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현 씨는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김성은 지음, 양양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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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미래”를 보여주지만, 결국 우리를 울리는 건 그 미래가 아니라 지금의 선택이다.


대현 씨의 삶은 너무도 선명하게 펼쳐진다. 반지를 끼고 웃던 결혼식, 새벽마다 이유식을 끓이던 손, 아빠의 제복을 따라 입고 거울 앞에서 포즈를 잡던 딸. 이 장면들은 마치 이미 지나온 기억처럼 따뜻하고 구체적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삶이 계속될 것이라 믿게 된다. 아니, 믿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모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어쩌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불길 속에서 돌아 나온 대현 씨가 다시 건물로 뛰어드는 순간, 이야기는 멈춘다. 더 이상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당신이라면 돌아설 수 있었겠느냐고.


이 그림책은 많이 아프다. ‘희생’이라는 단어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대현 씨는 영웅이 되기 위해 뛰어든 것이 아니라, 그저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선택은 더 아프고, 더 크게 남는다.


우리는 살아가며 미래를 계획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연약한 위에 놓여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미래는 약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이 더 중요하다.


책을 덮고 나면, 괜히 주변이 조용해진다. 그리고 문득, 아무 일 없이 돌아와 준 사람들, 그 ‘당연한 귀환’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가슴이 저릿하게 깨닫게 된다.


#대현씨는지금미래에대해생각하지않는다 #김성은 #문학동네 #뭉끄6기 #양양그림 #못된말장례식 #지금은미래에대해생각하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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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무엇을 쓰고 무엇을 버리는가 - 위대한 작가들이 전하는 명작 쓰기의 기술 흄세 에세이 7
어니스트 헤밍웨이 외 지음, 최민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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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이 책은 글쓰기의 기술을 가르치는 ‘방법서’라기보다, 끝까지 쓰고 버티며 살아남은 작가들의 태도를 보여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잭 런던, 헨리 제임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마크 트웨인, 에드거 앨런 포, 허버트 조지 웰스까지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문학사가 되는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 써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써야 하는가’를 밀도 있게 드러낸다.



책을 읽다 보면 한 가지 분명해진다. 좋은 글은 더 많이 쓰는 데서 가 아니라, 더 많이 ‘버리는 데서’ 완성된다는 사실이다. 헤밍웨이의 빙산 이론은 말해지지 않은 부분이야말로 글의 깊이를 만든다고 말하고, 트웨인은 부정확한 문장과 느슨한 구조를 가차 없이 도려낸다. 결국 글쓰기란 채워 넣는 작업이 아니라, 끝까지 남길 것을 가려내는 선택의 기술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이 거장들이 결코 낭만적으로 글쓰기를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창작을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처럼 설명하고, 잭 런던은 작가가 되기 위해선 냉정한 자기 단련이 필요하다고 단언한다. 글쓰기는 영감의 번쩍임이 아니라, 반복과 계산, 그리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체력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건 꽤 불편한 진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위로이기도 하다.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직 충분히 밀어붙이지 않았기 때문에 멈춰 있는 것일 수 있으니까.



반면 웰스의 에세이는 이 책의 긴장을 살짝 풀어준다. 글쓰기를 너무 진하게 붙잡고 있을 때, 그는 툭 하고 말한다. “그냥 써보라"라고. 좋은 도구를 고르듯, 환경을 바꾸고 가볍게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이 유머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오래 쓰는 사람만이 알게 되는 균형 감각처럼 느껴진다.



읽고 나면 묘한 기분이 남는다. 당장 글을 잘 쓰는 법을 찾기 전에, 끝까지 쓰는 사람이 되라고. 글을 쓰는 일이 자꾸 막힌다면, 기술을 더 배우기 전에 이 책부터 읽는 편이 좋겠다. 버틸 힘을 만들어주는 책이다.


#작가는무엇을쓰고무엇을버리는가 #위대한작가 #명작쓰기기술 #흄세에세이 #일파만파독서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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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선물 피터 레이놀즈 단어 시리즈
피터 레이놀즈 지음,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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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눈 내린 거리 위에서 가장 따뜻한 일을 시작하는 제롬! 세상이 내놓은 말들은 차갑고 거칠지만, 제롬은 스스로 다정한 말을 나누기로 선택한다.


그 선택이 결국 하나의 나무가 되고, 사람들의 마음을 밝히는 빛이 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에도 이런 낱말이 필요하다.


총성과 증오 대신, 평화와 사랑이라는 단어가 더 크게 울려 퍼지기를.


전쟁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고,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말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하는 책이다.


#단어의선물 #피터레이놀즈 #문학동네 #뭉끄6기 #단어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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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강산에 눕다 - 역사의 격동 속에서 역사의 별이 된 사람들
임순만 지음 / 한길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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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백범 강산에 눕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믿어온 이름, 김구를 전혀 다른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위인을 기념하거나 업적을 나열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격동의 시대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어떻게 감당했는지를 끝까지 따라간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은 역사 속 인물을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선택의 순간 앞에 스스로를 세워보는 경험에 가깝다.



소설 속 김구는 성공한 지도자가 아니다. 그는 분단을 막지 못했고, 정치적 주도권을 쥐지 못했으며,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이 작품이 집중하는 것은 그 결과가 아니라, 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태도다. 특히 남북 협상을 향한 그의 선택은 승산이 거의 없는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결단이었다. 평화를 향한 시도가 실패로 끝날 것을 알면서도 그 기록을 남기려 했던 마음, 그것이 오히려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소설은 싸움과 투쟁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신념이다. 김구는 유리한 편에 서기보다 스스로 세운 기준을 지키는 길을 택했고, 결과보다 책임을 먼저 생각했다. 그 태도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낯설고 어려운 선택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너무 쉽게 편을 가르고, 빠르게 판단하며,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규정하려 한다. 그런 시대 속에서 이 책은 조용히 질문을 건넨다. 우리는 정말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백범 강산에 눕다』는 어떤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한 인간이 끝까지 붙들었던 가치와 태도를 통해,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면 거창한 감동보다도, 오래 남는 질문 하나가 마음에 머문다. 지금 우리의 선택은, 과연 무엇을 남기게 될까?




#백범강산에눕다 #임순만 #한길사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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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길 - 2026 볼로냐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쉘프 선정 2026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김철순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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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사과 껍질’이라는 아주 사소한 장면에서 출발해, 한 생의 시간을 한 바퀴 돌아 나오게 만든다. 엄마가 사과를 깎으며 만든 동그란 길. 그 길을 따라 들어가면 연분홍 사과꽃이 피고, 꽃이 지고, 작은 아기 사과가 열리고, 해님과 비가 번갈아 다녀가고, 큰 바람이 흔들고 지나간다. 그 모든 시간이 ‘동그란 길’ 안에 들어 있다.



아기 사과의 새파랗게 질린 얼굴, 살금살금 내려오는 비의 표정, 해님의 따뜻한 품. 의인화가 과하지 않으면서도 아이의 시선에 꼭 맞게 표현되어 있다. 색감은 대체로 밝고 말랑하다. 연분홍, 연초록, 붉은 빛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성장’의 온도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길이 ‘툭’ 끊어지고, 아이는 얼른 뛰어내린다. 이 장면이 이 그림책을 단순한 귀여움에서 한 단계 끌어올린다.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사과는 이제 ‘이야기 속 열매’가 아니라, 엄마가 깎아 준 ‘달고 맛있는 사과’가 된다.



우리가 한 바퀴 돌아온 세계가 결국 식탁 위에 놓여 있고, 자연의 시간과 엄마의 손길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따뜻한 이 책은 아이에게는 놀이 같은 상상 여행이고, 어른에게는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작은 명상 같다.



동그란 길은 끊어졌지만, 그 길을 따라 경험한 계절은 마음 안에 남는다. 귀엽고, 부드럽고, 그러나 생각보다 깊다. 사과 하나를 다 먹고 나면 괜히 한 번 더 껍질을 길게 이어 깎아보고 싶어지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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