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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문학 - 어울림의 무늬, 혹은 어긋남의 흔적
김영민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8월
평점 :
저는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어디가서 명함을 내밀정도로 영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할만한 인물은 못 됩니다. 그냥 재미가있네 없네를 말하며 저 배우 연기가 죽였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내 인생이 어떻더라 등등의 뒷이야기를 즐겨 하는 관객중에 하나입니다. 영화에 대한 애정 때문에 그저 영화관련 서적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반가웠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총 30편의 영화 중 제가 보았던영화의 제목이 꽤나 많이 보였습니다. 누가 쓴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전문가에 글이기에 내가 봤던 그 영화들을 전문가는 머라고 말할까? 가 궁굼했습니다.
이 책에 제목은 영화인문학 입니다. 영화입문학이 아니라. 인문학(人文學) 입니다. 인문학(人文學)이란 무엇일까요? "인간이 처해진 조건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라고 네이버는 말합니다. 그러니 이 책 <영화인문학>은 영화를 인간이 처해진 조건에 비추어 학문적으로 풀어보겠다 라는 걸까요?
뭐 여느 책과 다를 것 없이 첫장을 열어보니 작가의소개가 나옵니다. 김영민, 김영민 작가의 직업은 철학자이자 숙명여대 교수 입니다. 92년도 부터 철학과 인문에 대한 다수의 작품을 발표 했었군요. 영화평론가도 아닌 대중문화평론가도 아닌 더구나 감독도 배우도 아닌 철학자의 눈에 비췬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철학과 영화의 만남이라니 조금 어려울 것 같아 지레 겁이 나긴 합니다. 철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속이 하애지곤 하니깐요.
책에 등장하는 영화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총 30편 입니다. 밀양, 아주 특별한 손님, 괴물, 가족의 탄생, 달콤한 인생, 용서받지 못한자, 극장전, 가능한 변화들, 바람난 가족, 와이키키 브라더스, 고양이를 부탁해, 복수는 나의것, 거짓말, 8월의 크리스마스, 학생부군신위, 넘버3, 서편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하얀 전쟁,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기쁜 우리 젊은 날, 자녀목,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 이어도, 영자의전성시대, 바보들의 행진.
책은 한편 한편의 영화마다 그 영화를 만든 감독에 대한 이야기로 두 세 페이지를 할애 합니다. 이는 감독의 작품을 이해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다른이들에게는 몰라도 저에게 조금 흥미로웠던 사실은들 이창동 감독의 전직이 국어교사 였다는 사실과 괴물의 봉준호와 바람난 가족의 임상수 그리고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감독등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이라는 것 입니다. 그냥 mbc아카데미나 이런게 생각나서 말 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사실은 문제작만 만들어 내는 문제감독인 장선우 감독이 서울대 출신 이라는 것 입니다. 머 본인이 너무 학벌지상주의자 같아 보이긴 하지만 놀랐던게 사실 입니다.
책을 읽으며 본 영화와 보지 않은 영화로 나누어 본영화를 먼저 읽었습니다. 그래야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아서 말입니다. 꽤나 많은 영화를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나눠놓고 보니 딱 15편의 영화를 보았고 또 15편의 영화를 보지 못했습니다.
철학자이자 교수인 저자 김영민은 밀양에서는 도둑맞은 용서를 또 다소 어렵긴 했지만 괴물을 통해서는 인간의 무늬와 진리를, 가족의 탄생에서는 버릇과 습관으로 맺어진 새로운 가족의 탄생에 대해, 달콤한 인생에서는 원인과 결과에 대해 세속적을 빚대어 풀어 나갑니다. 또한 바람난 가족에서는 창의적 불화에 대해,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희망과 진보에 대해 또 8월에 크리스마스에서는 시간과 무지가 인간에게 미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어렵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무슨 모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려운데 재밌네요. 드디어 문제작인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에 대한 페이지 까지 도달 했습니다. 사실 이영화는 개봉 할 무렵 친구가 너무 보고 싶다(정말임;;) 하기에 극장엘 가서 봤습니다. 중간쯤 보고 나오긴 했습니다만... 영화의 내용을 아실라나 모르겠지만 정말 간단하게 간략하자면 채팅으로 만난 남녀가 섹스를 즐기를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 즐김이 너무나 원초적이라 차마 끝까지 관람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관객들을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토하게 만듭니다. 심지어 커다란 스크린에 남자 주인공의 성기를 등장시켜 좌중을 술렁이게 만들기까지 했었습니다. 저자는 이러했던 거짓말을 무어라 평할지 궁굼했습니다.
<거짓말>이 주는 어지러움은 일차적으로 이 당대적 권력과 그 분별심에 퍼붓는 모욕적 퍼포먼스의 효과다. 숱한 이론이 주워섬기듯이 문화가 일종의 신경증적 미봉의 상태를 가리킨다면, <거짓말>의 어지러움은 상징적으로 통합된 그 문화적 신경증이 일거에 부서지면서 정신병적 실재가 어른어른 드러난다는 데 있다. -P152-
저자는 장선우의 거짓말에 자연스러움이라는 설명을 합니다. 다른 자연스러움 혹은 더 깊은 자연스러움, 역시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장선우의 거짓말은 역겹지만 그런사람이 없다라고 차마 말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 이기도 했습니다.
<거짓말>은 한 편의 영화라기보다, 관객을 한편 끌어당기고 한편 내몰면서 더불어 만들어낸 한 판의 굿 같다 -p157-
가욋사람, 모짝, 나우, 맨망스럽다 별미쩍다 이런단어를 단번에 보고 아신다면 당신은 언어 천재. 사실 이 책은 어려운 내용만큼이나 어려운 단어들이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은근슬쩍 속으로 "왜 이렇게 어려운 단어가 많아?" 라면 원망 했었는데, 책의 끄트머리에 작가가 친절하게도 어려운 단어들의 해설을 첨부 해 놓았더군요. 그리고 책을 다 읽을 무렵 작가가 일부러 이랬다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제 글이 어렵다고 불평하신 몇몇 독자들에게도 감사드리며, 이후에도 가급적 어려운 글들을 골라서 보시기 바랍니다. 죽을 즐기는 것은 병자이지만, 밥을 잘 씹어 죽으로 만들어 먹는 것은 건강법이기도 하답니다. -P311-
작품의 미장센이 어땠느니, 연출이 어땠느니 스토리가 빈약하냐느니 이런 비평은 이 책에 없습니다. 다만 작품의 주인공들이 그곳에서 살며 느끼듯이 우리도 그들이 느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인간과 삶에 대해 이야기 할 뿐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이 책은 어렵지만 흥미롭게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