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인생응원가 - 스승의 글과 말씀으로 명상한 이야기
정찬주 지음, 정윤경 그림 / 다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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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저자가 생전의 법정스님과 나눈 이야기들을 에세이 형태로 엮은 책으로써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것정, 상실감, 고단한 하루, 소소한 기쁨, 다른 종교에 대한 마음까지 이야기하면서, 그에 따른 위안과 안정, 또 다른 시각, 더불어 작은 안내자로써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모든 내용이 법정 스님의 말씀만을 다룬 것은 아닌만큼, 저자의 경험이나 느낀 바와 함께 그에 대해 법정 스님이 하셨던 이야기들을 정리하였다.



주요 포인트는?

본의 아니게 법정 스님이 쓰신 저서 중 2권을 읽은 적이 있다. 왜 본의가 아니라고 굳이 이야기하느냐 하면, 스님들의 이야기는 왠지 도덕적이기만 한, 뻔한, 다 알지만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했기 떄문에 내 의지로 그런 분의 책을 사서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서이고, 또 하나는 그런 책은 선물용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제 읽어본 느낌은 꽤나 꽤나 잔잔하고 느릿느릿하지만, 도덕적일지라도 마음에 없는 것이 아닌, 뻔하지만 모두 다 그런 생각을 한건 아니며, 실천에 옮기지 못했지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걸 일러준다는 갓 같았다. 물론 읽은 직후의 마음과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의 결심은 좀 다른 이야기지만.

다만 젊은 혈기가 읽기엔 대체적으로 이야기가 정적이다보니 누군가에게 쉽게 권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이 직접 생각을 처음부터 끝까지 적어 내려간 책은 아니다. 저자(법정스님의 ‘재가 제자’라고 하는데, 사전적으로는 “출가는 하지 않았지만 삼보에 귀의하고 계를 지키는 제자”를 뜻한다고 하나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다)가 법정 스님과 나눈 이야기들을 토대로 저자의 경험과 그 밖의 많은 보고 들은 이야기를 함께 이어나가는 형태이다. 각 소제목으로 들어가면 각 주제에 따라 ‘마중물 생각’ - ‘스님의 말씀과 침묵’ - ‘갈무리 생각’으로 나누어 각 단원이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법정 스님의 주례사에 대해서, ‘마중물 생각’에서는 스님이 주례를 부탁받은 일과 그에 대한 법정 스님의 소감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하고, ‘스님의 말씀과 침묵’에서는 주례사를 준비하며 스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이야기들, 스님이 밝힌 생각 같은 걸 정리하였다. 그리고 ‘갈무리 생각’에서는 주례를 마친 후 스님이 어떠했고, 이후 그 일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같은 뒷이야기를 보여주는 형태인 것이다. 

이런 구성이니만큼 어찌 보면 스님의 말씀에 저자의 생각과 의견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으니 스님의 가르침만을 보고자 한다면 책을 읽으려는 목적에 맞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저자가 법정 스님의 마음을 잘 헤아렸으며, 우리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제하면, 함께 전하는 이야기에 대해 ‘평범한 사람’으로써 그 말씀들을 잘 정리하고, 그와 동시에 우리가 그 말씀들로 인해 느꼈을 감정들을 사전에 함께 나눈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제목에서의 인생을 응원하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는 담담하고 툭 던지는 듯한 가벼운 이야기들도 있다. 거기 더해서 다른 종교에 대한 부분이나 남북 관계, 죽음에 대한 단상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만큼, 그걸 다 ‘응원’이라는 범주에 가두기는 그렇고 <인생에 한마디만 더>라는 좀 범위가 넓은 제목은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인상깊은 부분은?

나와 내 주변 사람들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건이나 이슈에 대해 얘기할 때 왠지 감정적인 것 보다는 틀에 박힌 이야기거나 원론적인 얘기를 할 때면 “부처님 같은 소리 하지 마라”라고 반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과연 나도 그랬듯이 그 사람들은 부처님의 가르팀을 받는다는 스님들의 말씀이 들어있는 이런 책들 이야기들을 진중하게 읽어보긴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종교에서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해왔던 ‘포용’에 대한 부분이 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 


지금 김수환 추기경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우리들 마음속에서는 오래도록 살아 계실 것이다. 위대한 존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그분의 평안을 빌기 전에 그분이 무상한 육신을 벗은 후에 도 우리의 영적 평안을 기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분은 지금 이 순간도 봄이 오는 이 대지의 숨결을 빌어 우리에게 귓속말로 말하고 있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이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그리고 용서하라.”

P.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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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완전한 것은 하나도 없다.

종교라 해서 예외일 수 있겠는가.

어떤 종교든지 좋은 면이 있는가 하면,

그 그늘 아래 좋지 못한 면도 있게 마련이다.

종교도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중략)

우리가 종교에 접근하려면 힌두교, 유태교, 이슬람교, 불교 등

부득이 종파적인 관문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종파의 울타리에 갇히게 되면 

드넓은 종교의 지평을 내다볼 시력을 잃는다.

*

집이 크고 사람이 많이 모인다고 해서

거룩한 교회와 큰 절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P. 65


이런 종교에 대한 넓은 마음은 어느정도 마음을 수양하면 할 수 있을까.


또한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셨는지도 알 수 있는데 사실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사물에 대한 감정과 이런 삶에 달관한 분들이 바라보는 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소한 그냥 스쳐가는 바람인 듯, 그저 흘러가는 물인 듯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무언가를 바라본 바로 그 시점에 사물이 어떠했는지는 나도 어디엔가 써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법정 스님이 꽃을 바라본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매화는 반개(半開)했을 떄가 벚꽃은 만개(滿開)했을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또 복사꽃은 멀리서 바라볼 때가 환상적이고, 배꽃은 가까이서 보아야 꽃의 자태를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매화는 반만 피었을 때 남은 여백의 운치가 있고, 벚꽃은 활짝 피어나야 여한이 없습니다. 복사꽃은 가까이서 보면 비본질적인 요소 때문에 본질이 가려집니다. 봄날의 분홍빛이 지난 환상적인 분위기가 반감되고 맙니다. 이렇듯 복사꽃은 멀이서 보아야 분홍빛이 지난 봄날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누릴 수 있고 배꽃은 가까이서 보아야 꽃이 지난 맑음과 뚜렷한 윤곽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P. 214


법정 스님하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게 무소유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역시 그러했고, 내 주위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지만 정작 “무소유를 소유하려 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한번쯤 스님이 이야기 하신 걸 떠올려봐도 좋겠다.


얼마전에 개봉한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두 친구가 술김에 한 창고에 자신들의 모든 물건을 넣어놓고 하루에 하나씩 꼭 필요한 물건만 도려받으며 100일을 버텨야 이기는 내기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수십만개의 물건 들 중 정작 삶에 피료한게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는 뻔한 스토리였지만, 그 영화에 대한 걸 매체에서 보며 저절로 ‘무소유’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기도 했다.


다만, 이미 법정 스님의 많은 저서가 나와 있고, 그 분을 다룬 책도 여러편이 있는 바 꽤 여러 부분에서 기존에 나왔던 책들과 유사하게 느껴지는 곳들이 있다. 인지하다시피 가르침이라는게 어느정도는 세상을 살아온 경험에서 오는 것이고, 그만큼 쓰는 단어나 의미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데다, 소재 자체가 하늘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이 없을테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만약 이전에 법정 스님의 책을 감명깊게 읽은 독자라면 선택시 고민이 될 수도 있고, 읽으면서도 루즈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가능하면 법정 스님의 책을 많이 읽지 않은 독자나 처음 접하는 분들이 읽는다면 더 큰 감흥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인다면?

1. 이전에 나온 책들에 비해 편집이 아주 깔끔하고 좋은데, 편집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인문서로도 자기 계발서로도 좋은데, 여백이 많은 건 독서 자체에 피곤을 느끼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 건 더 큰 장점인 듯 하다. 


2. 이런 책은 속독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보고 인상깊은 글귀들은 메모도 하는 정독精讀스타일이 더 맞을텐데, 읽고 나서 부모님이나 나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께도 권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 쏟아지는 지식 주입형 인문서적에 지쳤다면, 또는 책을 읽으며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고 싶다면 추천, 인생 고민에 대한 즉각적이고 확실한 해결책을 원하거나, 책이란 자고로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는 주의라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다연'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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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내용은?

우리가 살면서 겪어보지 못할 시간적인 제약을 주제로, 정확히는<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남은 날의 숫자>, <어느 시점의 나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 <수업에 나갈 수 있는 횟수>, <불행이 찾아올 횟수>, <거짓말을 들을 횟수>, <즐겁게 놀 수 있는 횟수>, <내가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의 숫자> 같은 믿을 수 없는 ‘숫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사람들의 경험을 담은 7가지 이야기이다.



주요 포인트는?

만약 어느 날 갑자기 내 눈에만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남은 날이 숫자로 표기되고,과거 또는 미래의 나 자신에게 전화를 단지 몇 번 걸 수 있는 공중전화 카드가 생긴다면 어떨까?이런 가정에서 출발한 다양한 ‘정해진 횟수’에 대한 이야기인데,단지 시간적인 제한 그리고 횟수의 제한에서 오는 긴장감이 아닌,어떤제한에 따른 기회와 선택에 관한 스토리라고 생각한다.그저 제한적인 상황이라면 주인공은 뛰다 지치고, 장애물을 만나고 격하게 끓어오르다 좌절할 것이다.하지만 소설들은 그 안에서 어떤 기회가 있는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그리고 그 선택이 최선이었는지를 담담하게 묻는다.그냥 ‘어라? 이런 신기한 일이?’가 아니라 ‘아하-이런게 실제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처럼 생각이 다르다랄까?왜냐하면 선택에 따라서 어쩌면 다른 결말이 있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소설에 대해 얘기하자면 7개의 이야기에 어둡고 슬픈 이야기는 없다.다만 읽으면서 먹먹해지거나 눈물이 살짝 날 수는 있으니 슬퍼서 그런게 아니라 이야기에 동화될 만큼 감수성이 풍부한 것이니 너무 창피하게 생각하진 말자.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고,그 이상으로 잔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인 듯 하다.


읽은 직후 느낌에 따르면 7편의 이야기 중에서<당신의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와<당신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잇는 횟수는 앞으로 5번 남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살 수 있는 날 수는 앞으로 7000일 남았습니다>이 세 편이 아주 좋았다.조금 더 이야기를 더해 만들어도 좋겠고,주변 인물을 좀 더 넣어서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한 편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얘기 자체가 좀 유치했고, 뒷 이야기가 예상에 딱 들어맞아서 김이 샜으며, 너무 우연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처음엔 책 제목이 강렬해서 ‘어머니’의 집밥 또는 어머니와의 어떤 추억에서 오는 아련함같은 이야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7편의 단편 중 한편만 그에 해당한다.그래도 ‘어머니’라는 글의 소재는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의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으니 이 책의 제목으로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얘기가 나온김에 그 에피소드에 대해서 짧게 밝히자면 눈물, 콧물이 나올만큼 슬프거나 끝없이 아련하거나하진 않다. 다만 읽고 나면 한번쯤은 엄마와 통화를 하고 싶어질 수 있으니 기회를 놓치지 말고 엄마와 통화한지 1주일이상 된 사람들은 엄마와 통화부터 좀 하자.


어머니는 쓸쓸히 웃으며 조용히 짐 꾸리는 것을 도왔다.

짐을 꾸리는 김에 방 청소도 했다.덕분에 오랫동안 묵혀왔던 것들이 잇달아 모습을 드러냈다.어렸을 적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게임기와 세이브 데이터가 지워져버린 게임 소프트,떠들어볼 것도 없는 졸업 앨범,어쩐지 버릴 수가 없던 미니카.

그런 물건들이 나올 떄마다 어머니는 ‘이건 생일 때 사줬던거네’라느니 하며 옛 시절을 그리워했다.졸업 앨범을 넘기며 열심히 내 모습을 찾기도 했다.

사진 속 나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잠시 내 눈을 끌었다.

어머니의 등이 저토록 작았던가?

P.22

아마 학교 떄문이든,직장 때문이든,결혼 때문이든 집을 떠나오며 짐을 싸던 순간이 있던 사람이라면 위와 비슷한 상황을 맞이했을거라 생각한다. 알면서 잊고 지내겠지만, 엄마는 늘, 언제나, 항상, 매일  자식들의 전화를 기다리신다.


개인적으로는 <당신이 거짓말을 들을 횟수는 앞으로 122만 7734번 남았습니다>의 ‘거짓말을 들으면 그걸 알아챌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상깊은 부분은?

각 스토리마다 인물들이나 사건이 개성이 있어 비교는 어렵다.하지만 ‘한번쯤은’ 이런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작가가 많은 생각을 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너무 가족의 애틋함으로만 치우지지 않게 남녀간의 사랑도 양념처럼 들어가 있는 것도 좋았다.그런게 전형적이긴 하지만 역시 달달하기도,쉽게 읽히기도 하는 것 같다.


또 무겁지 않은 분위기만큼 이미 익숙하지만 자잘한 유머도 종종 나온다.

“괜찮아 아하하….”

당황하며 땀을 흘려서인지 입술이 바싹바싹 말랐다.나는 화장품 파우치에서 립글로스를 꺼내 입술에 댔다.

“아. 오노 씨 그게…”

“응?”

립글로스를 발랐다.••••발랐는데 이상하게 입술이 매끄러워지지 않았다.묘하게 끈적거리고 독특한 냄새가 났다.

립글로스를 눈앞으로 가져왔다.

막대형 풀이었다.

“아••••뭐야아아아아아아!”

끈적끈적해진 입술로 나는 외쳤다.

P. 140

시트콤에서 본 것 같긴 한데 지금 유행인 건 아니지만 사무실 에피소드로는 가볍고 좋았다.


작가인 ‘우와노 소라’가 드라마 작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보가 많지도 않고 검색도 되지 않으니 정확히는 모르겠다.하지만 조금은 길게 늘여서 쓸 수 있는 걸 간결하게 쓰는 것도 그렇고,최대한 짧게 쓴 것을 봐선 2차 가공을 위해 배경이나 추가적인 묘사를 더 집어넣을 수 있는 여지를 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당신의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편과 <당신이 살 수 있는 날 수는 앞으로 7000일 남았습니다>편의 등장인물 몇이 겹친다. 크로스오버 Crossover라고 하기엔 너무 단촐하지만, 당연히 작가가 의도한 것이고 비록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얼마든지 이어지는 이야기로써 재미가 배가 되는 건 사실이다. 이야기가 짧다고 너무 빨리빨리 읽어나가거나 주변 인물의 이름도 그냥 지나쳐서 이런 신선함을 놓치치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뒷목이 땡기는 메가톤급 충격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장식하는 반전은 덤이라고 하기엔 큰 감동이니 느껴 보시길.


번역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할 건 없으나 번역가가 다르다는 느낌을 좀 받았다. 작가의 성향에 따라 글은 같은 정서로 이어졌을 텐데 어떤 작품은 문장 호흡이 지나치게 길다거나 서술방식이 다르다거나(문장 끝이 ‘~다’, ‘~가’로 끝나는 것과 ‘~니’, ‘~도’로 끝나는 차이 정도이다)하는 것에서 생각이 든건데, 어쩌면 각 주제에 대한 것을 완전히 다른 이야기처럼 생각하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일 수는 있으니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다. 



덧붙인다면?

1. 배경과 등장인물들이 당연히 일본인데 어떤 소설에서는 이름 뒤에 ‘-상さん’을 쓴 곳이 있고,그냥 ‘-씨’를 붙인 곳이 있다.게다가 -상さん’은 “친구나 동료간에 예의를 갖춰 부르기 위해 성姓밑에 붙이는 말”이라고 첨언까지 했는데, 이유가 있어 그런건지는 모르겠고, 다만 이건 통일하는게 나을 것 같다.


2. 여행길에 가져가면 좋은 책일 것 같다. 너무 두껍지도 않고 중간에 쉬엄쉬엄 읽을 수도 있는 게 장점일 것 같은데, 버스에서 책을 보면 멀미하는 분들이 많으니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길이라면 좋을 듯 하다.


3. 단막극 같은 것에서 주는 간결한 스토리라인, 여운이 남는 이야기가 읽고 싶다면 추천,눈물 콧물이 쏟아지는 최루성 소설을 기대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한스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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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톰의 발라드
빅터 라발 지음, 이동현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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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내용은?

할렘에 사는 스무 살의 무명 연주자 토미 테스터는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어느 날, 운 좋게 기타를 장만하고 길을 가던 중 로버트 수댐이라는 노인이 다가와 레드 훅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에서 연주를 해달라며 거액을 준다고 제안하며 선금 100달러를 주기까지 하는데 토미는 돈이 급해 결국 약속한 날 수댐을 찾아가게 된다.



iii. 주요 포인트는?

최근의 트렌드라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근간에 기존 작가의 대표작을 재해석하거나 현대적인 감각을 더 하는 작품들이 출간되고 있다. 생각나는 건(정확히는 내가 읽은 건!) 요 네스뵈의 <맥베스>와 우타노 쇼고의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이 있었는데 두 작품 다 셰익스피어와 에도가와 란포의 기존 작품을 원안으로 하고 있다. 앞서 다른 서평에서도 얘기했지만 현대적인 배경(또는 완전 다른 시기)과 인물들, 새로운 관계나 사건 등을 잘 연결해서 또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일텐데, 기존 작가-유명 작가-의 글을 재해석 한다는 것 역시 작가에겐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너무 새로운 이랴기라면 기존 작품을 무시한다고 욕먹고, 유사하면 작가가 한게 없다고 욕을 먹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인물의 성격 변화 좀 더 주력하고, 기존 작품이 가졌던 ‘분위기’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신작과 구작 사이 줄타기를 잘 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배경이 현재는 아니니 21세기의 익숙함 또는 너무 재기발랄함을 바라진 말 것. 배경이 1924년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좀 우울하다. 


플러싱 사는 흑인의 수는 할렘에 비해 훨씬 적었다. 토미는 모자를 살짝 낮게 눌러썼다. 차장은 객실에 두 번 들어왔고, 두 번 다 토미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자기 것이라도 되는 양 기타 케이스를 툭툭 치면서 토미에게 음악가냐고 묻더니, 두 번째는 내릴 곳을 지나친게 아니냐고 물었다. 다른 승객들은 무관심한 척했지만 토미는 그들이 자신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을 뻔히 알 수 있었다. 토미는 짧게 대답했다. "예, 차장님, 기타를 연주합니다." 그리고 "아니요, 차장님. 아직 몇 개를 더 가야 합니다." 눈에 띄지 않는 순종적으로 보이는 것은 온통 백인들로 둘러싸인 곳에서 흑인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P.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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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백인이 너에게 얼마를 주겠다고 했니?"

"400달러요."

"자기 파티에 연주하는 것만으로?"

오티스는 패션프루트 주스가 든 컵을 들고 코에 댄 채 킁킁 냄새를 맡더니 음료수를 다시 내려놓았다.

"네가 자기 파티에 와서 연주하는 것만으로?"

(중략)

오티스는 허공으로 양손을 들더니 최대한 멀리 벌렸다.

"이게 백인들이 흑인에게 겉으로 하는 말과 실제 속뜻의 차이란다."

물론 토미도 알고 있었다. 이미 미국에서 20년을 살지 않았나?

P. 42


위에서 보듯이 그 시대 인종차별에 대한 것들은 주변인들의 대화를 통해 드러내려고 한 것이 드러난다. 저자인 빅터 라발 역시 배경의 엄숙함이 주는 분위가 보다는 직접적으로 대화를 활용하는 방법은 단편소설로써 짧은 호흡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빅터 라발이 이 소설로 수많은 문학상 후보에는 오른 듯 한데 정확히 어떤 상을 받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iv. 인상깊은 부분은?

처음 책을 받았을 땐 '굉장히 얇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H. P. 러브크래트'의 작품 자체가 단편소설이었기 때문에 무언가 더 확장하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선 결국 과감한 생략, 단순한 이미지화가 필요한데 무거운 주제에 비해 읽어 나가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머리에 새기는 게 어렵기 때문에 자칫 빨리 읽어나가다 보면 중요한 부분을 스쳐갈 수 있으므로 천천히 읽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머잖아 로버트 수댐은 레드 훅의 식당가에서, 길모퉁이에서 정향 냄새를 풍기는 젊은이들 무리로부터 들을 수 있는 단 하나의 화제가 되었다. 다세대주택 창에서 몸을 내민 채 길거리와 골목길 건너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아낙네들마저도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몇 주내로 레드 훅 전역이 한 솔로 수댐이라는 그 이름을 몇 번이고 거듭 말하는 것 같았다. 

P. 117

그저 소문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뒷담화일지 그냥 봐서는 알기 어렵겠지만, 위 내용의 앞과 뒤를 읽어보면 저 부분이 어떤 분위기를 만드는데 기여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그런 상황이나 관계가 갑작스럽게 바뀌는 것은 읽어가며 호흡을 그에 맞춰가야 할 것 같다. 대화와 분위기를 천천히 느끼며 읽는데 있어서는 분량도 많지 않고 다행히 등장인물도 적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아 어렵지는 않다. 


아쉬운 것 한가지는, 번역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작가가 일부러 그런 건지 초반에 주인공 이름이 너무 자주 바뀌어 등장한다. 물론 사람들 사이의 대화에서 '본명'과 '애칭', '중간 이름'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대화상에서 바뀌는 게 아니라 관찰자 시점에서 인물을 칭할 때 그렇게 바뀌기 때문에 처음에 full name을 알고 시작하지 않았으면 헷갈렸을 것이다. 


엄청난 반전이 있지는 않지만 읽다보면 독특한 분위기의 소설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SF라고 하기엔 강렬하지는 않고, 처음엔 전혀 예상하지 못하다가 미스테리하고 기묘한 분위기로 흘러가다 오컬트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만 인종차별에 대한 것과 그에 대한 분노의 표출,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미스테리함까지 모두 표현하기에 단편이기에 조금 부족한 감이 있으므로 선택 시 꼭 이점은 고려했으면 좋겠다.



v. 덧붙인다면?

1. 이 소설의 원작이라 할 <레드훅의 공포(The Horror at Red Hook)>를 쓸 때 H. P. 러브크래트가 실제 살던 빈민가 이름이 레드훅이었다고 한다.


2. H.P. 러브크래프트는 단편선으로만 알려졌지만, H.R 기거(헐리우드 특수효과/디자이너), 길예르모 델 토로(미국 영화감독), 이토 준지(일본 만화가), 스티븐 킹(미국 소설가)까지 그의 작품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만큼 북미에서는 유명한 작가인데 반해, 이 소설을 쓴 '빅터 라발'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작가는 아닌만큼 향후 더 많은 작품이 나오길 기대한다.


3. H.P.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을 읽어본 적 있다면, 그리고 너무 복잡한 스토리의 소설들에 지쳐있다면 추천, 드라마틱한 스토리나 잔혹한 범죄, 주인공의 활극이 가득 찬 소설을 기대한다면 비추천.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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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내용은?

에도가와 란포가 썼던 소설인 <인간 의자>,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D 언덕의 살인사건>, <오세이 등장>, <붉은 방>, <음울한 짐승>, <비인간적인 사랑>을 현대적인 감각,배경의 변화,트릭의 현대화를 통해 기존 작품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색다른 반전과 우타노 쇼고 특유의 멍해지는 결말을 보여주며 소설을 새로운 시각으로 쓴 <의자? 인간!>, <스마트폰과 여행하는 남자>,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오세이 등장』을 읽은 남자>, <붉은 방은 얼마나 바뀌었는가?>, <음울한 짐승의 환희>, <비인간적인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등 7편을 엮은 책이다.


주요 포인트는?

처음 우타노 쇼고의 책이 새로 나온다고 했을 때 이전 작품인 ‘늘 그대를 사랑했습니다’같은  단편보다는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같은 장편을 기대했었다. 누군가는 그 소설에 대해  '반전이 아닌 눈속임'이라는 평가도 있긴 하지만 난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이 매우 컸기 때문에 우타노 쇼고의 소설들에 관심을 늘 가져왔기 떄문이다. 물론 ‘늘 그대를 사랑했습니다’ 속 작품들도 이야기가 촘촘하고 뜻밖의 반전을 선사해서 충분히 재미있지만 긴 호흡을 가진 미스테리 추리물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이번 소설은 단편들을 묶은 것이고,거기에 아주 새롭게 쓰여진 책도 아니라는 점에서는 우타노 쇼고의 책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살짝 책을 선택하는데 머뭇거려질 수 있다. 하지만,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배경과 등장인물의 변주를 통해 다시 만드는 방법으로 쓰여진 것인데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난 이 책에 들어 있는 작품들의 Original 작품은 세 편 뿐이지만 읽어 본 바로는 굳이 그 소설들과의 접점을 찾아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원작을 둔 remake작이 있다고 해서 원작을 꼭 찾아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독립적인 작품으로도 의미는 있고, 굳이 원작을 찾아본다면 어떤 이는 원작에 감탄하겠지만 어떤 이는 remake작에서 더 장점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이 같기도 하고,어떤 경우는 사건도 유사하지만 이전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들 얼개를 참고해서 쓴 것일 뿐 그 작품들과의 비교해서 우열을 가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이전 소설들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내용들이긴 하다.

첨언하자면 이전 작품들이 작품으로서는 의미가 분명 있겠지만 지금 읽으면 시대적인 배경과 사건 해결까지 이르는 방법들을 생각할 때 확실히 전개가 루즈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그런 점에서 우타노 쇼고의 소설이 훨씬 이전 작품들에 접근을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특히 각 작품에 잘 어울리는 ‘가장 현대적인’ 소품들,예를 들면 핸드폰, VR, 3D 홀로그램,인공지능,태블릿 등은 정작 일부러 집어 넣었다는 느낌이 없진 않지만 요소요소에 잘 활용된 것 같다.


세이야는 유리 테이블 위에 있는 상자 같은 것을 내게 넘겼다.

"고글?"

티슈 상자를 한 단계 작게 만든 크기에 양쪽 끝이 신축성 있는 벨트로 묶여 있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야."

안쪽에는 쌍안경 렌즈 같은 원형의 물제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P.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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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이런 식으로 마음대로 개조할 수 있는 것도 디지털 클론의 장점입니다. 괜히 성가신 일들을 안 해도 되고 자신에게 꼭 맞는 이상적인 성격의 클론을 만들 수 있으니 오히려 살아 있는 사람과 교제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인터넷상의 정보를 입수해 사실을 알아낼 수는 없습니까?"

"프로그램은 외부와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서버와 단말기 사이 데이터 교환에 인터넷이 쓰일 뿐이고 그녀가 자율적으로 정보를 수집하지는 않죠.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요."

P.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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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코 씨가 그에게 개점 안내 엽서를 건넸다. 트위터 QR코드가 인쇄돼 있고 인사말 끝에 정갈한 슬씨테로 '시바하라 유키'라는 서명이 있었다.

P. 310 ~ 311

물론 이런 최첨단 기술들로 도배된 이야기들만 있는 건 아니니 '혹시 이런 첨단 기술이 동원된 어려운 내용인가'라는 생각은 안했으면 좋겠다. 단지 이와 같은 소품들이 나온다는 걸 참고만 하면 될 듯 하고, 이런 부분이 어떻게 쓰이고 사건들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될 수 있으니 읽으면서 눈에 띈다면 새로울 듯 하다.


다만 우타노 쇼고의 기존 소설들을 읽어보았던,또는 그소설들을 즐겼던 사람들에겐 조금은 익숙하다는 점이 아쉬울 순 있을 것이다.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읽었던 우타노 쇼고의 소설의 백미는 조금은 긴 서술,교차되는 인물들 간의 대화나 상황에서 주는 복선이 마지막 한방을 위한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소설에 기댈 수 있는 건,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이 현재 일본 추리 문학에 끼친 의의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많은 작가들이 그 영향력 아래에 있고 그 분야의 기반을 다졌다고 할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도 받았고,그만큼 그 자체도 재미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이 소설은 그런 것에 비추어 굳이 따진다면 에도가와 란포의 추리소설 형식과 그 당시 감성을 우타노 쇼고의 반전트릭과 현대적인 느낌을 잘 살린 소설이며, 한 파트 한 파트가 짧게 끝나는 만큼 다양한 소재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를 주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



인상깊은 부분은?

총 7편의 단편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과 ‘음울한 짐승의 환희’를 재미있게 읽었다. 추리소설인데다 반전이 있기 때문에 내용을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짧은 이야기 속에 기승전결을 잘 갖췄고, 같은 소재로 장편 소설화하는 것보다 이대로 두는 게 최상의 선택이라 할만큼 정리가 잘 된 느낌이었다.  


"실제로도 러브 호텔에 들어와 있잖아. 둘이서만"

"뭐?"

"골목 입구에 CCTV가 있는 거 알아? 거기에 둘이서 호텔에 들어가는 모습이 또렷이 찍혔어. 이제는 여기저기에 CCTV가 있어서 안심할만한 세상이 된 것 같아."

도톰한 입술 사이로 교정기를 낀 이가 보인다.

(중략)

그러나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이 역시 순진무구한 웃는 얼룰로 비칠테니,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로 몰고 갈 것이다.

P.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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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자토가 날카롭게 물었다.

네 그랬던 것 같네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자신이 저지른 짓인데도 기억나지 않는다?"

"워낙 정신이 없었거든요."

이 젊은 형사는 실적에 욕심이 많구나. 그는 한가롭게 그런 생각을 더올리며 지금의 상황을 마친 남의 일처럼 생각했다.

"동기는?"

"동기..."

그는 무심코 눈을 질끈 감았다. 눈꺼풀 안쪽에 그 날의 충격과 절망이 암흑 속 무지개처럼 피어올랐다.

P. 351 ~ 352


두 작품이 가진 사건이 더욱 흥미가 가는 건 그것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더 흥미롭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건 그 자체가 해결되기 위한 것도 소설의 재미이지만, 그 안의 또 다른 사건 또는 인물이 보여주는 행동(또는 말)이 주는 반전도 그만큼 흥미롭기 때문이다. 짧은 스토리가 줄 수 있는 장점은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주변의 자잘한 것들을 제거한데서 오는 간결함이 주는 예상치 못한 마무리가 아닐까 한다. 


추가적으로 혹시 책을 읽는 분들에겐 '의자? 인간!'과 '스마트폰과 여행하는 남자'도 읽어보길 권한다. '의자? 인간!'은 이미 책 출판 당시에 내용이 어느 정도 공개되기도 했기 때문에 이미 검색을 해 본 사람들은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은 앞에 나온 이야기들에서 온 충격보다 더 크다. 아마 절로 "아니 아니- 열어보지마, 열어보지마!"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여행하는 남자'는 추리보다는 미스테리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하지만 끝나는 부분에 다다르면 예전 TV에서 했던 '환상특급(원제: The Twilight Zone)의 한 에피소드처럼 마무리가 된 후에도 몽롱한 느낌이 들 것이다. 이 안에서 다루는 사건도 놀랍지만 이런 애매모호한 결말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읽어 볼만 하다.


개인적으로 단편선의 장점은 필요한 때 이야기 별로 짧게 짧게 읽고 잠시 쉬었다 다시 읽어도 된다는 것이고, 단점은 재미있지가 않으면 시간이 지난 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많은 팬을 거느린 두 작가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작품들이 기억에 좀 더 오래 가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추가적인 욕심은 우타노 쇼고의 장편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덧붙인다면?

1.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작가에 관해서. 에도가와 란포(Edogawa Rampo)는 일본의 추리/미스테리/탐정 소설가로 에드가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꾼 필명이다. 작품들이 후대 유사 문학 장르에 큰 영향을 미쳤고, 그의 이름을 딴 '에도가와 란포 상'도 있다. 이 상의 수상자들 중엔 히가시노 게이고, 이케이도 준, 야쿠마루 가쿠 등도 포함되어 있다.


2.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 소설을 읽어 본적이 있고 없고는 상관없이 이번 소설은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3. 이 에도가와 란포가 썼던 소설속 주인공인 유명한 탐정 '아케치 고고로'가 있는데,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김전일과 추리 대결을 하는 '아케치 겐고'의 '아케치'와 <명탐정 코난>에서 코난이 쓰는 이름 '에도가와 코난'의 '에도가와'는 '에도가와 란포'의 이름에서 그리고 잠자는 명탐정 '모리 고고로'의 '고고로'가 이 '아케치 고고로'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3. 우타노 쇼고의 간결한 추리물이 끌리며, 장편 소설의 긴 호흡이 부담스럽다면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추천, 추리나 미스테리 소설 속 다양한 등장인물의 홍수가 필요하고, 마법같은 트릭이 넘쳐나는 작품을 원한다면 비추천.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한스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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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프리덤 -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부의 공식
그랜트 사바티어 지음, 박선령 옮김, 지철원 감수 / 반니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용은?

누구나 돈을 많이 갖고 그로 인한 여유로운 삶을 원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그보다는 시기나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누구나 필요한 만큼의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고, 그걸 발판 삼아 자발적 조기 은퇴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즉, 현재 가능한 많은 부를 축적하는 것 보다 은퇴 이후에 얼마나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가, 그리고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으며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막아 내 주변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하자는 것이 그 이야기의 큰 틀이다. 



주요 포인트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알아두어야 할 것이 요즘 미국에서 유행한다는 FIRE족에 대한 것이다. 이 FIRE족의 FIRE는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로, '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을 기반으로 자발적 ‘조기 은퇴'를 추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런 움직임을 의미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이를 바탕에 두고 있으니 혹시 이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경제 관련 서적이라고 해서 모두 어려운 것이 아니고, 돈과 관련되어 있다고 해서 내개 일확천금을 보장해줄 수 있는 건 아닌만큼 이 책은 우리가 익히 들어보긴 했지만 정확하게 의미를 알려고 하지 않은 것, 그리고 아직 실행까지 옮기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remind 성격의 글이라고 생각하면 접근이 더 쉬울 것 같다. 정리하자면 “최대한 아끼고, 가장 많이 모을 수 있는 곳에 투자해라”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인데, 누구든지 ‘누가 그걸 모르나?’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책을 읽다 보면 나는 이렇게까지 고민을 해 보았는가를 다시 한번 묻게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서두에 ‘순자산’이라는 것에 대한 걸 읽을 때 생각이 많아졌는데, 이것이 개인 금융엣 가장 중요한 숫자이자 내 금융 성적표이고, 자기 자산(보유 부동산, 투자금 등)을 모두 더하고 거기서 모든 부채를 빼 계산을 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계산을 해보라는 것, 그리고 이 순자산이 ‘목표금액’(여기서는 남은 평생동안 투자 수익으로 살아가도록 투자해야 하는 돈의 액수라고 정의했다)과는 다른데, 순자산에는 투자금이 있을지는 몰라도,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다른 자산도 있다는 이야기가 와닿았다. 아마도 이 점에 대해서는 모두 인지하고는 있지만 개념이 정확히 잡히지 않으니 늘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지 실제 이를 숫자화해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 우리나라처럼 미국도 부동산을 큰 투자대상으로 보고 있어 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와 비슷한 부분도 많다는 생각을 했다. 모기지론 사태 이후 부동산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달라졌을거라 생각했는데 가치의 변화는 있을지 몰라도 사람들이 바라보는 건 크게 달라지지 않는게 이유는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런 투자에 대해서는  매월 내는 담보 대출 상환금과 세금, 기타 경비가 월 소득의40% 이상이 되면 안된다는 거였는데 가능한 30% 이하로 유지하라는 건 최근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있던 얘기 같아 공감하기도 했다. 

빚에 대해서는 저자의 경험과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나는 주택 담보 대출을 쉽게 갚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2.65퍼센트 이자로 15년 만기 담보 대출을 받고 있다. 담보 대출을 갚기보다는 그 돈을 7퍼센트이상의 수익이 나는 시장에 투자하고 싶기 때문에 대출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주식에 투자하면 더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담보 금리 및 세금 공제같은 주택 소유에 따르는 세금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중략)

복리는 투자금과 부채 양쪽에 모두 작용하므로 항상 숫자에 근거해서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이율은 보통 믿을 수 없을만큼 높기 깨문에 투자할 돈으로 신용카드 빚부터 갚는게 타당하다.

P. 139 ~ 140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카드생활이 커지면서 소액 사용 같은 것에서는 간과되는 것이 많아 빚이 생각보다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혹시라도 유사한 경우가 있다면 참고해볼 만하다.


저자는 다른 개인 금융 관련 서적들이 절약에 초점을 맞춘 만큼 돈을 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얘기하는 만큼 돈을 더 버는 방법에 힘을 주고 있다. 저축과 주식 모두 돈을 버는 방법이라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루하루 좀 더 그 금액을 늘리는 것을 권장하고 있긴 하다. 다만 저자가 이야기 하듯이 투자는 궁극적으로 불로 소득이며, 부자들이 부를 쌓고 그 부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인데, 그러면서도 주식, 채권, 부동산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이를 계속 늘려야 한다는 것에는 내가 그 ‘부자’가 될 때까지 얼마나 꾸준해야 하는지를 역설하고 있다. 번역의 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불로소득의 의미를 썩 긍정적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일간 다양한 경험에 대한 건 읽으면서 어느정도 이해도 하고 공감도 가는데, 직장의 복리후생 혜택을 최대한 이용해서 돈을 더 번다든지, 본업을 활용해 연봉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특히 적당한 시기에 연봉 인상을 요청한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도 비슷할 텐데, 만약 이런 부분이 가능했다면 직장인들도 부자가 아닌 사람이 없었겠지 싶을 정도로 교과서적인 내용이라 도움이 된다고 보긴 어려웠다. 그리고 부업에 대해서도 꽤 여러 부분을 할애하여 설명하지만 몇 가지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실정에는 안밪는 것이 많다. 시간을 내 일정에 맞추고 그에 대한 비용을 계산하여 결정하고, 수익 가능성과 투자가치를 전부 따질 수 있다면 그건 부업이 아니라 개인투자자 정도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경제, 돈과 관련된 책이지만 전반적으로 쉽게 읽어 나갈 수 있어 좋았지만, PART 3 ‘당신에게 필요한 돈은 얼마인가?’와 PART 10 '신속한 7단계 투자 전략' 부분은 좀 어렵고 쉽게 와닿지 않는다. 내가 그런 직/간접 투자를 하지 않아 그럴수도 있는데, 비전공자가 보기엔 너무 어려운 도표들이 많아서 일 것이다. 아마도 개인 투자를 해봤거나 하면 좀 쉽게 이해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런 시각차에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고 그걸 실행한 사람이 전해주는 이야기인만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정확한 걸 알려주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가음과 같은 이유로 자신이 싫어하는 직장에 계속 다니고 있다.

1.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낀다.

2. 본인에게 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3. 지금보다 더 적은 돈으로도 살 수 있꼬,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깨닫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하는 일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는데 이 일이 정말 싫다.”고 말하는 수많은 이들과 이랴기를 나눠보았는데, 그들은 실제로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내기 위해 지출 비용을 자세히 살펴본 적도 없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생활방식을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 인생은 너무 짧아서 어떻게든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P. 105


읽는 동안, 그리고 읽고 나서도 나 역시 이를 정확하게 계싼해보진 않았다. 저자는 이런 것을 하라도 빨리 실행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당부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예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내가 지금 ‘절약’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건지, ‘투자’에 대해서는 옳은 방법을 고민한건지, 지금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게 타당한건지에 대해 누군가와 의논할 수 앖다면 한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덧붙인다면?

1. 앞서 FIRE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族)에 대해 잠깐 언급했는데, 조금은 고소득 생활자들의 마음가짐에서 시작했다는게 많은 기사나 블로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꼭 소득으로 이런 걸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젊은 사람들, 특히 고소득 생활자가 아닌 사람들은 YOLO(you only live once)와 FIRE를 비슷한 의미로 생각하고 있기도 한 것 같다.


2. 각 chapter마다 요점정리를 따로 하는데 자기 계발서에서 아주 좋은 편집 방법이ㄴ라는 생각이 든다.


3. 돈, 경제에 대해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다면 추천, 미국인 저자가 쓴 만큼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반니'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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