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 개에게 듣는 멋진 이야기
야마구치 하나 지음, 오나영 옮김 / 청림Life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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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반려견을 대하는 모든 이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주인과 강아지가 서로 주고 받은 총 14편의 편지가 이 책의 흐름을 형성한다. 일단, 와줘서 고맙다는 말이 얼마나 감사함을 내포한 건지 곰곰이 생각해봐야한다.  참신하고자 언어를 역배열한 시도들이 활개를 치는 미디어 환경에서 "나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는 식상한 표현일 수 있다. 순배열인데다가 고맙다는 말이 표제인 책이 너무나도 많아서 그렇다. 하지만, 이 말을 4명의 소년과 강아지가 나누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일생을 주인만 사랑한 가아지와 바쁘고 다른 흥밋거리에 빠져 강아지를 간혹 멀리했던 주인과는 사랑이라는 무게를 놓고 보면, 한 쪽으로 크게 균형추가 기운다. 일생을 사랑하는 강아지. 그러고도 버림받는 강아지. 이런 흐름에 강아지는 언제나 약한 존재이자 무한한 애정과 충성을 보이는 유약하지만 든든한 존재다. 고마워할만 하다. 물에 떠내려가는 강아지를 주어 4명의 소년이 자신들의 숲속 아지트에서 함께 기르고 노는 장면은 유년기에 한번쯤은 꿈꿔봤던 친밀한 우정을 상기시켜준다. 결국 강아지와의 소중한 시간은 강아지만 기억하게 되고, 이를 안타까워하던 중 강아지는 이별의 시간을 직감한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4명의 고등학생은 다시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며 강아지를 찾아나서고, 어렸을 때 항상 노닐던 그 아지트에서 강아지를 마주한다. 강아지는 깊은 한 숨을 내쉬며 안도한 듯 숨을 거둔다. 결국 강아지는 죽는 순간까지 사랑을 나누었던, 소중한 우정이 숨쉬었던 공간에서 일생의 사랑을 회고하며 삶을 정리한 셈이다. 강아지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아직 죄책감이 없어서 좋을 것 같다. 유년기에 강아지를 길러본 사람 중에는 이 책의 소년들처럼 예쁘고 좋을 때만 사랑해주고, 본인이 커가며 바빠지자 대충 다루었던 경험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기억이 항상 강아지에게 미안함으로 남는다. 나도 정말 고맙다고 그 강아지에게 말해주고 싶다. 제대로 훈련을 못해 여기저기 대소변을 싸고 다녀서 온갖 구박을 들었던 그 녀석은 아마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나중에 만난다면 정말 미안하다..라고 먼저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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