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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셀러
아우구스토 쿠리 지음, 박원복 옮김 / 시작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기억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이라면 누구나 매일 꿈을 꿀 것이다. 실제 일어나줬으면 하는 달콤한 꿈을 꾸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가끔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끔찍한 꿈을 꾸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꿈은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에 행복을 주기도 하며, 때로는 불행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새로운 꿈이 있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다. 이런 질문 한번 못 받은 사람이 있을까?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인류가 존재 하는 한 끊임없이 던지고 받을 질문이 있다면 바로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꿈은 계획 하고 있는 포부와 이상 혹은 희망을 의미한다.
전자의 꿈과 후자의 꿈은 두 가지 이상의 뜻을 가진 낱말인 다의어 이다. 이 다의어의 오해로 인해 나는 한 권의 책과 만나게 되었다. 나의 오해는 <드림셀러> 라는 제목에서 시작되었다. 꿈을 파는 사람? 이거 환타지 일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드림을 왜 그 드림이 아닌 다른 드림으로 받아들인 것일까?
우리민족만 그러한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오래 전부터 믿거나 말거나의 심정으로 꿈을 사고 팔아왔다. 실제로 다른 이의 태몽을 꾸어 주는가 하면, 어마어마한 구렁이나 돼지 꿈을 꿨다는 이에게 꿈을 사고자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나의 터무니 없는 상상력 때문이었을까? 나는 <드림셀러> 라는 책 제목을 보곤 ‘그래 꿈을 파는 사람이구나’ 라며 그 꿈은 수면상태에서 이뤄지는 그 꿈일 것이라고 제멋대로 상상해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내게 온 책은 형식도 내용도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영~ 딴판이었다. 약간의 실망이 스물 스물 올라오기 시작하던 무렵. 소설 초반부터 등장한 한 사내의 자살소동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 시켰고 마치 비온뒤의 선명해진 하늘처럼 실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금요일 오후 다섯 시 고층빌딩 옥상의 한 사내가 생을 마감하기 위해 건물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다. 경찰도 심리학자도 그의 마음을 돌려놓기는 역부족 인 듯 하다. 그때 자신을 꿈을 파는 사람이라 말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허름한 옷차림의 그는 사람들 사이를 조용히 뚫고 자살을 하려는 사내 에게 다가 간다. 그는 지켜보는 주위의 긴장감은 자기 것이 아니라는 듯 편안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그곳에서 휘파람을 불기 시작한다. 그리곤 자살하려는 사내에게 그에 자살소동이 얼마나 이기적이며 교만한 것인지를 이야기 한다. 그로 인해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된 사내는 자살 시도를 멈추고 허름한 옷차림의 그를 따라 꿈을 파는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여기서 의아한 사실은 자살하려던 자의 직업이 대학교수라는 것이다. 존경 받는 지식인인 그의 자살소동은 한편으로는 사치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학교수라는 위엄과는 달리 그 또한 외로움과 고독을 가진 나약한 인간이기는 마찬가지 이다. 이는 사회적 위치의 높고 낮음과는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궁극적으로 가져야 할 삶의 물음이 같다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드림셀러를 따르는 무리들의 다양한 직업만큼이나 이들의 무리에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다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꿈을 파는 사람은 어느덧 꿈을 파는 사람들이라는 무리가 되어 있었다. 꿈을 파는 사람은 알코올중독자, 소매치기, 영적 지도자,
신경강박증 환자, 거식증이 걸린 톱모델 등의 다양한 제자들과 함께 부조리와 부도덕 이기와 무지가 판치는 세상 곳곳을 다니며
연설을 하기 시작 한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꿈을 파는 사람들의 이 같은 행동은 각종 매체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에
이른다.
당연하지만 모두들 들으려 하지 않고 보려 하지 않았던 진리에 대해 드림셀러는 깨우침을 전해 준다. 더욱이 흥미로웠던 것은 그가 다니던 모든 곳에서의 연설은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한번은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 였다는 것이다. 자살, 다이어트, 정체성, 폭력성, 양심, 어느 것 하나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에게 꿈을 파는 사람은 자아를 들여다보지 않으며 자기 자신과 사회와 단절 하려던 그들에게 인생의 마침표 대신 쉼표를 권유한다. 그리고 독자인 나에게 까지도 말이다.
이게 말이 되나? 꿈을 파는 사람이라는 그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지만, 갑자기 등장해 여러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그를 따르게 하다니? 라는 의문이 들 때마다 작가는 등장인물인 대학교수의 입을 빌어 ‘도대체 꿈을 파는 자라는 저자를 따라 다니는 게 잘 한 짓일까?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 건가?’ 라는 말을 한다. 이는 읽는 이로 하여금 그러한 혼란은 제자인 그가 스승인 꿈을 파는 사람을 온전히 믿기 까지의 단계적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며, 그를 그대로 독자들에게 이입시켰을 뿐이다. 라고 말하는 듯 해 심리학자 출신의 저자의 심리적 치밀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예지몽이나 악몽, 흉몽, 길몽을 파는 사람에 대한 일종의 환타지적 이야기 일 것이라 생각 했던 나는 뜻밖에 만난 색다른 꿈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꿈과 꿈의 깊숙한 뜻이 같은 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현실 속에서 갈망하던 이상들이 수면상태에 꿈속에서 이루어 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지 않은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꿈속에서 그리고 꿈보다 더 꿈 같은 현실 속에서 <드림셀러>가 우리에게 그러하기를 권유하듯 우리 스스로 아주 사소한 행복과 희망을 향해 손을 내민 다면 어떠한 꿈속에 있든 우리는 진정한 희망과 행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