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약탈 - 보이는 것에 투자하라!
마티아스 바이크 & 마르크 프리드리히 지음, 송명희 옮김 / 가치창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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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약탈은 금융위기 이전에도 이미 한국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통화위기로 한차례 끔직함을 체험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금융시장 개방을 시작하면서 준비는 소홀했다. 예전 사례가 많지 않다보니 소로스같은 사람이 환율과 통화를 그토록 크게 건드리라고는 생각 못했다고도 할 수 있다. 어쨌든 외환위기에 앞서 외환보유고가 충분치 않았던 점은 논외 밖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 거대한 약탈도 어찌보면 구조적 모순을 갖고 막대한 자본가가 약탈을 일삼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직접 맞아보니 폭탄돌리기가 현실 세계에도 기능함에 일차적으로 놀랐고, 비상식적인 금융권의 투기와 리스크에 대한 문외한적 방만에 놀라고 말았다. 파생상품을 마구잡이로 만들어 리스크를 감췄던 투자은행과 신용의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모기지대출을 일삼은 상업은행에 행보에 기가찼다. 애꿎은 주변국가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끝난 금융위기는 6년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동성 회수를 앞두고 벌어지는 각종 통화 남발로 글로벌적 홍역을 앓고 있다. 일본의 통화정책에 이어 중국도 마찬가지 노선을 타며 자국의 경쟁력을 통화로 지켜보려는 수단을 관철 중이다. 한국의 금리는 최저를 찍었고, 이제는 앨런의 시기적 선택에 따라 금리의 향반이 갈리는 형국에 이르렀다. 거대한 약탈은 이제 또 시작할 듯 싶다. 금리가 최저를 형성하며 유동성을 띤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많이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회수는 다시 한 번 약탈의 행태로 나타날 것이라 불편할 뿐이다. 결국 부지런히 일해서 번 돈으로 유동성에 떠밀려 투자를 한 일반인이 금융권의 놀음에 놀아나는 꼴이 되고, 부자는 이미 주머니를 두둑히 채워논 상태에서 약탈을 방관할 뿐인 구도다. 유럽의 재정을 다룬 책이지만, 그림은 언제나 똑같다. 그리스 사태로 인해 그렉시트가 가장 위협적인 결론으로 논의되며 전 세계 시장을 불안에 떨게 했지만, 강구책을 그리스가 받아들이고, 신뢰를 보이자 그리스 위기는 가라앉고 있다. 그리스는 이제 힘든 시간을 보내야 제 위치를 되찾을 수 있다. 이 속에는 구조적 약탈보다 부패가 더 큰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어 더욱 씁쓸함을 선사한다. 약탈의 유형 중 가장 지저분한 게 부패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나 외부 NGO에서 보낸 구호물품을 정권의 유지로 사용할 뿐, 정작 어려운 자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이게 부패다. 거대한 약탈의 비체계적 위험이 잦아들 때 지구촌은 안정을 취할 것이지만, 체계적 위험은 우리가 이기적 본능을 지닌 이상 완전히 그 자취를 감추지는 못할 것이다. 다양한 금융 상품, 블랙록의 어마어마한 자본력과 연봉을 보며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한편으로 부러움을 감추지 못한 건 역시나 체계적 위험에 속하는 개인의 본능 탓인지도 모른다. 두루두루 생각하고 공부할 기회를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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