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시집의 제목을 보고 제가 예상했던 이야기는 할머니가 아이를 따뜻하게 껴안아주고, 아이는 제목처럼 까무룩 갑자기 아득해져서 꿈나라로 가는 그런 것이었어요. 하지만 제 예상과는 달리 까무룩, 갑자기 아득해지는 사람은 작가님의 할머니였어요. 건강하셨던 작가님의 할머니는 나이가 들고, 치매가 생겨서 요양원에 계시게 되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병문안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그러다 하늘나라로 가신 할머니가 더 그립고 생각나셨나봐요. 이 시집에는 작가님의 할머니에 관한 시가 많이 담겨있어요. 시집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1부에는 재미있는 동시가 많아요. 그 중 알로에라는 시는 알로에의 생김새를 우주에서 온 외계인 문어에 비유한 점이 재미있어요.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알로에의 모양이 꼭 문어의 다리와 비슷하더라고요. 화분에서 자라는 알로에의 모습을 초록 문어가 거꾸로 박혔다고 표현했어요. 2부에는 할머니에 관한 시가 많았어요. 할머니의 보자기라는 시에는 치매로 기억을 잃고, 자꾸 엄마와 오빠를 보러 가겠다고 짐을 싸는 할머니의 모습을 표현했어요. 보자기 안에 싸는 단촐한 물건도 그렇고, 집을 싸다 까무룩 잠을 드시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어요. 달님죽이란 시는 아픈 삼촌에게 호박죽을 끓여주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담았는데요. 호박을 달빛과 별로 표현한 점이 독특하고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아프지 마라 한 숟가락 죽지 마라 한 숟가락 이라는 구절에서 할머니의 절절한 마음이 와 닿아서 눈물도 조금 났어요. 이 시집에 있는 그림은 작가님의 아이가 직접 그렸다고 해요. 할머니에 대한 시를 손녀가 쓰고, 또 그 손녀의 아이가 그림을 그려서 정말 뜻 깊은 책인것 같아요. 초등학교 3학년쯤 되었을 아이인데 그림을 정말 잘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저희 아이와 이렇게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