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 이겨놓고 싸우는 인생의 지혜 현대지성 클래식 69
손무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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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회사에서의 하루는 전쟁과도 같다. 숫자로 평가받고, 감정으로 일하며, 관계 속에서 버텨내야 하는 세계. 부하 직원과의 온도 차, 윗선의 결정, 예측할 수 없는 시장 상황 속에서 우리는 매일 ‘이겨야 하는 싸움’을 반복한다. 다시 『손자병법』을 펼치며 나는 깨달았다.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무너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는 것을.

“싸우면서 이기려 하지 말고, 이겨놓고 싸워라.”

이 문장은 내 일상의 평정심과 닮아 있었다. 업무 현장에서 우리는 종종 ‘당장 이기려는 마음’에 휘둘린다. 회의에서 논리로 상대를 꺾으려 하고, 프로젝트 성과로 인정받으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버티는 것이다.

항우의 몰락에서는 감정 조절의 중요성을, 제갈량의 전술에서는 냉철한 판단력을 배운다. 나에게는 그 모든 이야기가 ‘조직 안의 인간관계’로 들렸다. 성과보다 사람이 먼저 무너지지 않도록 살피는 것, 부하의 잠재력을 읽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 때로는 한 발 물러서 조직의 ‘형세(勢)’를 관찰하는 인내. 손자가 말한 “형(形)과 세(勢)”의 조합은 결국 보이는 실력과 보이지 않는 분위기의 조화다. 나의 직장에도 그런 형세가 있다. 숫자만이 전부가 아닌 팀의 사기, 신뢰의 흐름, 작은 성취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방향성. 손자는 이미 그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익숙한 고사성어가 이번엔 다르게 다가왔다. ‘적을 알고 나를 알라’는 말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상대의 논리를 이해하고 내 감정을 객관화하는 일이다. 회의 중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전에 상대의 의도를 읽고, 시장 환경을 탓하기보다 우리 팀의 약점을 먼저 진단하는 것. 손자의 전략은 결국 이성을 단련하는 훈련이었다.

이번 현대지성 판본은 특히 인상 깊었다. 97가지 역사적 사례와 47장의 이미지가 어우러져 고전을 ‘현장 매뉴얼’처럼 느끼게 한다. 노자 철학과의 연계, 비즈니스와 투자 사례, 삼십육계 해설까지 더해져 ‘삶의 전략서’로서 깊이가 남다르다. 읽는 내내, 고전이 이렇게 현실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손자의 말은 전쟁터를 넘어, 회의실과 가정, 그리고 인생의 무대 위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매일이 싸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성과, 평가, 인간관계…. 그러나 『손자병법』은 말한다. “이겨야 하는 싸움보다, 피해야 하는 싸움을 구분하라.” 그 말은 마치 오늘의 나에게 던지는 조언 같았다. 손자의 병법은 전쟁의 기술이 아니라 버티는 철학, 그리고 인생을 위한 생존의 지혜였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오늘의 일터에서, 이 말만큼 필요한 전략이 또 있을까.

#손자병법 #손자 #현대지성 #불태법칙 #현대지성클래식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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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리 - 다섯 가지 키워드로 보는 초예측 지정학
최준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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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지원도서



유튜브 <지구본 연구소> 구독자로서, 이번 책의 출간은 단순한 반가움을 넘어 마치 오래 기다린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이다. 최준영 박사님의 날카로운 시선과 박학다식함을 늘 영상에서 느껴왔는데, 이제는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된 형태로 만날 수 있다니 더없이 소중하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흩어져 있던 콘텐츠들이 ‘경제와 주택, 에너지, 인구, 기후’라는 다섯 가지 생존 키워드 아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겪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문제들을 들여다보니,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생존 지도’를 손에 쥔 듯한 기분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캐나다와 쿠바, 그리고 최근 관심이 많았던 플로리다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유튜브에서 흘려보듯 접했던 사례들이 책 속에서는 맥락과 배경이 더 촘촘히 설명되어 있어 이해가 훨씬 깊어졌다. 단순한 상식을 넘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지리에 대한 통찰력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이 책이 결코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이다. 지리와 지정학이라고 하면 다소 딱딱하고 학문적으로만 느껴질 수 있는데, 박사님 특유의 스토리텔링 덕분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영상에서 느꼈던 그 생생함이 책 속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다.


구독자의 입장에서 보태자면, 이번 책은 단순한 출간물이 아니라 <지구본 연구소> 채널의 또 다른 확장판으로, 오랜 시간 채널을 사랑해 온 62만 구독자들의 응원과 호기심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유튜브에서, 또 책으로도 계속해서 지구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세상은 넓고, 신기하고, 궁금한 일은 여전히 많으니까.



#생존을위한최소한의지리 #최준영 #교보문고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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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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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콜디츠》를 읽는 동안, 나는 끊임없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빠져들지만, 동시에 부디 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기를.

독일의 산 위에 고립된 성, 콜디츠. 돌벽에 스며든 습기와 음울한 그림자 속에서, 탈출을 꿈꾸는 포로들과 그들을 감시하는 독일 경비병이 맞부딪히며 매일 또 다른 전쟁이 이어졌다. 굴을 파고, 변장을 하고, 심지어 글라이더를 제작하며 탈출을 시도한 포로들의 기상천외한 발상은 경탄스럽지만, 그것이 곧 절망의 또 다른 얼굴이었음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자유를 향한 갈망이 이토록 기괴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책 속에서 생생히 되살아난다.

그러나 《콜디츠》가 가장 날카롭게 드러내는 것은 화려한 영웅담이 아니라 그 뒤에 감춰진 인간 군상의 복잡한 그림자다. 장교와 병사의 신분 차, 연합군 내부의 갈등, 인도인 의사 마줌다르가 겪어야 했던 인종차별, 특권을 누린 프로미넨테와 이름 없는 당번병들의 삶. 전쟁은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었고, 인간의 나약함과 욕망, 그리고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무대였다.

책을 덮고 나면 간절히 바라게 된다. 차라리 이것이 허구였기를, 존재하지 않은 악몽이었기를.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실제로 일어났고, 수많은 기록과 증언 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 《콜디츠》는 냉혹하게 우리를 붙잡고 말한다. “아니, 이것은 역사다. 너희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자, 반드시 기억해야 할 현실이다.”

그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라면, 당신이라면, 그 새장 같은 성 안에서 어떻게 했을까. 용기를 냈을까, 비겁해졌을까, 혹은 그 둘 사이를 오가며 인간답게 버티려 했을까.

《콜디츠》는 전쟁을 다시금 낯설게 바라보게 만든다. 기록된 역사 앞에서 “부디 사실이 아니었기를” 속으로 중얼거리게 하는 바로 그 불편한 감정이야말로, 이 책이 남긴 가장 뼈아픈 울림일 것이다.

#콜디츠 #벤매킨타이어 #김승욱옮김 #열린책들 #나치 #포로수용소 #생존의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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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은 어쩌다
아밀(김지현) 지음 / 비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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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아밀의 신작 소설집 《멜론은 어쩌다》는 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 독특한 공기와 색을 머금은 책이다. 낯선 별의 대기를 들이마신 듯, 읽는 순간부터 익숙한 세계와는 다른 결의 분위기가 감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 소설집이 지닌 경쾌함과 묵직함의 기묘한 공존이다. 천연덕스러운 유머 속에 현실의 차별과 혐오가 스며 있고, 발랄한 캐릭터들이 뛰노는 무대 뒤편에는 우리가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특히 〈노 어덜트 헤븐〉은 ‘어린이만이 들어갈 수 있는 천국’이라는 발상부터가 묘하게 아름답다. 멜론이라는 소녀가 엄마와 다시 마주하는 장면은 동화적이면서도 처연하다. 과일처럼 묘사된 멜론이의 모습은 작품 전체에 특별한 온기를 더한다. 아밀은 이 소설을 통해 동심과 상처, 순수와 어둠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며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이미지를 선물한다.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 〈어느 부치의 섹스로봇 사용기〉, 〈성별을 뛰어넘은 사랑〉 등 다른 단편들도 경계를 비트는 대담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설정들이 소설 속에서는 능청스럽게 펼쳐지고, “이렇게도 말할 수 있구나”라는 신선한 놀라움을 안겨준다.


《멜론은 어쩌다》는 SF적 장치를 활용하고 있지만 결국 인간과 사회, 차별과 사랑이라는 본질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무겁지 않게, 오히려 명랑하고 재치 있게 풀어내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책을 덮고 나면 마음속에 묘한 진동이 남는다. 불편함과 사랑스러움,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만들어낸 여운. 이 독특한 공기야말로 아밀의 작품을 특별하게 한다. 마치 한여름에 베어 문 멜론처럼 신선하고 낯설며, 동시에 씁쓸한 단맛이 오래도록 입안에 머문다.


새로운 공기 속에서 문학을 느끼고 싶고, 익숙한 세계를 다르게 비춰줄 거울을 찾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멜론은어쩌다 #김지현 #아밀 #비채 #비채서포터즈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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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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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책을 좋아하는 내게 여행은 언제나 책장을 넘기듯 시작된다. 가방 속에는 늘 읽다만 소설 한 권이 있고, 낯선 공항의 공기조차 문학 작품 속 배경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와 그녀들의 도시』는 첫 장을 펼치자마자 내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곽아람 작가는 어린 시절 머리맡을 지켜주던 책 속 친구들을 실제 세계에서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초록 지붕 집의 앤, 네 자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콩코드, 개츠비의 화려한 뉴욕, 그리고 바다와 싸우던 노인의 쿠바까지. 그 풍경을 두 발로 걸으며 확인하는 과정은 곧 “문학이 단지 허구만은 아님”을 증명하고, 책 속에서 받았던 위안이 공기와 빛, 흙의 냄새로 살아난 순간들이었다.


읽다 보면 여행기가 곧 문학 비평이 되고, 문학이 다시 여행의 나침반이 된다. 특히 스칼렛 오하라의 엄마, 엘런의 서배너까지 찾아간 대목에서 나는 작가의 세심한 시선을 오래 곱씹었다. 대부분 여주인공 스칼렛만 떠올리지만, 작가는 그 뿌리와 배경까지 탐색한다. 여성 인물들에게서 길어 올린 강인함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건네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책 속 세계가 실재한다는 믿음. 그 믿음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허구의 도시’가 실제 땅 위에 있다는 사실은 내가 오래 사랑해온 문학을 한 번 더 사랑하게 만든다. 책장 깊숙이 묻어둔 『빨강 머리 앤』을 꺼내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언젠가 곽아람 작가처럼 진짜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로 떠나,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 지붕 집을 바라보며 앤과 나의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고 싶다.


『나와 그녀들의 도시』는 책이 여행을 부르고, 여행이 다시 책을 부르는 선순환의 증거다. 책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문학이 건네는 초대장일 것이다.


#나와그녀들의도시 #곽아람 #아트북스 #독서에세이 #여행에세이 #독서여행자 #문학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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