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6
토마스 만 지음, 김인순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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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Thomas Mann 1875.6.6~1955.8.12)은 192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 작가다.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꼽히는 작가. 세계와 인생의 총체성이 제시되고 건조체에 만연체의 문장이며 내용은 이중적 의미를 띠기 때문에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껍고 읽기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토마스 만의 작품 <마의 산>으로 가기 전에, 입문용으로 그의 다른 작품들을 먼저 읽어 보자.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의 주인공 아셴바흐는 8월처럼 후덥지근 5월 초순의 어느 날, 낮잠이 오지 않자 산책을 나서기로 한다. 두 눈 사이에 깊게 팬 주름살이 들창코와 묘하게 어울리는 남자를 너무 뚫어지게 쳐다봤나 보다. 그가 도전적인 눈빛으로 아셴바흐의 눈을 직시하기 시작하자 그 자리를 피하게 되었다. 시야에서 그 남자는 사라졌지만 아셴바흐의 내면에선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산책 후에 아셴바흐는 여행을 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훌쩍 떠날 수 없는 현실. 지금은 코로나로 더더욱 훌쩍 떠날 수 없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여행의 참맛은 바로 준비하는 그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목적지를 선택하고,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지, 어떤 곳에서 잠을 잘 것인지 알아보고 출발 전, 트렁크에 짐을 싸는 순간이 가장 흥분되는 시간이다. 빼먹고 가는 건 없는지 목록을 체크하고, 잠자리를 뒤척이게 만드는 떠남의 욕구! 아셴바흐는 낯선 곳을 찾기 시작했다. 12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바다 위의 도시 베네치아로 출발! 어떤 만남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베네치아에 도착한 아셴바흐는 곤돌라를 공짜로 타게 되는 행운을 맛보는데. 유일하게 사공 면허증이 없는 곤돌라를 타게 된 것이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산책을 하기 시작한 아셴바흐의 귓가에 들리는 낯선 언어들 사이로 청소년들의 무리를 마주치게 된다. 어슬렁 어슬렁 낯선 도시, 낯선 길 위, 낯선 언어들 사이를 산책하는 기분을 언제쯤 다시 느껴볼 수 있을지, 지금 벌어진 우러전쟁은 언제 끝날지. 아흑~~ 떠나고 싶다. 아셴바흐처럼 완벽하게 낯선 나라,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사이로~~



베네치아를 떠날 수 없었던 이유를 이제 확실하게 알게 된 아셴바흐는 기꺼이 양팔을 벌려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내적 갈등이 심했었다가 결정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왜 갈등을 하며 자시을 소모했는지 헛웃음이 나오는 일도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그동안 너무나도 꾹꾹 누르며 살아왔던 삶 대신에, 그리스 조각상처럼 완벽하게 아름다운 타지오를 마음껏 자주 끊임없이 바라본다. 그리고 변하기 시작한다. 염색을 하고 화장을 하고 사랑에 빠지면 어려 보이고 싶은 마음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가 보다. 아름다움을 느끼며 세상과 작별하는 아셴바흐의 죽음은 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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