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로 숨 쉬는 법 - 철학자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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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트앤스터디에서 김진영 선생님의 '<미니마 모랄리아> 혹은 상처로 숨 쉬는 법'으로 강의하신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테오도르 아도르노(1903~1969)의 153편의 아포리즘을 엮은 <미니마 모랄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 미국 망명 시절에 쓰였다.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기만성과 그 안에서 상처받은 사랑, 욕망, 정치, 미디어, 교양, 예술, 언어, 몸짓까지 삶의 속살들의 허구와 환멸의 맨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그때의 세상과 지금의 세상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아도르노의 비판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도르노에게는 가능성을 위해서 스스로의 불가능을 껴안는 '부정 변증법'적인 희망이 있다. 용기 속에서만 눈뜨는 희망이 있고, 그 용기를 아도르노는 '버티기'라고 불렀다.


버티기.


불가능성 앞에서 물러나지 않기.


무슨 일이 있어도 가능성을 짜내기 위해서 논리적 구축을 포기하지 않기.


밤하늘에 흩뿌려져 있는 별과 별 사이에 선을 그어 별자리를 찾아내듯 현실 속에 파편처럼 흩어진 사실들을 조합하고 허물고 또 조합하기를 멈추기 않기. 그 지루하고 집요한 반복의 버티기가 아도르노의 희망이었다.


아도르노의 <명제들>을 수첩에 적어 놓고 계속 떠올려본다.


<삶은 살고 있지 못하다>, <잘못된 삶 안에 올바른 삶은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것이 거짓이다.>, <문화는 쓰레기다.>, <모든 것이 자연의 표현이다.>, <모든 것이 거짓인 사회에서 진실은 거짓일 수밖에 없다.>, <가장 자연일 때 그것은 역사적인 것이며, 가장 역사적일 때 그것은 자연적인 것이다.>, <되돌아가는 일은 퇴행일 뿐이다.>, <이론이 실천이다.>


산다는 건 숨을 쉰다는 것이고, 숨을 쉰다는 건 구멍으로 호흡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살만하지 못한 세상이란 무엇일까. 그건 구멍이 다 막혀버린 세상, 숨을 쉴 수 없는 세상이다. 살자면 그래도 숨을 쉬어야 한다. 어떻게? 구멍들이 다 막혀도 삶 안에서 마지막까지 남는 구멍이 있다. 그건 바로 상처라는 이름의 구멍이다. 이 구멍으로 숨을 쉰다는 건 특별한 사유와 실천의 기술들이 필요하다.


오늘날 보이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들을 파편적으로만 보지 말고 문제와 문제들 사이에 있는 교묘하게 은폐되어 있는 사회의 진짜 문제들을 들여다볼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지는 강의였습니다. 강의 속에 언급되고 있는 영화랑 책들도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김진영 선생님이 보고 싶어지는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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