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현자의 말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너북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현자의 말이 이렇게 울림이 클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저 잠언집이겠거니 했지만, 아니었다. 이미 나는 성숙했고 여러 감정과 경험을 거치며 이전의 나와는 다른 나가 되어있었다. 과거에 현자의 말들이 상식적인 단어 나열에 지나지 않았다면, 현재는

현자는 과연 현자로구나란 생각으로 감탄만 하며 깨달음을 얻기 바쁘다.

 

반야심경, 달마,석가,공자,예수의 말들이 주옥같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냐는 물음에 무(無)라 답한다. 이게 확 와닿지는 않지만 유와 무의 엄청난 차이에 있어 우리 존재의 무게를 한 단어에 실어놓은 표현이 바로 무라고 생각한다. 성서에 나온 표현 중 떨어진 이삭은 냅두라는 표현도 따뜻했다. 먹을 게 없던 시절에 가난한 자들을 배려하라는 취지의 글귀라 애틋하다. 이는 오늘날엔 변형된 형태로 의미가 전달되고 있다. 말이 인생을 지배한다는 말도 잊어선 안되겠다. 말만큼 인간과 인간이 상처를 주는 수단도 없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현자들은 말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으며, 이는 서양 철학자 비트겐슈타인도 '말이 자신을 형상한다'로 표현한 이력을 통해 얼마나 중요한 사실인지 알 수 있다.

 

표지부터 내용을 포괄하는 책 디자인이 예사롭지 않다. 읽으면서 빠져드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명상의 느낌이 들고, 현자의 말이 울리는 듯한 특이한 체험이 가능한 디자인이다. 얇지만 현자의 기운, 기상이 완전히 배어든 우수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또한 얼마 전에 니체의 말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분이다. 현자는 역시 불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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