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옷장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빈 옷장』은 1974년에 발표된 아니 에르노의 첫 작품이다.
'자전적 소설'이라는 글쓰기를 날 것 그대로의 문장으로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드니즈 르쉬르가 스무 살에 경험한 불법 낙태 수술에서 시작한다.
썩은 보라색 꽃.
나는 다만 그것이 천천히 죽어가다가 사라지고, 피로 가득 찬 주머니 안에 잠긴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다.
끈적거리는 분비액으로...... 그리고 사라진다. 그게 전부다.

르쉬르 카페 겸 식료품점의 딸이었던 드니즈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느꼈던 수치심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톨릭 국가에서 보라색은 애도와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1960~70년대 유럽에서는 제2세대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되었다. 보부아르도 이때 활동하던 사상가였다. 여성들은 단순히 일할 권리만이 아니라 직장에서의 평등과 임신중절 합법화 등 시민권 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이다.

세탁기, 분유, 피임약의 발명으로 가사노동이나 출산의 부담을 덜어주었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사회구조가 지속되었다.

임신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에도 왜 여성들은 불법으로 낙태를 해야 하는 것인지 한국에서도 2021년부터 '낙태죄'는 없어졌으나 아직도 건강한 임신 중지 방법에 대한 문제는 논의 중이다.

"지긋지긋하다. 그들에게, 모두에게, 문화, 내가 배웠던 모든 것에 구역질이 난다. 나는 사방에서 농락당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를 읽은 것은 자궁을 가졌다는 불행을 확인하는 것 외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1970년대에 행해진 시민권 운동이 한국에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드니즈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이 글을 읽어야 할 것이다.
여성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