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라이
헬렌 피츠제럴드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i. 읽은 책은?

작가 : 헬렌 피츠제럴드 / 최설희 옮김

제목 : 더 크라이


스토리에 관해 이야기 하기 전에, 이 소설의 제목을 '더 크라이 The cry'가 아니라 '실수'가 되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에는 여러가지 실수가 등장한다. 어느 인물 한 명의 거대한 실수로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건 아니지만, 말 그대로 소소하고 작은 실수들이 다른 인물에게 영향을 미치며 그 파장이 점점 퍼져 나간다. 과연 그들은 어떤 실수를 한 것인가?



ii. 내용은?

조애나는 유부남인 앨리스터와의 사이에 얼마전에 태어난 아기 '노아'를 키우고 있다. 그들은 앨리스터의 전처 알렉산드라와 함께 살고 있는 딸 클로이의 양육 문제로 법정에 서기 위해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비행기에서 '노아'는 너무 울어서 조애나를 힘들게 하고, 가까스로 아기가 안정을 되찾은 후 공항에 도착해 자신들의 거처로 이동하던 중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노아'가 누군가에게 납치된다. 이 사건은 영아 유괴 사건으로써 나라 전체가 떠들썩해지는데...



iii. 주요 포인트는?

줄거리를 접하고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한 시점까지 내가 한 생각은 '아기는 누가, 왜 유괴한걸까?'라는 생각이 가득 차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앨리스터는 이미 전처를 두고 조애나와 바람을 펴서 이혼한 사이인데다 하는 일이 정치와 관련된 일(정당의 보좌관? 대변인?)이다보니 뭔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음모론의 향기가 가득했다랄까? 그런 면에서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플라이트 플랜'(Flight plan, 2005)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고 55 page가 넘어간 순간 "어?! 이건 그게 아니네?"로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처음은 아주 담담하고 처연하기까지 한 시작이었다.

그건 순전히 공항 보안요원의 잘못이었다.

만일 조애나가 줄 맨뒤로 가지 않았더라면, 만일 부츠에서 작고 투명한 100밀리미터짜리 약병 두 개를 더 사지 않았더라면, 만일 WH스미스 서점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작은 약병에 약을 옮겨 닮이 않았더라면, 만일 다시 한 시간을 더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 젖이 차올라 아픈 가슴을 참을 일이 없었더라면, 이 모든 일 중에 어느 거라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여전히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을 것이다.

P. 13


이처럼 다가 올 사건에 대해 먼저 얘기하는 건 그 뒤에 나올 사건에 대한 자기 반성의 그 어디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므로, 당연히 그것이 모종의 큰 음모와 관련된 납치와 그것들의 복잡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기나 긴 자기반성에서의 약을 다시 정리하기 위해 필요했던 일련의 행동들이 아무리 생각해도 납치와는 잘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조애나의 어떤 정신적인 문제는 아닐까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아이의 부재, 그것에 따른 새내기 엄마로서의 조애나의 심리상태. 과연 태어난지 1년이 안된 아기가 내 품안에 없는 상황은 어떤 마음일까? 이걸 상상을 하면 이해가 갈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때쯤 작가는 거두절미하고 이런 것에 대해 설명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설명한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복잡 미묘한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는 더 깊이 표현하는게 무의미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앨리스터가 휴대전화를 꺼낸 건 차에서 내리기 전이었나? 아니면 내린 다음이었나? 휴대전화는 이미 켜있었나? 신호가 잘 안 잡힌다는 걸 안 건 언제였지? "조애나, 신호가 안잡혀서 저쪽으로 가봐야겠어"라고 말했던가?

그 차에서 내려 울타리까지 걸어가는데 얼마나 걸렸지? 

10초? 20초?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했더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봤나? 

그녀는 뭘 보고 있었지? 앨리스터?

열 발자국 앞에 있던 십자가?

차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었나? 

피곤해 보였나? 아님 못생겨 보였나? 

정말로 자기 모습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나?

고개를 돌려 뒷좌석을 보지 않았던가?

왜 안 그랬지?

앨리스터가 울다리를 넘어가 들판까지 멀리 걸어나가서 소리쳤을 때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었나? 그래서 그녀가 차창을 내렸나? 언제 차량을 내렸지? 왜? 앨리스터가 뭐라고 하는지 들으려고?

P. 63

이처럼 사건 자체에 대한 어떤 대처가 아니라 불안하고 뭔가 정확한 것이 없는 상황을 끊임없는 의문으로써 지금 얻을 수 있는 또는 조애나가 얻고자 하는 답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름 이런 것이 이 소설이 너무 늘어지지 않는 것 같아 좋았다.


너무 머리를 써야 하는 소설인 건 아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독자들에게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시작한다. 실제 독자로써 알아가야 할 것은 각 등장인물들과 일어나는 관계다. 그와 함께 중반 이후에 조애나의 심리가 너무 급격하게 변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다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중반에는 여러 사람(특히 알렉산드라와 클로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잠시 조애나에 대한 집중이 떨어져서 그렇게 느낄 뿐 조애나의 심리상태는 똑같았던 것 같다.



iv. 인상깊은 부분은?

앞서 이 소설의 제목을 '실수'로 해도 좋을만큼 등장인물들의 실수가 많다고 했는데, 앨리스터의 전처인 알렉산드라도 자신의 딸인 클로이와 함께 살려 노력중이지만 도저히 술을 끊을 수 없어 사고들을 일으키고, 사회복지사 앞에서 여러가지 실수를 함으로써 딸을 키우기에 부족하다는 걸 보이기도 하고, 클로이도 할머니 집에 갔다가 술을 먹어 엄마인 알렉산드라를 매우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초반에 등장하는 비행기 승객들도 아기가 우는 걸 돕지 않음으로써 뒤에 일어날 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애나와 앨리스터는? 바람을 피우다 걸리고 이혼당한 것이 실수라고? 아니다. 그들의 실수는 너무 많고 중요한 것들이라 차마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비행기를 타려고 보안 검색대 앞에 서는 순간부터 실수였으니까. 그래서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실수로 쌓여진 결과물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아기를 잃어버린 순간의 감정은 잘 나타낸 것 같다. 내 아기가 길가에서, 그것도 잠시 비워둔 차안에서 사라진거라면 과연 그것을 실제로 인지할 정신이란 것이 있을까?

그녀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아기를 데려간 것이다. 그녀는 소리치기 시작했다. 

"우리 애 어디있어? 누구 지나가 사람 없어?" 앨리스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노아!"를 외치면서 혹시 의심스러운 차나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는 듯 도로 끝까지 뛰어갔다가 반대쪽으로 달려오는 걸 반복하고 있었으니까.

P. 106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 행동 자체가 이해 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읽는 동안은 보이는 걸 받아들였던 것 같다.


굳이 '여성작가'라고 칭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확실히 여성이 가진 섬세한 묘사가 군데군데 드러난다. 다른 소설가들처럼 웅장하고 돋보이는 배경묘사는 많지 않지만 인물들이 생각이 어떻게 변화되 있는지 너무 장황하지 않게 표현한 것 같다. 아니면 여자만이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감정의 표현이라고 해야할까? 읽으면서 '이건 1인칭 소설에서 많이 보던 느낌이다'라는 생각이 여러차례 들었다. 

그가 다가와 이마에 키스를 하고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차가 엔진소리를 내며 떠나고 그녀는 뱃속에서 느껴지던 감정이 뭔지 알았다. 앨이스터의 얼굴에 드러났던 표정과 관련이 있었다. 가벼운 욕지기가 일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그건 바로 그가 바람피울 때 보이던 표정이었다. 별 두 개짜리 호텔 방에서 자기 부인에게 전화를 걸 때의 바로 그 얼굴이었다. 

P.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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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읽어갈수록 의심의 손가락은 그가 아니라 그녀를 향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유쾌하지 않은 글이 그녀를 향해 증오를 쏟아내고 있다는 데 대해 나는 그녀를 엄호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어 깜짝 들어 깜짝 놀랐다. 인터넷을 보지 말아야겠다.

P. 213


위 두 부분은 각각 다른 사람이 떠올린 생각인데, 아마도 그게 누구인지 대략 상상이 갈 것이다. 이와 같이 대비되는 사람들이 가진 심리를 교차시키며 비교하는 것도 좋았다. 


다만 상대적으로 남성인물에 대한 더 많은 묘사가 없는 건 좀 아쉬웠다. 우선 수많은 등장인물에 생물학적 남자가 많지 않다. 그렇다보니 남자그 느끼는 또는 남자가 생각해낼만한 결정적인 순간이 없다. 게다가 그나마 주요 인물인 앨리스터조차 행동이 대부분 추측과 기억에 국한된 장면들이 많아 심리적인 걸 보여준다고 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남자는 둘 중 하나가 될 수 밖에 없는데, 하나는 주요인물이 아닌 '그냥 스쳐가는 등장인물', 다른 하나는 '이유없이 그냥 나쁜 놈'이 된다는 것이다. 바람을 피워 전처와 이혼당했지만 그 전처 사이에서 있던 딸은 본인이 키우고 싶은 이기주의자이자 아기의 유괴조차 자신의 유명세로 이용하고 싶어 하는 인간쓰레기 수준의 인간이 되는건데..아- 이건 작가가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v. 덧붙인다면?

1. 나름 반전이 있어서 조애나의 아기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일어난건지, 왜 그런건지는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으며 최소한 3번정도는 놀라게 될 것이다. 반전에 한번, 그 이유에 한번, 그리고 마지막 주요인물의 선택에 한번. 감탄사로 하면 "엥 왜?", "아- 이런", "어라, 어라라?" 정도가 되겠다.


2. 영국에서 4부작으로 드라마화 되었다고 하는데, 한번쯤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케이블에서 방영할 것 같지는 않고...요즘 유행하는 OTT를 이용하는 방법뿐인가 싶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보니 배우들이 낯설기도 하고. 빠른 시일내 볼 것 같지는 않지만 어떻게 활자가 영상화되었는지 궁금하긴 하다.  


3. 전체적으로 많지 않은 분량, 빠른 전개와 섬세한 심리묘사를 좋아한다면 추천, 미스테리/스릴러 소설의 미덕이란 자고로 범인찾기이므로 증거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두뇌싸움 가득한 형태의 범죄소설을 찾는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황금시간 출판사'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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