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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죄 : 프로파일링 ㅣ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박소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3월
평점 :
i. 읽은 책은?
작가 : 레이미 (박소정 역)
제목 : 심리죄(프로파일링)
서양이나 동양이나 악덕/잔인한 범죄는 끊이지 않는 것 같다. 때로는 뉴스에서 다뤄지는 소설이 현실보다 더 무서울때도 있고, 소설속 이야기가 현실과 비슷해질 때 더 섬짓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소설은 처음엔 도시괴담 같은 시작으로 마지막은 언젠가 일어났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될만큼 현실적인 범죄이야기다.
ii. 내용은?
J시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시체의 피를 마시는 것. 경찰은 수사에 난항을 겪다가, ‘타이웨이’ 형사가 전에 어려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 대학원생 '팡무'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의 프로파일링으로 범인의 실체에 접근한다. 수사에 속도가 붙고 용의자를 좁혀가는 와중, 이 사건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며, 이후이전과는 다른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iii. 주요 포인트는?
줄거리로만 봐선 ‘괴담’에 어울리는 조금 괴짜인 ‘프로파일러’와 그를 전적으로 믿는 형사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 다른 어떤 서평에서는 ‘버디 무비’같다라고 표현한 분도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해결은 주인공인 ‘팡무’의 몫이고, ‘타이웨이’형사는 그저 범위 집행인일 뿐이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팡무’쪽으로 집중하고 책을 읽는게 좋을 것 같다.
사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줄거리에 표현한 한가지가 아니다. 저것이 만약에 범죄의 전부라면 그 범인은 온갖 사연과 슬픔, 괴로움, 고뇌가 전부 들어가 있어야 할텐데 다행히 그냥 제 정신이 아닌 범죄자일 뿐이다. 정확히 밝힐 수 없어 아쉽지만, ‘흡혈귀’라는 별명이 붙은 범죄자는 사건의 도입부로써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기 위한 큰 다리라고 보면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나중에 나오는 최종 범인-이렇게 얘기하니 게임속 최종스테이지 대마왕 같이 느껴지지만 막상 읽다보니 그런 느낌이 든다-이 언급한 것처럼 ‘좀 더 성숙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고 너무 빨리 사라진 것도, 그리고 나름의 히스토리도 부족한 감이 없진 않다. 하지만 앞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그 범인을 잡는 것도 굉장히 스릴감 있다는 점!
꽁꽁 숨겨둔 범인과 앞서 나왔던 이야기들의 연결성까진 이해할 수 있겠는데, 너무 갑자기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에 이전에 해오던 ‘추리’는 깡그리 잊혀진다. 차라리 앞에 단서를 좀 더 두었다면 좋았을텐데 워낙 겉돌던 인물이어서 그런지,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그 사람이 나왔던 부분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근데 문제는 그런 부분을 정확히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게 아쉬운 점이랄까? 하지만 반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것과는 별개로 깜작 놀랄 정도이긴 하다. 이게 바로 이 소설이 강조하려고 한 ‘장치’일수도-
iv. 인상깊은 부분은?
책에서 묘사하는 살인 장면이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묘사된다. 그렇다 매우 잔인하다. 심장이 뛰고, 책을 덮고 싶을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런 정도의 묘사가 한 책에서 자주 나오긴 쉽지 않을 것도 같다. 그만큼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의지가 잘 표현되고, 그만큼 다양한 프로파일링하는 장면이 나와서 읽어나가기 쉽다. 그리고 중반 이후 reference화되는 ‘에드워드 게인’, '해럴드 시프먼', ‘미야자키 쓰토무'같은 연쇄살인범에 대한 이야기들은 독자적으로도 많은 매체가 있을만큼 실제 있던 사건들을 대입시켜 훨씬 긴장감을 더하면서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팡무’가 대학원생이면서 프로파일러인데, 사실 이정도면 프로파일러가 아니라 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 앞부분에 예전 사건 해결에 대한 부분도 나오는데 그건 약-간은 오버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게 아니라 차곡차곡 범인에 대한 걸 프로파일링하다가 갑작스럽게 범위를 확 좁히는 부분이 너무 드라마틱했다. 그 사이 뭔가 하나가 있었다면 아주 좋은 추리였을 것 같은데 아쉬웠다. 그래서 이후 사건의 프로파일링은 조금 더 자세히 보면서 같이 생각해보기도 했다.
『단추요. 현장에 있던 피해자의 나이는 30세 전후인데 만화캐릭터가 있는 단추를 쓸 리 없잖아요. 현장에는 그 단추가 어울리는 옷도 없었구요. (중략)
아뇨. 단추에 먼지 하나 없었어요. 게다가…피해자는 이 집에 막 이사왔을거예요. 짐 가방을 열기도 전인데 바닥엔 옷이 막 흩어져 있고 가방은 사라졌죠. 주방엔 칼 하나가 비었고요. (중략) 범인이 피를 마신 흔적은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어요. 그건 범인에게 더 매력적인 피를 찾았다는 뜻이고, 그 목표물을 가방에 넣어간 거예요.』
P. 55
명탐정 뺨치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전후에 벌어지는 사건을 모두 보고 나면 약간은 말 그대로 ‘약 빤 프로파일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것만으로는 단편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뒤로 갈수록 범인을 향한 프로파일링이 빛을 발하는 부분도 있고, 의외로 그게 잘 들어맞지 않아 더 현실적이므로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이 소설이 작가가 쓴 시리즈물의 하나라고 알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 번역이 이 한편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소설의 앞 뒤에 어떤 사건들이 생기고 그래서 주인공의 심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알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 좀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냉정한 프로파일러가 예전 사고-정확히 표현이 어렵지만 아무튼 매우 가까운 사람을 잃게 되는 큰 일-를 겼은 후 감정적이 될 수는 있으나, 중간중간 너무 북받치는 감정을 표현하다보니 낯설게 느낄 수는 있을 것 같다.
『하늘이 내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면 난 아무일도 없던걸로 해달라고 할 것이다. 천시를 몰랐던 그때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그만 생각하자. 팡무는 어느새 눈가가 촉촉ㅎ져 있었다. 과거와 작별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모든 걸 잊는게 맞았다. 정신이 희미한 가운데 팡무는 덩린웨 생각이 났다. 점심 때 분명 오랜 시간 그녀를 관찰했는데, 어떤 모습이었는지 조금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P.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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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편지였지만 팡무는 꼬박 30분 가까이 편지를 읽었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전에 없던 한기가 느껴졌고 팡무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 잘된거야. 결국 이렇게 또 혼자가 되었다.
어쩌면 줄곧 혼자였을지도 모른다.
P. 450
냉정의 끝을 보이다가 너무 감성적인 부분이 나와서 그렇다면 원래 이런 사람인가?라고 생각이 들면서 인간적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이건 잠시 흔들리는 모습이고, 중바닝 지나면서 자기 주변인들에게 어떤 일이 생기면서 몇 차례 감정이 폭발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전 감정선에 비해 너무 드러냈다는 느낌은 들었다. 인간적인 모습은 옛연인 생각 정도면 될 듯 하다.
그리고 앞서 표현한 <최종 범인>에 대해서는 나름 중간중간 대화형식으로 보여지는게 있는데 소설이라는 매체라서 가능한 복선인 듯 하다. 다만 뒷부분이 되면 그 오고가는 대화들에서 안타까운 느낌이 많이 든다. (아- 멍판저ㅡㅡ;)
주인공이 펼쳐나가는 프로파일링이 흥미롭고 주변인들을 모두 활용하는 점이 아주 좋다.그리고, 닥쳐오는 위기와 절박함도 충분히 긴장감있게 보여주는 그리는 소설이기도 하다. 장르 소설로 미스터리/스릴러 소설로 분류되는 것 같은데, 그보다는 추리물쪽에 좀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해본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것으로는 대체적으로 그렇게 보는 건 어떨까?
v. 덧붙인다면?
1. 당연히 책을 읽으면서 이걸 원작으로 만든 영화도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줄거리로 보아선 이 소설에서 주요한 몇가지만 가져왔을 뿐 이 작가의 다른 소설들의 이야기와 섞어 놓은 것 같다. 오히려 ‘범죄를 추적하는 스릴러’가 아니라 ‘범인을 찾아가는 버디무비’ 컨셉인듯 하다. 내가 끌려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2. 등장인물에 ‘덩린웨’가 있다. 어떤 ‘사건’때문에 꼭 필요한 인물이긴 한데 ‘팡무’와의 이런저런 감정선은 뺴도 괜찮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잘 진행되는 흐름속에서 좀 튄다.
3. 처음 일본소설을 읽었을 때만큼 중국 소설 속 등장인물들 이름도 입에 착착 붙지 않는다. 주인공 이름이 쉽고, 같이 일을 해결하는 형사 이름도 받침이 없어 그런지 읽기도 이우기도 쉬웠던 것 같은데, 나름 중요한 사건에 연루되는데 지금까지도 주인공의 룸메이트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4. 범죄속에 숨겨진 단서들을 찾는 재미, 스릴러물 또는 범죄 해결을 위한 탐정물 같은 장르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 평소 명탐정 코난의 추리가 비과학적이며 유치하다고 생각한다면 비추천.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한스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