

“그건 안 돼요!” 

콜 부인이 말하다 말고 멈춘다. 줄스가 찻주전자에서 고개를 돌린다. 내가 설명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P. 144

과연 이 부분에서 어떤 향후 전개를 읽을 수 있을까? 즉,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라 앞으로 이야기를 이어 가기위한 반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앞에서부터 천천히 읽어간다면 어느 순간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앞뒤를 잘 이해하며 보아야 하겠다.


어쨌든 ‘완벽한 삶’을 갖고자 했던 그녀, 애거사에게 공감을 가질 지, 혐오를 가질지, 아니면 그냥 연민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 내가 한참 책을 읽으며 예상했던 것처럼 이야기는 결론을 위해 달려간다. 그 결론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지는 오롯이 마지막 책장을 덮는 사람이 느낄 그 마음일 것이다.

“내일 뭘 하고 싶어요, 애거사?” 콜린이 물었다.

“여기는 요가와 필라테스가 있고 아니면 온실에 뭔가 심어도 돼요.”

“아 저는 그럴 수 없어요.” 내가 말했다. “딸이 저를 보러 올거예요. 그 애는 리즈에서 먼 길을 와요.”

“따님 이름이 뭔가요?”

“저도 몰라요. 하지만 그 애는 무척 예쁘고 영리해요. 여기 도착하면 자기 이름을 말해줄 거예요.”

P. 574

책을 다 읽은 독자라면 위 대화가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것이다. 그냥 평범할 수 있는 대화이지만, 그 안에 애거사가 갖고 싶었던 ‘삶’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그 삶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삶은 없다는 걸, 그리고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걸 담담하게 이야기 해주는 부분이다.(사실 이 부분 뒤엔 많은 내용이 있진 않다. 그래도 이 부분쯤 되면 책의 마지막에서 더 여운이 남는다)



덧붙인다면?

1. 상대적으로 ‘메그’에 대한 내용을 많이 못쓴 것 같다. 이 인물도 할 말은 꽤 많을텐데 애거사에게 집중되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부족한 듯 하다. 어쩌면 일반 독자들은 ‘메그’의 행동에 더 이해할 수도 있겠다.


2. 책이 두껍고 무게감도 있지만 잘 읽히는 편이다. 드라마를 보듯이 장면 전환도 많으므로 가능한 정독을 권하고 싶은데, 조금은 흔한 소재, 익숙한 흐름. 중간중간 기시감이 드는 곳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애거사는 갈등주체로써 충분히 매력적이다.


3. 소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왜 책을 읽으면서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2018, 폴 페이그 감독)가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주인공으로 여자 두 명이 나와서 그런가?!

 

4. 심리묘사와 인물사이 갈등구조가 주는 긴박감있는 스토리를 좋아하거나, 기존 여성들이 조연으로만 머물러 있는 답답한 스릴러가 무미건조했다면 추천, 급격한 사건 전환을 즐기고, 강렬한 반전과 무지막지한 살인범이 활개를 치는 미스터리 소설을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북로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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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죄 : 프로파일링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박소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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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읽은 책은?

작가 : 레이미 (박소정 역)

제목 : 심리죄(프로파일링)


서양이나 동양이나 악덕/잔인한 범죄는 끊이지 않는 것 같다. 때로는 뉴스에서 다뤄지는 소설이 현실보다 더 무서울때도 있고, 소설속 이야기가 현실과 비슷해질 때 더 섬짓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소설은 처음엔 도시괴담 같은 시작으로 마지막은 언젠가 일어났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될만큼 현실적인 범죄이야기다.



ii. 내용은?

J시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시체의 피를 마시는 것. 경찰은 수사에 난항을 겪다가, ‘타이웨이’ 형사가 전에 어려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 대학원생 '팡무'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의 프로파일링으로 범인의 실체에 접근한다. 수사에 속도가 붙고 용의자를 좁혀가는 와중, 이 사건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며, 이후이전과는 다른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iii. 주요 포인트는?

줄거리로만 봐선 ‘괴담’에 어울리는 조금 괴짜인 ‘프로파일러’와 그를 전적으로 믿는 형사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 다른 어떤 서평에서는 ‘버디 무비’같다라고 표현한 분도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해결은 주인공인 ‘팡무’의 몫이고, ‘타이웨이’형사는 그저 범위 집행인일 뿐이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팡무’쪽으로 집중하고 책을 읽는게 좋을 것 같다.


사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줄거리에 표현한 한가지가 아니다. 저것이 만약에 범죄의 전부라면 그 범인은 온갖 사연과 슬픔, 괴로움, 고뇌가 전부 들어가 있어야 할텐데 다행히 그냥 제 정신이 아닌 범죄자일 뿐이다. 정확히 밝힐 수 없어 아쉽지만, ‘흡혈귀’라는 별명이 붙은 범죄자는 사건의 도입부로써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기 위한 큰 다리라고 보면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나중에 나오는 최종 범인-이렇게 얘기하니 게임속 최종스테이지 대마왕 같이 느껴지지만 막상 읽다보니 그런 느낌이 든다-이 언급한 것처럼 ‘좀 더 성숙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고 너무 빨리 사라진 것도, 그리고 나름의 히스토리도 부족한 감이 없진 않다. 하지만 앞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그 범인을 잡는 것도 굉장히 스릴감 있다는 점!


꽁꽁 숨겨둔 범인과 앞서 나왔던 이야기들의 연결성까진 이해할 수 있겠는데, 너무 갑자기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에 이전에 해오던 ‘추리’는 깡그리 잊혀진다. 차라리 앞에 단서를 좀 더 두었다면 좋았을텐데 워낙 겉돌던 인물이어서 그런지,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그 사람이 나왔던 부분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근데 문제는 그런 부분을 정확히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게 아쉬운 점이랄까? 하지만 반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것과는 별개로 깜작 놀랄 정도이긴 하다. 이게 바로 이 소설이 강조하려고 한 ‘장치’일수도-



iv. 인상깊은 부분은?

책에서 묘사하는 살인 장면이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묘사된다. 그렇다 매우 잔인하다. 심장이 뛰고, 책을 덮고 싶을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런 정도의 묘사가 한 책에서 자주 나오긴 쉽지 않을 것도 같다. 그만큼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의지가 잘 표현되고, 그만큼 다양한 프로파일링하는 장면이 나와서 읽어나가기 쉽다. 그리고 중반 이후 reference화되는 ‘에드워드 게인’, '해럴드 시프먼', ‘미야자키 쓰토무'같은 연쇄살인범에 대한 이야기들은 독자적으로도 많은 매체가 있을만큼 실제 있던 사건들을 대입시켜 훨씬 긴장감을 더하면서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팡무’가 대학원생이면서 프로파일러인데, 사실 이정도면 프로파일러가 아니라 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 앞부분에 예전 사건 해결에 대한 부분도 나오는데 그건 약-간은 오버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게 아니라 차곡차곡 범인에 대한 걸 프로파일링하다가 갑작스럽게 범위를 확 좁히는 부분이 너무 드라마틱했다. 그 사이 뭔가 하나가 있었다면 아주 좋은 추리였을 것 같은데 아쉬웠다. 그래서 이후 사건의 프로파일링은 조금 더 자세히 보면서 같이 생각해보기도 했다.

단추요. 현장에 있던 피해자의 나이는 30세 전후인데 만화캐릭터가 있는 단추를 쓸 리 없잖아요. 현장에는 그 단추가 어울리는 옷도 없었구요. (중략)

아뇨. 단추에 먼지 하나 없었어요. 게다가…피해자는 이 집에 막 이사왔을거예요. 짐 가방을 열기도 전인데 바닥엔 옷이 막 흩어져 있고 가방은 사라졌죠. 주방엔 칼 하나가 비었고요. (중략) 범인이 피를 마신 흔적은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어요. 그건 범인에게 더 매력적인 피를 찾았다는 뜻이고, 그 목표물을 가방에 넣어간 거예요.

P. 55

명탐정 뺨치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전후에 벌어지는 사건을 모두 보고 나면 약간은 말 그대로 ‘약 빤 프로파일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것만으로는 단편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뒤로 갈수록 범인을 향한 프로파일링이 빛을 발하는 부분도 있고, 의외로 그게 잘 들어맞지 않아 더 현실적이므로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이 소설이 작가가 쓴 시리즈물의 하나라고 알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 번역이 이 한편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소설의 앞 뒤에 어떤 사건들이 생기고 그래서 주인공의 심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알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 좀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냉정한 프로파일러가 예전 사고-정확히 표현이 어렵지만 아무튼 매우 가까운 사람을 잃게 되는 큰 일-를 겼은 후 감정적이 될 수는 있으나, 중간중간 너무 북받치는 감정을 표현하다보니 낯설게 느낄 수는 있을 것 같다.

하늘이 내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면 난 아무일도 없던걸로 해달라고 할 것이다. 천시를 몰랐던 그때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그만 생각하자. 팡무는 어느새 눈가가 촉촉ㅎ져 있었다. 과거와 작별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모든 걸 잊는게 맞았다. 정신이 희미한 가운데 팡무는 덩린웨 생각이 났다. 점심 때 분명 오랜 시간 그녀를 관찰했는데, 어떤 모습이었는지 조금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P. 102

---------- ---------- ---------- ---------- ----------

짧은 편지였지만 팡무는 꼬박 30분 가까이 편지를 읽었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전에 없던 한기가 느껴졌고 팡무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 잘된거야. 결국 이렇게 또 혼자가 되었다.

어쩌면 줄곧 혼자였을지도 모른다.

P. 450

냉정의 끝을 보이다가 너무 감성적인 부분이 나와서 그렇다면 원래 이런 사람인가?라고 생각이 들면서 인간적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이건 잠시 흔들리는 모습이고, 중바닝 지나면서 자기 주변인들에게 어떤 일이 생기면서 몇 차례 감정이 폭발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전 감정선에 비해 너무 드러냈다는 느낌은 들었다. 인간적인 모습은 옛연인 생각 정도면 될 듯 하다.


그리고 앞서 표현한 <최종 범인>에 대해서는 나름 중간중간 대화형식으로 보여지는게 있는데 소설이라는 매체라서 가능한 복선인 듯 하다. 다만 뒷부분이 되면 그 오고가는 대화들에서 안타까운 느낌이 많이 든다. (아- 멍판저ㅡㅡ;)


주인공이 펼쳐나가는 프로파일링이 흥미롭고 주변인들을 모두 활용하는 점이 아주 좋다.그리고, 닥쳐오는 위기와 절박함도 충분히 긴장감있게 보여주는 그리는 소설이기도 하다. 장르 소설로 미스터리/스릴러 소설로 분류되는 것 같은데, 그보다는 추리물쪽에 좀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해본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것으로는 대체적으로 그렇게 보는 건 어떨까?



v. 덧붙인다면?

1. 당연히 책을 읽으면서 이걸 원작으로 만든 영화도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줄거리로 보아선 이 소설에서 주요한 몇가지만 가져왔을 뿐 이 작가의 다른 소설들의 이야기와 섞어 놓은 것 같다. 오히려 ‘범죄를 추적하는 스릴러’가 아니라 ‘범인을 찾아가는 버디무비’ 컨셉인듯 하다. 내가 끌려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2. 등장인물에 ‘덩린웨’가 있다. 어떤 ‘사건’때문에 꼭 필요한 인물이긴 한데 ‘팡무’와의 이런저런 감정선은 뺴도 괜찮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잘 진행되는 흐름속에서 좀 튄다.


3. 처음 일본소설을 읽었을 때만큼 중국 소설 속 등장인물들 이름도 입에 착착 붙지 않는다. 주인공 이름이 쉽고, 같이 일을 해결하는 형사 이름도 받침이 없어 그런지 읽기도 이우기도 쉬웠던 것 같은데, 나름 중요한 사건에 연루되는데 지금까지도 주인공의 룸메이트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4. 범죄속에 숨겨진 단서들을 찾는 재미, 스릴러물 또는 범죄 해결을 위한 탐정물 같은 장르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 평소 명탐정 코난의 추리가 비과학적이며 유치하다고 생각한다면 비추천.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한스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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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화가를 찾아 떠나는 세계 여행 - 명화에 담긴 역사와 문화, 예술 이야기
이명옥 지음 / 시공아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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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그림들 중 사람들이 기억하는 작품들, 그중에서도 나라를 대표하는 화가들, 그리고 숨은 이야기들. 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작가들과 작품들인 것 같네요. 특히 제가 가봤던 몇몇 나라들에서 감상했던 빛나는 작품들은 그 때 기억도 떠올리면서 더 의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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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라이
헬렌 피츠제럴드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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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읽은 책은?

작가 : 헬렌 피츠제럴드 / 최설희 옮김

제목 : 더 크라이


스토리에 관해 이야기 하기 전에, 이 소설의 제목을 '더 크라이 The cry'가 아니라 '실수'가 되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에는 여러가지 실수가 등장한다. 어느 인물 한 명의 거대한 실수로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건 아니지만, 말 그대로 소소하고 작은 실수들이 다른 인물에게 영향을 미치며 그 파장이 점점 퍼져 나간다. 과연 그들은 어떤 실수를 한 것인가?



ii. 내용은?

조애나는 유부남인 앨리스터와의 사이에 얼마전에 태어난 아기 '노아'를 키우고 있다. 그들은 앨리스터의 전처 알렉산드라와 함께 살고 있는 딸 클로이의 양육 문제로 법정에 서기 위해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비행기에서 '노아'는 너무 울어서 조애나를 힘들게 하고, 가까스로 아기가 안정을 되찾은 후 공항에 도착해 자신들의 거처로 이동하던 중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노아'가 누군가에게 납치된다. 이 사건은 영아 유괴 사건으로써 나라 전체가 떠들썩해지는데...



iii. 주요 포인트는?

줄거리를 접하고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한 시점까지 내가 한 생각은 '아기는 누가, 왜 유괴한걸까?'라는 생각이 가득 차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앨리스터는 이미 전처를 두고 조애나와 바람을 펴서 이혼한 사이인데다 하는 일이 정치와 관련된 일(정당의 보좌관? 대변인?)이다보니 뭔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음모론의 향기가 가득했다랄까? 그런 면에서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플라이트 플랜'(Flight plan, 2005)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고 55 page가 넘어간 순간 "어?! 이건 그게 아니네?"로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처음은 아주 담담하고 처연하기까지 한 시작이었다.

그건 순전히 공항 보안요원의 잘못이었다.

만일 조애나가 줄 맨뒤로 가지 않았더라면, 만일 부츠에서 작고 투명한 100밀리미터짜리 약병 두 개를 더 사지 않았더라면, 만일 WH스미스 서점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작은 약병에 약을 옮겨 닮이 않았더라면, 만일 다시 한 시간을 더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 젖이 차올라 아픈 가슴을 참을 일이 없었더라면, 이 모든 일 중에 어느 거라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여전히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을 것이다.

P. 13


이처럼 다가 올 사건에 대해 먼저 얘기하는 건 그 뒤에 나올 사건에 대한 자기 반성의 그 어디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므로, 당연히 그것이 모종의 큰 음모와 관련된 납치와 그것들의 복잡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기나 긴 자기반성에서의 약을 다시 정리하기 위해 필요했던 일련의 행동들이 아무리 생각해도 납치와는 잘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조애나의 어떤 정신적인 문제는 아닐까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아이의 부재, 그것에 따른 새내기 엄마로서의 조애나의 심리상태. 과연 태어난지 1년이 안된 아기가 내 품안에 없는 상황은 어떤 마음일까? 이걸 상상을 하면 이해가 갈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때쯤 작가는 거두절미하고 이런 것에 대해 설명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설명한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복잡 미묘한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는 더 깊이 표현하는게 무의미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앨리스터가 휴대전화를 꺼낸 건 차에서 내리기 전이었나? 아니면 내린 다음이었나? 휴대전화는 이미 켜있었나? 신호가 잘 안 잡힌다는 걸 안 건 언제였지? "조애나, 신호가 안잡혀서 저쪽으로 가봐야겠어"라고 말했던가?

그 차에서 내려 울타리까지 걸어가는데 얼마나 걸렸지? 

10초? 20초?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했더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봤나? 

그녀는 뭘 보고 있었지? 앨리스터?

열 발자국 앞에 있던 십자가?

차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었나? 

피곤해 보였나? 아님 못생겨 보였나? 

정말로 자기 모습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나?

고개를 돌려 뒷좌석을 보지 않았던가?

왜 안 그랬지?

앨리스터가 울다리를 넘어가 들판까지 멀리 걸어나가서 소리쳤을 때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었나? 그래서 그녀가 차창을 내렸나? 언제 차량을 내렸지? 왜? 앨리스터가 뭐라고 하는지 들으려고?

P. 63

이처럼 사건 자체에 대한 어떤 대처가 아니라 불안하고 뭔가 정확한 것이 없는 상황을 끊임없는 의문으로써 지금 얻을 수 있는 또는 조애나가 얻고자 하는 답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름 이런 것이 이 소설이 너무 늘어지지 않는 것 같아 좋았다.


너무 머리를 써야 하는 소설인 건 아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독자들에게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시작한다. 실제 독자로써 알아가야 할 것은 각 등장인물들과 일어나는 관계다. 그와 함께 중반 이후에 조애나의 심리가 너무 급격하게 변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다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중반에는 여러 사람(특히 알렉산드라와 클로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잠시 조애나에 대한 집중이 떨어져서 그렇게 느낄 뿐 조애나의 심리상태는 똑같았던 것 같다.



iv. 인상깊은 부분은?

앞서 이 소설의 제목을 '실수'로 해도 좋을만큼 등장인물들의 실수가 많다고 했는데, 앨리스터의 전처인 알렉산드라도 자신의 딸인 클로이와 함께 살려 노력중이지만 도저히 술을 끊을 수 없어 사고들을 일으키고, 사회복지사 앞에서 여러가지 실수를 함으로써 딸을 키우기에 부족하다는 걸 보이기도 하고, 클로이도 할머니 집에 갔다가 술을 먹어 엄마인 알렉산드라를 매우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초반에 등장하는 비행기 승객들도 아기가 우는 걸 돕지 않음으로써 뒤에 일어날 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애나와 앨리스터는? 바람을 피우다 걸리고 이혼당한 것이 실수라고? 아니다. 그들의 실수는 너무 많고 중요한 것들이라 차마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비행기를 타려고 보안 검색대 앞에 서는 순간부터 실수였으니까. 그래서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실수로 쌓여진 결과물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아기를 잃어버린 순간의 감정은 잘 나타낸 것 같다. 내 아기가 길가에서, 그것도 잠시 비워둔 차안에서 사라진거라면 과연 그것을 실제로 인지할 정신이란 것이 있을까?

그녀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아기를 데려간 것이다. 그녀는 소리치기 시작했다. 

"우리 애 어디있어? 누구 지나가 사람 없어?" 앨리스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노아!"를 외치면서 혹시 의심스러운 차나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는 듯 도로 끝까지 뛰어갔다가 반대쪽으로 달려오는 걸 반복하고 있었으니까.

P. 106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 행동 자체가 이해 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읽는 동안은 보이는 걸 받아들였던 것 같다.


굳이 '여성작가'라고 칭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확실히 여성이 가진 섬세한 묘사가 군데군데 드러난다. 다른 소설가들처럼 웅장하고 돋보이는 배경묘사는 많지 않지만 인물들이 생각이 어떻게 변화되 있는지 너무 장황하지 않게 표현한 것 같다. 아니면 여자만이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감정의 표현이라고 해야할까? 읽으면서 '이건 1인칭 소설에서 많이 보던 느낌이다'라는 생각이 여러차례 들었다. 

그가 다가와 이마에 키스를 하고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차가 엔진소리를 내며 떠나고 그녀는 뱃속에서 느껴지던 감정이 뭔지 알았다. 앨이스터의 얼굴에 드러났던 표정과 관련이 있었다. 가벼운 욕지기가 일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그건 바로 그가 바람피울 때 보이던 표정이었다. 별 두 개짜리 호텔 방에서 자기 부인에게 전화를 걸 때의 바로 그 얼굴이었다. 

P. 291


------ ------ ------ ------ ------


계속 읽어갈수록 의심의 손가락은 그가 아니라 그녀를 향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유쾌하지 않은 글이 그녀를 향해 증오를 쏟아내고 있다는 데 대해 나는 그녀를 엄호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어 깜짝 들어 깜짝 놀랐다. 인터넷을 보지 말아야겠다.

P. 213


위 두 부분은 각각 다른 사람이 떠올린 생각인데, 아마도 그게 누구인지 대략 상상이 갈 것이다. 이와 같이 대비되는 사람들이 가진 심리를 교차시키며 비교하는 것도 좋았다. 


다만 상대적으로 남성인물에 대한 더 많은 묘사가 없는 건 좀 아쉬웠다. 우선 수많은 등장인물에 생물학적 남자가 많지 않다. 그렇다보니 남자그 느끼는 또는 남자가 생각해낼만한 결정적인 순간이 없다. 게다가 그나마 주요 인물인 앨리스터조차 행동이 대부분 추측과 기억에 국한된 장면들이 많아 심리적인 걸 보여준다고 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남자는 둘 중 하나가 될 수 밖에 없는데, 하나는 주요인물이 아닌 '그냥 스쳐가는 등장인물', 다른 하나는 '이유없이 그냥 나쁜 놈'이 된다는 것이다. 바람을 피워 전처와 이혼당했지만 그 전처 사이에서 있던 딸은 본인이 키우고 싶은 이기주의자이자 아기의 유괴조차 자신의 유명세로 이용하고 싶어 하는 인간쓰레기 수준의 인간이 되는건데..아- 이건 작가가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v. 덧붙인다면?

1. 나름 반전이 있어서 조애나의 아기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일어난건지, 왜 그런건지는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으며 최소한 3번정도는 놀라게 될 것이다. 반전에 한번, 그 이유에 한번, 그리고 마지막 주요인물의 선택에 한번. 감탄사로 하면 "엥 왜?", "아- 이런", "어라, 어라라?" 정도가 되겠다.


2. 영국에서 4부작으로 드라마화 되었다고 하는데, 한번쯤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케이블에서 방영할 것 같지는 않고...요즘 유행하는 OTT를 이용하는 방법뿐인가 싶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보니 배우들이 낯설기도 하고. 빠른 시일내 볼 것 같지는 않지만 어떻게 활자가 영상화되었는지 궁금하긴 하다.  


3. 전체적으로 많지 않은 분량, 빠른 전개와 섬세한 심리묘사를 좋아한다면 추천, 미스테리/스릴러 소설의 미덕이란 자고로 범인찾기이므로 증거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두뇌싸움 가득한 형태의 범죄소설을 찾는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황금시간 출판사'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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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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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읽은 책은?

작가 : 스티븐 킹(이은선 옮김)

제목 : 아웃사이더 #1


책을 읽으면서 한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이 글을 써 내려갔을까?' 특히 그 소설이 '서스펜스'나 '공포', '스릴러' 장르라면 그 작가는 어떻게 이런 많은 사건들을 떠올렸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 소설가는 1947년 생으로써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그 오랜 시간동안 시간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유행에 뒤쳐지지 않으며, 쓰는 작품들의 대부분이 영화화되는 작가라면? 대표작이나 그의 행적을 설명하는 건 그냥 사족일 뿐이다. 이번 책은 내가 굳이 설명할 필요 없는 '스티븐 킹'의 신작이다.



ii. 내용은?

오클라호마 주의 소도시 플린트 시티에서 열한 살 소년 프랭크 피터슨이 매우 잔인하게 살해된다. 용의자는 영어 교사이자 지역 어린이 야구단 코치를 맡고 있는 T코치, 테리 메이틀랜드이다. 형사인 랠프는 명백한 증거와 마을 사람들의 증언으로 그를 체포하지만, 용의자는 사건 당시 다른 도시에서 동료들과 모임에 참석했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연이어 나타난다. 점점 피해자 가족과 테리의 가족에게도 불행이 덮치는데... 같은 시간대에 서로 다른 두 장소에서 목격된 용의자는 과연 무엇인가?



iii. 주요 포인트는?

처음 읽으면서 '서늘하다'라는 표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스티븐 킹'의 모든 표현은 여전히 잔인하고 공포스럽다. 차마 여기에 옮길 수 없는 어린아이의 죽은 모습, 이건 팔다리가 잘린 것도, 목이 잘려 피가 솟아오르는 것도 아닌데 아마 읽는 순간 저절로 탄식이 나오게 될 것이다. 역시 스티븐 킹은 글 읽는 사람들에게 여유란 걸 주지 않는다. 어린 아이의 죽음을 목격한 형사와 범인이 누구인지를 인지한 형사 - 이 두 사람은 동네에서 서로 아는 사이다 - 가 그를 체포하기까지의 과정은 긴 수식이 없다. 범인으로 결정되기까지의 배경은 단지 몇몇 동네 사람들의 증언으로 묘사되는게 전부인데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명료하다.

앤더슨 형사 : 네 거의 끝났습니다. 그런데 준, 마지막으로 나랑 게임을 하나 하고 싶은데. 게임 좋아하니?

준 모리스 : 아마도요. 재미있는 게임이라면요.

앤더슨 형사 : 여섯 사람의 사진을 테이블 위에 펼쳐 놓을거거든...이렇게...다들 테리 코치랑 조금 닮았어. 이 중에서...

존 모리스 : 저분요. 4번. 4번이 테리 코치님이예요.

P. 46

----------  ----------  ----------  ----------

프랭클린 : 그럴 필요없어요. 저기 저 사람이예요. 2번. 저 사람이 T코치예요. 믿기지가 않아요. 리틀 리그에서 우리 아들을 가르쳤는데.

앤더슨 형사 : 저희 아들도 가르쳤죠. 감사합니다, 프랭클린 씨.

프랭클린 : 주사기는 너무 너그러운 처벌이예요. 밧줄로 천천히 고통스럽게 교수형을 당해야 해요.

P. 58


이 처럼 마을 사람들 몇 명의 진술조서 형태를 빌어 테리 메이틀랜드가 살인자로 몰렸는지 설명하는 것인데, 이같이 작가가 굳이 서술하지 않고 배경(또는 주변인물)을 활용해 묘사함으로써 나도 주변인으로 그 일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생각이 들게 한다. 결국 모든 걸 알고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자'처럼 사건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게 다르냐고? 나중에 이야기가 예상과 어떻게 다르게 진행되더라도 그저 놀랄 뿐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것을 원망하거나 답답해하지 않게 된다. 우리는 그저 '사건 참고인'이었을 뿐이다.


사실 이야기 자체에 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지만 안타깝게도 중간중간 서스펜스와 놀라움을 전제로 하는 포인트가 있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할 수 없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다만 그 어떤 독자가 읽더라도 이야기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곳으로 흘러가리라는 건 단언컨데 확실하다. 거기다 '테리 메이틀랜드'는 너무나도 확실하게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범인인 듯, 범인 아닌, 범인같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여느 범죄소설에서 보이 듯 지금의 사건과는 관련없는 또 다른 사건. 그리고 그 사건과의 생각지 못한 유사점.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어떤 전환이 책 읽는 동안 다른 생각을 못할 정도로 쏟아진다. 처음 읽기 시작하다가 100 page가 넘기 시작하면 아마 중간에 끊기는 어려울 것이다.



iv. 인상깊은 부분은?

처음엔 이 사건의 진실이 '목격자들의 범인몰이'로 생각했고, 그 다음엔 '테리의 쌍둥이' 정도로 생각하기도 했는데 역시 의미없는 것 같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수백만가지를 추측해도 '스티븐 킹'이 설계한 이야기를 적중하긴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 때문이기도 하다. 1, 2권이 나뉘어 진건 이유가 있어서겠지?!  


그리고 역시 이전의 소설들처럼 이번 '아웃사이더'도 끊임없이 인물들과 배경들이 함께 움직인다. 배경이라는 게 단순한 장소 묘사가 아닌 주변 인물, 그리고 어떤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어떤 것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장면전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턱- 턱- 턱

처음에 멀 캐시디는 꿈속에서 들리는 소리인줄 알았다. 새아버지가 그를 손 볼 준비를 하는 악몽속에서 들리는 소리인줄 알았다.

(중략)


턱- 턱- 턱 

멀은 꿈에서 깨어나려고 눈을 떴고 순간 아이러니를 음미했다. 그를 괴롭히던 개자식과 2400킬로미터, 아무리 못해도 그 정도 떨어져 있었건만...

(중략)


턱- 턱- 턱

경찰이 경찰봉을 떄리는 소리였다. 끈기 있게. 이제는 봉을 쥐지 않은 쪽 손으로 크랭크를 돌리는 시늉을 냈다.

(중략)


턱- 턱- 턱

그는 창문을 내렸다.

"안녕하세요 경관님. 제가 밤늦게까지 운전을 하다가 눈 좀 붙이려고 여기에 차를 댔어요"

(중략)


해리슨로의 경찰서에서 사회복지과 직원이 출동하길 기다리는 동안, 경찰은 멀 캐시디의 사진을 찍고 이를 잡고 지문을 채취했다. 지문이 사방으로 전송됐다. 그냥 일반적인 절차였다.

P. 190 ~ P. 195

다른 책 서평에서도 내가 언급한 적이 있고, 바로 위에서도 잠깐 썼지만 배경(또는 주변인물)을 활용해 사건을 묘사하는데 단연 최고는 '스티븐 킹'이다. 등장 인물이 슈퍼마켓을 갔다고 했을 때 걸어가며 생생하고 눈에 들어오는 야채코너에 어떤 야채가 있는지만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거기 있는 한 야채의 재배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처음 이 나라에 들어온 역사적 배경이 뭐였는지, 최근 보호무역같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가격이 인상되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로 그냥 야채가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 너무 작은 것에 신경쓰는 것 같다고? 아니다. 그럼으로써 어떤 것에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지, 왜 이런 배경을 써야 했는지를 함께 고민하도록 하는 것이다. 혹시 '스티븐 킹'의 최근 작품에서 이런걸 느끼고 싶다면 '미스터 메르세데스' 처음 11 page~24 page를 읽어보면 사건의 배경 자체가 이야기 진행보다 더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인물들, 특히 '테리 메이틀랜드'가 겪는 일들을 자세히 설명할 수가 없다. 중간에 어떤 일을 기점으로 모든 독자가 놀라게 되기 때문에 그걸 알려줄 수 없지만, 처음 썼던 '서늘하다'라는 표현과 함께 '스티븐 킹'이 인물에 대해 배려나 인정따윈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떠오를 것이다. 처음에 갖고 있던 '어떻게 이런일이'라는 궁금증은 그저 '아니 왜?'로 바뀌게 될 것이다.

"(전략)나는 죽이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말해봐요, 랠프....당신은 무슨 수로 양심의 가책을 덜 거예요?" 

P. 268

이 책을 읽은 사람만 알 수 있는 한 줄이 아닐까? 

결백을 주장하는 유치장안의 용의자가 형사와 나누는 이야기? 아니면 본인이 저지른 살인에 대한 강한 부정? 이 말이 나오기까지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읽어본다면 이 한 줄은 그보다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기도 했고.



v. 덧붙인다면?

1. 기다려왔던 '홀리 기브니'가 드디어 1권 마지막에 등장하는데 '빌 호지스 3부작'과의 연관성으로 '탐정소설'로써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탐정물은 3권으로 끝마치긴 아쉽다.


2. 본 소설도 판권 계약을 했고 곧 드라마화된다고 하니 그것도 기대된다. 얼마전 기사를 보니 배우들도 확정이 된 듯 한데, 예전에 '11 22 63'도 나름 재미있게 봤어서 드라마로써의 재미도 어느정도는 보장되지 않을까?  


3. 지명이나 사람 이름으로 잔재미를 주는 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처음 부분에 '리츠'라는 마을 주민의 진술서에 보이는 "리츠씨라는 호칭은 질색입니다. 크래커가 된 것 같아요" 라면서 심각한 이야기 속에 이런 유머라니-


4. '스티븐 킹'의 소설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단편적인 범죄소설이 지겨웠다면 강추, 단순한 수사물은 범인이 쉽게 예상되므로 더 이상 새로운 소설이 없었다면 그래도 추천. 피가 낭자한 정신이상의 범죄자가 나오는 자극적인 범죄물을 원한다면 비추.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 '황금가지 출판사'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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