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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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초반부의 여러가지 상황과 배경, 그리고 인물간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의지를 갖고 모인 사람들의 ‘모험’과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가는 ‘도전’에 대한 고전 소설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목적보다는 벌어지는 사건 자체에 더 궁금증이 생긴다. 게다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한 인물이 죽음을 맞고, 갑자기 시대가 점프되며 또 다른 탐험이 시작되는 것을 보면 머리가 복잡해지기까지 한다. 


‘사일러스 코드’가 시대를 뛰어넘고 유사한 기억을 갖고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면서는 영화 <남극일기>(한국, 임필성 감독, 2005)에서 보았던 탐험대장(송강호 배우가 연기)이 언뜻 떠올랐다. 주도적인 모험가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떠오른 기시감과 위험에도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건 어쩌면 반복되는 집착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결말에 이르면 이런 생각들과는 얼마나 다른 간극으로 벌어지는지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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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내가 겪고 있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나는 코실 부인의 얼굴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은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전에도 죽은 적이 있어요.” 

내 나머지 부분이 스스로 문을 닫는 순간, 마치 계절이 바뀌는 마을처럼 내 기억의 문이 다시 열렸다. 

“내 말이 맞죠?”

백작부인은 슬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 번 그랬죠, 굉장히 여러 번.”

“어째서….”나는 피의 재갈 사이로 말을 하려 악전고투했다.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는 겁니까?”

“왜냐하면 당신은 테메테르호의 현실을, 그리고 해야 할 일을 직시하려 들지 않으니까요.”

그녀는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P. 184 ~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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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종 부분에서 밝혀지는 한 순간을 위해 ‘사일러스 코드’는 왜 위험에 처했고,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지, 그리고 왜 계속 희생하는가 궁금하면서도 중요한 지점인데, 이것이 비밀에 감춰진 탐험을 계속하는 스릴러가 아니라 SF여야 하는지 곱씹게 만드는 설정으로, 본인의 의지가 아님에도 왜 반복되는지 생각하며 읽다보면 결말이 더 깊게 와닿을 수 있겠다.



인상깊은 부분은?

원제인 ‘Eversion’은 ‘뒤집힘’ 또는 ‘외부로 드러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소설의 결말부분도 이 제목처럼 큰 반전을 갖고 있다. 우선 ‘사일러스 코드’의 잠재의식과 반복되는 현실은 이 모험이 단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영속성을 의미한다. 


중간부분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소설 <다크 매터>(Dark Matter, 블레이크 크라우치(Blake Crouch) 작, 2016)의 다중우주와 비슷한 흐름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후반부에 들면서 역시 다른 전개라고 느껴지게 한다. 그리고 인물들간에 오고가는 이야기 속에서는 전문적이진 않지만 과학적인 부분과 철학적인 존재론 같은 것도 언급하기도 하고, 이 같은 배경이 계속되는 것인지를 생각하게도 만드는데, 초반부, ‘사일러스 코드’는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 건 오히려 이야기의 다른 이면을 더 부각시키기도 하는 장치로 보인다.


반복되는 느낌에도 오히려 자신이 떠올리는 기시감 자체에 집착하기 보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마지막까지 생존자를 구하려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윤리적 결정이며, 물리적으로 모든 걸 설명하긴 어려운 ‘자기 희생’을 보여줌으로써 끝없는 반복을 중지시킬 수 있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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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말씀하시죠”

나는 의자에서 일어서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설에서 그 다음엔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는거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설가 대답하고 싶었을지라도 할 수 없었을 터였다. 내 등장인물들에게 닥칠 일들이 모든 면에서 끔찍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중략)

마치 그 불쌍한 영혼들에게 진작에 일어났던 일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P.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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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구조물’의 정체를 밝히는 게 아니라 그 구조물까지 도착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끝일 수도 있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사일러스 코드’는 자신의 의지로 정체를 밝히는 것을 우선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인을 알 수 없는 위험에서도 선원들의 안전과 최대한 그들을 살려내는 것이 대의라고 생각한 것 같다. 


다만, 조금은 복잡하고 어지러운 이야기 전개여서 조금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이야기가 단절되는 느낌이어서 스토리가 어렵다고 느낄 수 있으나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라는 걸 인지하면 읽어나가는데는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비슷한 소재의 소설들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SF와 정체성, 다른 시간대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결말의 반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더 이상의 반복이 아닌 의미있는 마지막을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하는 마지막 부분은 반가운 끝맺음이었다.



덧붙인다면?

1. 만약 영화로 만든다면, 수수께끼를 만드는 분위기, 등장했다 사라지는 인물 등 분위기에 따라 공포영화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2. 쉽게 풀리지 않는 비밀, 복잡한 이야기 구조속에서 어디부터가 사실이고 허구인지 예상하는 재미를 원한다면 추천, 우주를 배경으로 무언가를 찾아 모험을 그린 SF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푸른숲'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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