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져도 꺾이진 마라 - 두 세계에 속한 삶
핑푸 & 메이메이 폭스 지음, 김화곤 옮김 / 사공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황량한 장소에서 부모 없이 한참 어린 여동생을 챙기며 마오쩌둥의 정신 나간 시대를 이겨낸 소녀의 이야기다. 홍위병이란 참으로 비겁한 술수였다. 10대, 철없는 아이들을 사용해 본인의 사상을 중국 대륙에 실현한 인물, 마오. 홍위병은 군인, 노동자, 농민의 자녀들로 피를 상징하는 마오의 순수 혈통이었다. 반면, 지식인, 기업인, 교사 등은 흑색분자로 몰려 처형당하거나 머나먼 땅에서 노역에 시달리며 마오쩌둥의 사상 세뇌 교육을 받았다. 그들의 자녀는 이 책의 주인공 핑푸(애칭 : 작은 사과)처럼 따로 운거지에 갇혀 자립적으로 살아야 했고, 억고반을 먹으며 같은 또래의 홍위병들의 지시에 따라야 했다. 홍위병 사태는 예전 책 제목 "홍위병"에서도 만났기에 새롭지는 않았지만, 주인공 입장에서 바라보니 또 다른 사건이었다. 10대 아이가 홍위병에게 그것도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칼에 찔리고, 꼬리뼈에서 '우직'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구타를 당하기까지 했다. 핑푸 시대의 아이들은 책에도 언급된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의 아이들처럼 살인을 하고도 아주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눈을 치켜뜨기만 해도 총살당한다. 그것도 같은 또래의 아이한테. 심지어 10대인 아이들이 총을 들고 성인을 쏘아 죽이고, 아이들 앞에서 능지처참의 거열형을 보게 만들기도 했다. 홍위병이 집도한 형벌의 현장이고 심판관도 10대 홍위병이 다수였다. 무서웠다. 그런 시대를 핑푸는 철없이 밝기만 한 여동생을 챙기며 이겨냈다. 이 책의 내용은 난징과 미국을 오가며 전개된다. 문화대혁명은 자유가 말살된 시대에 생각의 자유를 염원하는 지식인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가슴 아픈 시대였고, 선진 중국의 미래를 몇 십년 뒤쳐지게 만든 자충수였다. 핑푸의 이야기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담담히 본인의 숙명을 이겨내온 아픔과 강인함이 서려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그리고 현재는 어떨지 몰라도 과거 미국은 기회의 국가였음을 핑푸의 성장과 성공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핑푸는 열심히 했고, 미국 사회는 핑푸를 보조했다. 중국처럼 추방하거나 방치하지 않았다. 게다가 시급도 넉넉해 중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혜택을 입는다. 학생이 차를 몰고 다니고, 무일푼에서 석사와 박사에 이르는 담대한 과정을 이뤄냈다. 더욱이 철없는 여동생도 미국에서 번듯이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인과 결혼하여 자녀를 낳고 정체성을 다잡는 모습도 이민자에게서 엿볼 수 있는 흔한 모습이었다. 핑푸는 상상할 수 없는 유년기를 보내며 홀로 살림하는 법, 아픔을 이겨내는 법, 자신을 괴롭히려는 자들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핑푸의 성격이 매우 내성적임에도 그런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성격과 본인 환경에 대한 푸념이 과연 필요한가 되물었다. 핑푸같은 환경보다 더 악조건인 경우도 세상에는 많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아프리카만 봐도 에이즈에, 매일 벌어지는 유혈 사태에, 지독한 식수난과 정신 나간 종교인들의 만행, 총과 칼, 식량난, 습하고 더운 기후, 자립이 어려운 국가 상태 등 기가 막힌 현장이 아프리카에 있다. 핑푸같은 대단한 인물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아예 이런 역경이 가동하지 않는 최소한의 안전막이라고 보장된 사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런 개선에 힘을 줄 수 있는 인물로 거듭나야겠다는 의지가 핑푸를 통해 솟아났다. 그리고 선동에 대한 경계심도 문화대혁명에 마오가 비겁하게 사용한 홍위병을 보며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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