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랜 불새 과학소설 걸작선 13
A.E. 밴 보그트 지음, 안태민 옮김 / 불새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1
슬랜을 일독하면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고전작이라고 알고 있었으므로, 이후에 나온 다른 서사의 잔상일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묘하게 머리속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 하루정도가 지나고나서야 기시감의 정체를 느낄 수 있었다 .

바로 1942년 반제 회의.
이른바 '유대인 문제에 대한 최종 해결'Endlösung der Judenfrage(Final Solution to the Jewish Question)을 논했던, 인류 최악의 회의말이다.

그리고 슬랜의 발표연도를 보았을때, 처음 읽었을 때와 다른 방식으로 이 소설이 읽혀졌다. 
1946년.
인류사 최대의 전쟁이 막 끝나고 아직 상흔이 지워지지도 않은 해.

#2
1946년에 나치독일의 홀로코스트에 대해 대중들 특히 작가에게 알려졌는지는 모르겠다. 따라서 기시감을 느낀 그 장면이 당시 알려진 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진것인지 아니면 순전히 작가의 창작인지도 확신할 수도 없다. 

하지만 작가는 시대의 인물이고 작품은 대부분 그 작가의 생각과 사상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투영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사회파 소설도 아니고 대중장르소설인 이 작품에 이런 구조주의적인 렌즈를 들이미는 것이 옳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인류가 목도했던 장면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부지불식간에라도 그 영향이 묻어나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3
1, 2차세계대전은 빛나는 인간이성에 똥오줌과 철퇴를 끼얹은 사건이다. 특히 2차세계대전에서 보여지는 전체주의의 광기, 인간이 자원-그렇다, 인적자원!-으로 여겨져 민군전사자만 7~8000만명에 달하는 총력전, 그리고 이 모든 광기의 피날레인 원폭투하까지.

이른바 '중세의 어둠'을 몰아낸 이성의 빛-이 도식이 의심받기 시작한 것도 2차대전이후부터다-이 가져온 비극은 그 시대를 사는 사람 모듀 특히나 식자층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만약 작가도 그런 영향을 받았다면, 작중에서 등장하는 인류와 슬랜 그리고 제3의 세력이 보여주는 모습은 무엇을 상징 혹은 은유하고 있는 것인가?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슬랜은 매우 이성적인 종족이라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일까?

#4
장르작품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소재인 현생인류와 비인류(특히 뮤턴트)의 갈등구조에서의 축은 결국 현생인류가 '나와 다름'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물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해당 소재의 고전적 작품이기도하다.

#5
소설의 결말은 명확하게 서사구조가 마무리 되지는 않는다.(별점 하나 감점은 여기서 나왔다. 아쉬워서.)
하지만 이해가 가기도 한다. 아무리 작가가 이성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다하더라도 '나와 다름'에 대한 차별, 적개심, 증오는 거대한 두 번째 실패 이후 70년이 다되어가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 그리고 점차 노골적으로 만연하고 있지 않은가?

전후 두 세대를 지나 세번째 세대로 도입한 현 시점의 나도 인간은 나와 다름을 극복하고 이성으로서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 회의적이되어 가는데, 전후 1년후에 나온 작품에 대답을 정하라는 것 어리석은 말 일 수도 있다.

#뱀발
모바일로 힘겹게 치다보니 글이 중구난방에 오타도 꽤 있을 것 같다. 나중에 틈틈히 수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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