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인생응원가 - 스승의 글과 말씀으로 명상한 이야기
정찬주 지음, 정윤경 그림 / 다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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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저자가 생전의 법정스님과 나눈 이야기들을 에세이 형태로 엮은 책으로써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것정, 상실감, 고단한 하루, 소소한 기쁨, 다른 종교에 대한 마음까지 이야기하면서, 그에 따른 위안과 안정, 또 다른 시각, 더불어 작은 안내자로써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모든 내용이 법정 스님의 말씀만을 다룬 것은 아닌만큼, 저자의 경험이나 느낀 바와 함께 그에 대해 법정 스님이 하셨던 이야기들을 정리하였다.



주요 포인트는?

본의 아니게 법정 스님이 쓰신 저서 중 2권을 읽은 적이 있다. 왜 본의가 아니라고 굳이 이야기하느냐 하면, 스님들의 이야기는 왠지 도덕적이기만 한, 뻔한, 다 알지만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했기 떄문에 내 의지로 그런 분의 책을 사서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서이고, 또 하나는 그런 책은 선물용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제 읽어본 느낌은 꽤나 꽤나 잔잔하고 느릿느릿하지만, 도덕적일지라도 마음에 없는 것이 아닌, 뻔하지만 모두 다 그런 생각을 한건 아니며, 실천에 옮기지 못했지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걸 일러준다는 갓 같았다. 물론 읽은 직후의 마음과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의 결심은 좀 다른 이야기지만.

다만 젊은 혈기가 읽기엔 대체적으로 이야기가 정적이다보니 누군가에게 쉽게 권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이 직접 생각을 처음부터 끝까지 적어 내려간 책은 아니다. 저자(법정스님의 ‘재가 제자’라고 하는데, 사전적으로는 “출가는 하지 않았지만 삼보에 귀의하고 계를 지키는 제자”를 뜻한다고 하나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다)가 법정 스님과 나눈 이야기들을 토대로 저자의 경험과 그 밖의 많은 보고 들은 이야기를 함께 이어나가는 형태이다. 각 소제목으로 들어가면 각 주제에 따라 ‘마중물 생각’ - ‘스님의 말씀과 침묵’ - ‘갈무리 생각’으로 나누어 각 단원이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법정 스님의 주례사에 대해서, ‘마중물 생각’에서는 스님이 주례를 부탁받은 일과 그에 대한 법정 스님의 소감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하고, ‘스님의 말씀과 침묵’에서는 주례사를 준비하며 스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이야기들, 스님이 밝힌 생각 같은 걸 정리하였다. 그리고 ‘갈무리 생각’에서는 주례를 마친 후 스님이 어떠했고, 이후 그 일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같은 뒷이야기를 보여주는 형태인 것이다. 

이런 구성이니만큼 어찌 보면 스님의 말씀에 저자의 생각과 의견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으니 스님의 가르침만을 보고자 한다면 책을 읽으려는 목적에 맞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저자가 법정 스님의 마음을 잘 헤아렸으며, 우리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제하면, 함께 전하는 이야기에 대해 ‘평범한 사람’으로써 그 말씀들을 잘 정리하고, 그와 동시에 우리가 그 말씀들로 인해 느꼈을 감정들을 사전에 함께 나눈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제목에서의 인생을 응원하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는 담담하고 툭 던지는 듯한 가벼운 이야기들도 있다. 거기 더해서 다른 종교에 대한 부분이나 남북 관계, 죽음에 대한 단상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만큼, 그걸 다 ‘응원’이라는 범주에 가두기는 그렇고 <인생에 한마디만 더>라는 좀 범위가 넓은 제목은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인상깊은 부분은?

나와 내 주변 사람들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건이나 이슈에 대해 얘기할 때 왠지 감정적인 것 보다는 틀에 박힌 이야기거나 원론적인 얘기를 할 때면 “부처님 같은 소리 하지 마라”라고 반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과연 나도 그랬듯이 그 사람들은 부처님의 가르팀을 받는다는 스님들의 말씀이 들어있는 이런 책들 이야기들을 진중하게 읽어보긴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종교에서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해왔던 ‘포용’에 대한 부분이 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 


지금 김수환 추기경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우리들 마음속에서는 오래도록 살아 계실 것이다. 위대한 존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그분의 평안을 빌기 전에 그분이 무상한 육신을 벗은 후에 도 우리의 영적 평안을 기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분은 지금 이 순간도 봄이 오는 이 대지의 숨결을 빌어 우리에게 귓속말로 말하고 있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이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그리고 용서하라.”

P.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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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완전한 것은 하나도 없다.

종교라 해서 예외일 수 있겠는가.

어떤 종교든지 좋은 면이 있는가 하면,

그 그늘 아래 좋지 못한 면도 있게 마련이다.

종교도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중략)

우리가 종교에 접근하려면 힌두교, 유태교, 이슬람교, 불교 등

부득이 종파적인 관문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종파의 울타리에 갇히게 되면 

드넓은 종교의 지평을 내다볼 시력을 잃는다.

*

집이 크고 사람이 많이 모인다고 해서

거룩한 교회와 큰 절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P. 65


이런 종교에 대한 넓은 마음은 어느정도 마음을 수양하면 할 수 있을까.


또한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셨는지도 알 수 있는데 사실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사물에 대한 감정과 이런 삶에 달관한 분들이 바라보는 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소한 그냥 스쳐가는 바람인 듯, 그저 흘러가는 물인 듯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무언가를 바라본 바로 그 시점에 사물이 어떠했는지는 나도 어디엔가 써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법정 스님이 꽃을 바라본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매화는 반개(半開)했을 떄가 벚꽃은 만개(滿開)했을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또 복사꽃은 멀리서 바라볼 때가 환상적이고, 배꽃은 가까이서 보아야 꽃의 자태를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매화는 반만 피었을 때 남은 여백의 운치가 있고, 벚꽃은 활짝 피어나야 여한이 없습니다. 복사꽃은 가까이서 보면 비본질적인 요소 때문에 본질이 가려집니다. 봄날의 분홍빛이 지난 환상적인 분위기가 반감되고 맙니다. 이렇듯 복사꽃은 멀이서 보아야 분홍빛이 지난 봄날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누릴 수 있고 배꽃은 가까이서 보아야 꽃이 지난 맑음과 뚜렷한 윤곽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P. 214


법정 스님하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게 무소유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역시 그러했고, 내 주위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지만 정작 “무소유를 소유하려 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한번쯤 스님이 이야기 하신 걸 떠올려봐도 좋겠다.


얼마전에 개봉한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두 친구가 술김에 한 창고에 자신들의 모든 물건을 넣어놓고 하루에 하나씩 꼭 필요한 물건만 도려받으며 100일을 버텨야 이기는 내기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수십만개의 물건 들 중 정작 삶에 피료한게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는 뻔한 스토리였지만, 그 영화에 대한 걸 매체에서 보며 저절로 ‘무소유’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기도 했다.


다만, 이미 법정 스님의 많은 저서가 나와 있고, 그 분을 다룬 책도 여러편이 있는 바 꽤 여러 부분에서 기존에 나왔던 책들과 유사하게 느껴지는 곳들이 있다. 인지하다시피 가르침이라는게 어느정도는 세상을 살아온 경험에서 오는 것이고, 그만큼 쓰는 단어나 의미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데다, 소재 자체가 하늘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이 없을테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만약 이전에 법정 스님의 책을 감명깊게 읽은 독자라면 선택시 고민이 될 수도 있고, 읽으면서도 루즈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가능하면 법정 스님의 책을 많이 읽지 않은 독자나 처음 접하는 분들이 읽는다면 더 큰 감흥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인다면?

1. 이전에 나온 책들에 비해 편집이 아주 깔끔하고 좋은데, 편집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인문서로도 자기 계발서로도 좋은데, 여백이 많은 건 독서 자체에 피곤을 느끼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 건 더 큰 장점인 듯 하다. 


2. 이런 책은 속독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보고 인상깊은 글귀들은 메모도 하는 정독精讀스타일이 더 맞을텐데, 읽고 나서 부모님이나 나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께도 권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 쏟아지는 지식 주입형 인문서적에 지쳤다면, 또는 책을 읽으며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고 싶다면 추천, 인생 고민에 대한 즉각적이고 확실한 해결책을 원하거나, 책이란 자고로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는 주의라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다연'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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